본문 바로가기
사회

[재계 2인자] "인기 없는 주식" 성적표 든 LG 권봉석…흔들리는 '1인 부...

하지만 스마트폰을 버리고 선택한 'ABC(AI·바이오·클린테크)' 전략은 5년이 지난 지금도 주주들에게 '희망고문'에 그친다는 비판이 거세다. 당장 곳간을 채워줄 캐시카우는 흔들리는데, 미래 먹거리는 수익성을...

[재계 2인자] "인기 없는 주식" 성적표 든 LG 권봉석…흔들리는 '1인 부...

스마트폰 철수 후 5년, 확실한 '한 방'이 없다…시장 신뢰 잃은 '권봉석표' 리밸런싱

2024년 9월 25일 경기도 이천 LG인화원에서 열린 사장단 워크숍에 참석한 구광모 LG그룹 회장(가운데), LG화학 CEO 신학철 부회장(왼쪽), (주)LG COO 권봉석 부회장(오른쪽). [사진=LG그룹 제공]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두터운 신임 아래 리밸런싱 '전략가'로 통하며 그룹 사령탑을 지켜온 권봉석 ㈜LG 부회장의 리더십이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이달 일제히 열린 정기 주주총회 시즌, LG를 향한 시장의 평가는 냉혹했다.

"실적이나 펀더멘털도 중요하지만 시장 참여자들에게 인기 있는 주식이 돼야 한다"는 LG전자 주주의 일갈은 1인 부회장 체제로 공고해진 권봉석 부회장의 '관리 경영'이 한계에 봉착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 '영업이익 급감' 처참한 성적표…캐즘에 갇힌 미래

권 부회장이 직면한 가장 큰 위기는 숫자로 증명되는 실적의 추락이다.

주력 계열사의 영업환경 악화에 따라 2022~2024년간 현금창출력이 떨어지고 차입금이 급증한 끝에 2024년에는 그룹 전체로 순손실 3000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를 냈다.

지난달 10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25년 들어서도 4분기 실적 결과, 시장 예상치를 크게 넘어설 정도로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LG화학은 4분기에만 4133억원의 영업손실을, LG에너지솔루션도 1220억원, LG전자는 109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LG전자가 분기 적자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16년 4분기 후 처음이다. 연간 실적을 보면 2024년도 대비 2025년 영업이익은 2조4784억원으로 27.5% 급감했다.

실적 악화의 근본 원인은 주요 사업부문의 업황 부진과 수익성 악화가 꼽힌다. 그룹의 핵심 성장 엔진이던 LG에너지솔루션이 전기차 수요 정체(캐즘)의 직격탄을 맞았고, LG화학은 나프타 확보 문제와 겹쳐 석유화학 업황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권 부회장은 구 회장 취임 이후 '선택과 집중'을 기치로 2021년 4월 스마트폰 사업 철수 등 굵직한 리밸런싱을 주도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버리고 선택한 'ABC(AI·바이오·클린테크)' 전략은 5년이 지난 지금도 주주들에게 '희망고문'에 그친다는 비판이 거세다. 당장 곳간을 채워줄 캐시카우는 흔들리는데, 미래 먹거리는 수익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낀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LG의 ABC 전략은 기존 디스플레이·가전 중심에서 벗어나 B2B 기반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리밸런싱하고 자체 기술력 확보와 글로벌 시장 선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높은 진입장벽과 주력 사업 부진 및 실적 악화가 맞물리면서 수익화까지 얼마나 더 걸릴지 미지수다.

◇ "비참하게 떨어졌다"…폭발한 주심(株心)

이달 열린 주총은 권 부회장에게 굴욕적인 순간이었다.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기로 했지만 기타비상무이사직을 계속 수행하게 된 LG전자 주총 현장에서는 "과거의 영광이 비참하게 떨어졌다"며 "현재 LG전자의 주가는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주주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장세 속에서도 주가는 요지부동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LG화학에 대해서는 영국계 행동주의펀드 팰리서캐피탈로부터 "순자산가치(NAV) 대비 71%나 할인됐지만 회사가 이를 제대로 인식하거나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뼈아픈 분석이 제기됐다. 지난 2020년 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 당시 제시했던 목표와 달리, LG화학 주가가 지난 10년간 시장수익률을 하회했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권 부회장이 지휘봉을 잡은 지주사 체제 아래서 계열사들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시장은 더 이상 그룹 2인자 권 부회장의 '장기 비전'이 아닌, 당장 주가를 움직일 '실행력'과 '결과물'을 요구하고 있다.

◇ 5개 이사회 장악한 '오버보딩'…위기 대응 걸림돌인가

지난해 연말 정기인사에서 신학철 전 부회장의 용퇴가 결정되면서, 권 부회장은 현재 LG그룹의 유일한 부회장이다. 하지만 권 부회장의 강력한 권한 집중이 오히려 위기 대응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주사 LG의 최고운영책임자(COO)인 권 부회장은 최근 그룹 기조에 발맞춰 맡고 있던 3개사 이사회 의장직(LG전자·LG에너지솔루션·LG유플러스)에서 물러났지만, LG전자·LG화학·LG에너지솔루션에선 기타비상무이사를 맡고 있다.

기타비상무이사는 이사회에서 다른 이사들과 동일한 의결권을 행사하는 자리로, 겸직 제한 조항이 없어 선임이 자유롭다.

권 부회장이 일종의 경영 감독을 맡고 있는 것이라, 재계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실적과 무관한 2인자'라는 수식어와 함께 과도한 겸직(오버보딩)이 각 계열사의 독립적인 결단과 기민한 위기 대응을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1년 만에 적자 전환한 LG에너지솔루션의 실적 쇼크와 LG화학의 구조조정 지연 등 그룹 전반에 퍼진 기류는 '공격적인 혁신'보다는 '보수적인 관리'에 치우쳐 있다.

LG 주주들 사이에서 "2인자가 리밸런싱 전권을 쥐고도 주가는 바닥인데, 책임은 대체 누가 지느냐"는 '인적 쇄신론'이 고개를 드는 이유다.

◇ 구광모의 2기 경영, '권봉석 리스크' 털어낼까

LG COO로 발탁된 2021년 11월 이후 권 부회장은 그동안 구광모 회장의 '오른팔'로서 그룹 실무를 총괄해 왔다. 그러나 2026년 현재, 그의 리더십 아래 LG는 '관리의 늪'에 빠져 성장 탄력을 잃었다는 냉정한 평가에 직면해 있다.

확실한 '한 방'이 없는 ABC 전략과 시장의 외면을 받는 주가, 그리고 수익성 악화라는 삼중고는 구 회장이 그린 '권봉석 1인 부회장 체제'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권 부회장이 주도한 리밸런싱이 시장 신뢰를 얻으려면 이제는 선언이 아닌 실질적인 숫자로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며 "이번 주총에서 확인된 매서운 주심(株心)을 수습하지 못한다면, LG의 2인자 자리는 더 이상 안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현재 LG그룹의 유일한 부회장으로 남은만큼 권 부회장 행보에 대한 주목도도 커진게 사실"이라며 "이번 주총에서 이사 보수한도 삭감을 통해 책임경영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지만,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주주들의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지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할 때"라고 평가했다.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