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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작은학교 출근 일기- 기자 쌤이 간다] (1) 함양 금반초 첫 출근

고학년 아이들은 대부분 삼성전자 주식을 갖고 싶어 합니다. 취미는 각양각색입니다. 또래의 아이들처럼 게임을 즐겨한다는 아이도, 등산이나 드럼 연주 같은 이색 취미를 가진 아이들도 있습니다. 전교에서 두 번째로...

[작은학교 출근 일기- 기자 쌤이 간다] (1) 함양 금반초 첫 출근

작은학교는 지역의 축소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매개입니다. 지역에서 젊은 인구가 떠날수록 아이들도 줄어들고, 학교들은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됩니다. 인구 소멸이 가파르게 일어나고 있는 경남에서는 오늘날 전체 초등학교 10곳 중 4곳이 전교생 60명 이하의 작은학교입니다. 올해 창간 80주년을 맞은 경남신문은 경남 끝자락에 있는 함양군의 작은학교를 찾아가 소멸지역의 아이들을 조명합니다. 기자는 한 달에 한 번 이곳 아이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기자쌤’으로 출근합니다. 도심에선 좀처럼 느낄 수 없는 소멸지역 아이들만의 일상과 감성을 고스란히 담아내고자 합니다. 서울의 초등학교 교사가 강원도 산골의 작은학교로 발령받아 생기는 일들을 담은 영화 ‘선생 김봉두’처럼, 도시의 익숙한 학교들과는 차별화된 지역 작은학교만의 모습을 생생하게 기록하겠습니다.

기자쌤의 좌충우돌 첫 수업

지리산 부근 전교생 35명 학교서

4~6학년과 ‘인터뷰 글쓰기’ 진행

도심 애들처럼 각양각색 꿈 품어

온몸 땀과 흙으로 범벅된 하루

학교별 체육수업 축소 움직임 속

주 2회 뒷산 등반 체험 활동 눈길

체력 기르고 자연 교구 삼아 학습

진휘준 기자가 함양군 휴천면 금반초등학교에서 4~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터뷰 기사를 작성하는 수업을 하고 있다.

◇전교생 35명, 지리산권 작은학교=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몸도 마음도 단단히 무장한 채로 지난 19일 경남신문 취재진은 함양군 휴천면 금반초등학교로 향했습니다. 지리산 부근에 있는 전교생 35명의 작은 학교입니다. 학교로 향하는 도롯가엔 ‘반달가슴곰 출몰 주의’라는 무시무시한 표지판도 붙어 있습니다.

면사무소가 있는 면 소재지로부터 1㎞가량 떨어진 학교 주변엔 논밭이 드넓게 펼쳐져 있습니다. 학교 옆 버스정류장엔 4대의 버스가 다니지만 그중 3대는 하루에 1번, 1대는 3번만 운행합니다. 가장 가까운 편의점은 7㎞나 가야 합니다.

1바퀴에 100m가 조금 넘는 조그마한 운동장 뒤로 학교 건물이 보입니다. 교실과 교무실, 식당은 1층에 모여 있고 2층엔 도서실과 병설유치원이 있습니다. “메에에.” 울음소리로 가장 먼저 취재진을 반기는 건 운동장 구석 작은 우리에 사는 산양들입니다.

조심스레 실내화로 갈아신고 학교 복도로 들어가자 한 남자아이가 관심을 보입니다. “와 기자다!” 일일 강의실인 독서실이 있는 2층으로 오르는 동안 체육복을 입은 아이들이 뒤따라오니 피리 부는 사나이가 된 듯합니다.

강의실로 들어가 수업을 위해 인터넷을 연결하고, 준비물을 챙기는 사이 불쑥불쑥 뛰어든 아이들이 말을 겁니다. “오늘 뭐 할 거예요?” 낯선 사람을 거리낌없이 바라보는 아이들에게 “곧 알게 될 거야”라고 적당히 얼버무립니다. 성인 것의 절반만 한 아기자기한 책상과 의자들이 반가우면서도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학부생 시절 수년 동안 키즈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며 아이들을 대하는 데 능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교단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은 차원이 다릅니다. 오전 10시 50분, 3교시 시작 종이 울리니 아이들이 전쟁터의 전사들처럼 환호성을 지르며 입장합니다.

오늘 만나는 아이들은 4~6학년입니다. 1명이 결석한 15명이 독서실을 가득 채웠습니다. 수업 주제는 ‘인터뷰 글쓰기’입니다. 아이들이 서로를 인터뷰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의 생각을 빠른 시간 내에 알아차리기 위한 일종의 작전이기도 합니다. 인터뷰 기사 예시를 보여주며 인터뷰법을 간략하게 알려주고, 1대 1로 짝지어 인터뷰 기사를 작성하게 합니다. 작은학교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요.

인터뷰 기사를 작성하고 있는 학생.

“너의 꿈은 뭐야?” 꿈 많을 아이들의 단골 질문입니다. 대답은 경찰, 군인, 아이돌 등등 다양합니다. ‘갖고 싶은 게 뭐냐’는 질문도 많습니다. 투자 열풍의 여파는 아이들에게까지 닿나 봅니다. 고학년 아이들은 대부분 삼성전자 주식을 갖고 싶어 합니다. 취미는 각양각색입니다. 또래의 아이들처럼 게임을 즐겨한다는 아이도, 등산이나 드럼 연주 같은 이색 취미를 가진 아이들도 있습니다.

