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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작은 이야기를 다루는 사람의 힘

오픈AI가 새로 내놓은 GPT-6 아스트라(Astra)의 성과에 놀라는 글들을 최근 여럿 볼 수 있었다. 사진 한 장으로 집 안 구조를 3차원으로 다시 세우고, 도시 하나를 브라우저 안에 통째로 옮겨 놓는 시연이 이어졌다. 놀라운 것이 맞다.

▲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 ‘Visual Analysis Points to Bedrock as Likely Cause for Nepal's Flash Floods’ 기사 갈무리

오픈AI가 새로 내놓은 GPT-6 아스트라(Astra)의 성과에 놀라는 글들을 최근 여럿 볼 수 있었다. 사진 한 장으로 집 안 구조를 3차원으로 다시 세우고, 도시 하나를 브라우저 안에 통째로 옮겨 놓는 시연이 이어졌다. 놀라운 것이 맞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읽은 뉴욕타임스의 네팔 홍수 분석 기사가 오히려 더 오래 머릿속에 남았다. 지난 8월26일 네팔과 티베트 국경 지역에서 일어난 참사를 두고, 이 기사는 빙하 아래 기반암(bedrock)이 무너진 것이 유력한 원인이라는 점을 3차원 지형 모형과 위성 자료로 차근차근 짚어 나갔다. 그래픽은 아스트라처럼 화려하지 않았다. 그러나 무엇이 어디서 떨어져 어디로 흘렀고 원인은 무엇인지를 이용자가 따라갈 수 있도록 사람이 한 땀 한 땀 손질한 흔적이 보였다.

빠르게 만들어낸 3차원 세계와 독자의 이해를 위해 다듬은 3차원 설명의 차이를 생각하다 보니, 결국 ‘누구를 위해 만들었는가’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내가 본 아스트라 시연에서는 만드는 사람의 가능성이, 뉴욕타임스 기사에서는 읽는 사람을 향한 배려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기술이 화려해질수록 이 질문은 더욱 중요해지는 듯하다.

▲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 ‘Visual Analysis Points to Bedrock as Likely Cause for Nepal's Flash Floods’ 기사 갈무리

[해당 기사 :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

Visual Analysis Points to Bedrock as Likely Cause for Nepal's Flash Floods

]

개인적으로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일에 관여하면서 국내외 여러 사례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다들 어렵고, 뚜렷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5년 언론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지난 1주일 동안 종이신문을 읽었다는 비율은 8.4%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고, 지역종합일간지는 6.7%에 그쳤다. 지역신문 매출의 63.5%는 여전히 광고에 기대고 있다. 그렇다고 아예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큰 이야기보다는 공동체를 향한 작은 이야기가 그 희망 가운데 하나라는 소신을 여러 자리에서 밝혀 온 바 있는데, 최근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를 하나 만났다. 영국의 ‘논리그 페이퍼(The Non-League Paper)’다.

▲ 사진=‘논리그 페이퍼(The Non-League Paper)’ 페이스북

논리그(Non-League)는 영국 축구에서 프리미어리그와 잉글리시 풋볼 리그 아래에 있는 5부 이하 리그를 통틀어 부르는 말이다. 컬럼비아 저널리즘 리뷰에 따르면 이 주간지는 5부에서 8부 리그까지 매주 100경기가 넘는 경기 기사를 작성하고, 한 해 80만 부 가까이 팔린다. 이 매체의 모회사 그린웨이스 퍼블리싱의 상근 직원은 열한 명이고, 그 가운데 축구를 담당하는 사람은 네 명뿐이다. 나머지는 잉글랜드와 웨일스 곳곳에 흩어진 프리랜서 기자와 지역 자원봉사자가 채운다. 토요일 저녁 6시30분 마감에 맞춰 원고가 모이면 세 시간 안에 인쇄에 들어간다. 지난 1월6부 리그의 매클스필드 FC가 FA컵에서 직전 대회 우승 팀인 크리스털 팰리스를 꺾는 이변이 일어났을 때도 이 매체는 현장에서 그 장면을 전했다.

[해당 기사 : 컬럼비아 저널리즘 리뷰(Columbia Journalism Review))

Notes from the Non-League

]

▲ 컬럼비아 저널리즘 리뷰 ‘Notes from the Non-League’ 기사 갈무리

흥미로운 대목은 또 있다. 논리그 중에서도 작은 구단의 경기는 지역 자원봉사자가 기사를 보내오는데, 네 골을 내준 자기 팀 골키퍼를 그 경기 최우수 선수로 뽑는 식의 편향을 심심치 않게 보여준다. 17년째 이 매체를 지켜 온 편집자 맷 배드콕(Matt Badcock)은 이를 고쳐야 할 결함이 아니라 하부 리그만의 매력으로 받아들인다고 했다. 코로나19로 경기가 멈췄을 때도 나이 든 충성 독자들이 이 매체를 지탱했다. 지금은 유료 웹사이트를 준비하고 있지만, 인쇄판이 여전히 핵심이다. 이 매체가 판매하는 것은 정보라기보다 소속감에 가깝다. 입장료 수익이 구단의 생존에 직접 기여하고, 팬과 선수가 경기 후 술집에서 어울리는 ‘공동체의 일부’가 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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