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수 선임기자
인공지능(AI) 클로드를 개발한 앤스로픽은 2023년 9월 ‘책임 있는 확장 정책(Responsible Scaling Policy·RSP)’을 발표했다. AI 모델 발전에 비례해 안전을 강화한다는 취지에서다. 구체적 방안으로 위험성 관리를 위한 AI 안전등급(AI Safety Level·ASL) 체계 도입을 내놨다. 네 단계인데, 1단계는 체스 AI처럼 치명적 위험이 없는 수준이다. 대규모 언어 모델(LLM) 등 검색엔진보다 더 위험하지 않은 수준이 2단계다. 핵·생물·화학 및 사이버 공격 등 특정 위험 분야에서 비전문가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는 수준이 3단계. 마지막으로 인류에게 치명적 위협이 될 만큼 고도의 자율성과 위험성을 갖춘 수준이 4단계다. 도달하기 전에 강력하게 조처해야 하는 수준이다.
지난달 말 보안 설정 오류로 인해 앤스로픽의 미공개 자료 3000건이 유출됐다. 기존 최상위 모델을 뛰어넘는 성능의 신모델 미토스(mythos)의 존재가 이 자료를 통해 알려졌다. 이달 초 개발 사실을 인정한 앤스로픽이 성능을 공개했다. 미토스는 보안성이 가장 강력하다고 평가받는 운영체제에서도 취약점과 결함을 찾아내 인간 개입 없이 이를 수정했다. 심지어 취약점을 엮어 시스템을 장악하는 공격 시나리오를 스스로 설계했다. ASL 4단계에 준하는 수준이다. 앤스로픽은 악의적 사용을 우려해 미토스를 일반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보안 문제를 우려한 각국 정부가 대책회의를 소집하는 등 긴급 대응에 나섰다. 지구촌을 충격에 빠뜨린 미토스 쇼크의 전후다.
고대 그리스어 단어 뮈토스(μῦθος)에서 유래한 미토스는 원래 인간의 말을 통칭했다. 점차 이성적·논리적 말을 로고스로 구분하면서 그와 대비되는 감성적·직관적 말만을 가리키게 됐다. 대표적인 미토스가 신화다. 신화의 영어단어(myth)도 여기서 유래했다. 앤스로픽이 클로드의 신모델에 왜 그 이름을 붙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이름의 함의가 예사롭지 않다. 미토스라는 이름의 가장 로고스적인 도구(AI)로 인해 충격에 빠진 세상이라니. 그런 세상에 사는 인간은 송연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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