전교에서 두 번째로 달리기가 빠르다는 4학년 조아율 군의 취미는 운동입니다. 학교 뒷산에 뛰어서 올라가기, 읍내에 있는 태권도장 다니기 등 신체활동으로 채워진 아율 군은 기자에게 달리기 시합을 하자고 제안합니다. 자칭 100m를 10초 만에 주파한다는 조 군과 조만간 뒷산에서 달리기를 겨루기로 약속합니다.

이어지는 발표 시간입니다. 1등 상품은 일명 ‘초통령’으로 불리는 여자 아이돌 그룹 ‘아이브’의 앨범, 2등 상품은 인기 만화 캐릭터 ‘짱구’가 그려진 십자수 키링입니다. 발표에 시큰둥하던 아이들도 상품이 공개되자 손을 번쩍 듭니다. 아이들은 열띤 눈빛을 보이며 친구들의 생각을 담은 인터뷰 기사를 발표합니다. 채점 기준은 ‘열심히’였지만, 한 아이도 빠짐없이 높은 학구열을 보였기에 어쩔 수 없이 기준을 바꿨습니다. 1·2등은 6학년 김라음·조예은 양. “전교 1등을 하면 누구에게 먼저 연락할 건가요?”, “금반초등학교의 좋은 점과 이유는?” 같은 남다른 질문이 좋은 점수를 따냈습니다.

학생들이 친구의 발표를 듣고 있다.

점심식사 종이 울리고, 아이들은 1층의 식당으로 달려갑니다. 한숨 돌려야겠다는 생각도 잠시, 식사가 끝나면 학교 뒤 400m가량 높이의 까치봉으로 올라가는 깜짝 체험활동이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 밥심을 내기 위해 기자도 아이들 틈에 섞여 빠르게 식판을 비워냈습니다. 마주 앉은 6학년 박영수 군은 자신 넘치는 표정으로 말합니다. “점심시간이면 매주 올라가서 별로 힘들진 않아요.”

금반초 학생들이 서로 손을 맞잡고 까치봉을 오르고 있다.

◇‘운동 부족’은 다른 세상 이야기= 운동장에서 가볍게 준비운동을 마치고 산길로 향했습니다. 이번엔 1~3학년을 포함한 전교생이 모였습니다. 금반초등학교는 매주 수·금요일이면 점심시간과 5교시 수업시간을 이용해 까치봉으로 오릅니다. 교장선생님을 포함한 선생님들도 함께합니다.

5분이 채 지나지 않아 땀을 뻘뻘 흘리는 취재진 앞으로 작은학교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올라갑니다. 밧줄을 잡고 오르는 급경사지도 힘든 내색 하나 없습니다. 무거운 카메라를 든 취재진이 힘들어 보였는지 아이들이 대신 들어주기까지 합니다. 도심의 학교에선 안전사고 우려로 체육시간 축소에 일부는 폐쇄까지 이어진다는 뉴스를 쉽게 접하게 되는데, 이곳에선 ‘운동 부족’은 꽤 먼일 같습니다. 2학년 한다예 양은 우거진 풀들 사이에서 도토리를 주워 담는 여유도 보여줍니다.

학생들이 취재진의 카메라를 구경하고 있다.

40분 정도 오르다 보니 드디어 까치봉입니다. 낮고 가파른 지리산권 작은 봉우리들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먼 곳까지 내다보아도 눈에 담기는 건 작은 마을들과 산뿐입니다. 동식물 이름 외우기가 취미라던 4학년 이시율 군은 풍뎅이 2마리를 잡아왔습니다. 평소 산을 뛰어다니고 학교 앞 작은 도랑에서 물고기를 잡으며 논다는 이곳 아이들은 손으로 생물을 만지는 걸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구경하러 모여든 아이들도 익숙한 듯 보입니다. 시율 군은 풍뎅이들이 빠져나가지 않게끔 양손을 비스듬히 포개 쥐곤 웃음을 보입니다. “풍뎅이는 제 친구예요.”

정상에서 아이들의 장기 자랑을 감상하고는 다시 왔던 산길을 되돌아 내려갔습니다. 아이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소나무 가지를 하나씩 주워들었습니다. 취재진 곁에서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는 박영수 군은 작은 나무만 한 가지를 통째로 질질 끌었습니다. 아이들은 이 가지들이 학교에서 키우는 산양들의 간식이라고 설명합니다.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아이들은 곧바로 산양 우리로 뛰어갔습니다. 익숙한 듯 손에 쥔 가지를 작은 철창 너머로 내밀자 산양들은 솔잎을 뜯어먹습니다. 기자도 가지 두 개를 들고 와 양들에게 건넸으나, 낯선 얼굴이라 그런지 좀처럼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1시 50분, 점심시간이 끝나고 고학년이 5교시를 시작할 1시 30분이 어느덧 훌쩍 넘었습니다. 이곳 아이들은 정규 수업 시간에 얽매이지 않습니다. 이날처럼 체험학습이 있는 날이면 유동적으로 일정을 조정합니다. “다음 달에 돌아올게”. 수업을 위해 학교로 돌아가는 아이들에게 손을 흔들었습니다. 수업 한 번 했을 뿐인데, 온몸은 땀과 흙으로 범벅이 됐습니다. 작은학교에서 기자쌤이 되기란 여간 쉽지 않은 듯합니다.

글= 진휘준 기자·사진= 성승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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