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작업중지권 '빛과 그림자'...대형사 '활짝' 중소 건설사는 '울상'

D-세이프코인 1포인트는 1원과 같으며, 포인트는 카카오페이 머니로 전환해 쇼핑몰·카페·편의점 등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현대건설 또한 근로자의 기본 권리로 '작업중지권'을 적극 보장하며, 안전 문화를...

작업중지권 '빛과 그림자'...대형사 '활짝' 중소 건설사는 '울상'

DL이앤씨 직원이 수도권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에게 ‘AI 자동번역 시스템’을 안내하고 있다(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음). [사진=DL이앤씨]

이재명 정부가 산업재해 엄중 대처 기조 속, 건설업계에서 건설 현장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핵심 권리인 '작업중지권'이 대형사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분위기다.

2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형 건설사들이 작업중지원에 대한 전사적인 지원과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며 실질적인 재해 예방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52조에 따르면 작업중지권은 근로자가 작업 중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작업을 멈추고 대피할 수 있는 권리로, 건설 현장의 안전을 확보하는 핵심 장치로 평가받는다.

DL이앤씨에 따르면 작업중지권 행사가 가능한 안전신문고 제도를 적극 운용한 결과, 지난해 근로자의 자발적 참여 건수가 시행 첫해인 2022년보다 7배 가까이 늘었다.

작업중지권 정착에는 경영진의 강한 의지도 작용했다고 말한다.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1공구 건설 현장에서 박상신 DL이앤씨 대표(사진 왼쪽)가 3월 10일 QR코드를 통해 작업중지권을 활용하고 있다. [사진=DL이앤씨]

박상신 DL이앤씨 대표는 지난 10일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1공구 건설 현장을 찾아 작업중지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대표는 "안전은 현장에서 가장 잘 안다"며 "근로자가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을 때까지 작업중지권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안전신문고로 신고하는 모습. [사진=DL이앤씨]

특히, 안전 관련 활동을 하면 포인트로 보상하는 'D-세이프코인(D-Safe Coin)' 제도가 대표적이다. 안전 관련 신고를 하거나 개선점을 제안한 현장 근로자에게 하루 최대 5000포인트를 지급하는 사내 인센티브 제도다. D-세이프코인 1포인트는 1원과 같으며, 포인트는 카카오페이 머니로 전환해 쇼핑몰·카페·편의점 등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현대건설 또한 근로자의 기본 권리로 '작업중지권'을 적극 보장하며, 안전 문화를 확산하고 있다고 말한다. 2022년부터 임직원 외에도 협력사, 현장 근로자가 참여하는 '작업중지권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안전 신문고'를 통해 휴대폰 접속만으로 간편하게 안전 조치를 요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실제로 실적 또한 2023년 1만 8337건, 2024년 1만 9982건, 2025년 4만 6500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라고 설명한다.

포스코이앤씨 송치영 사장이 2월 9일 서울 '구일역 지식산업센터 신축공사' 현장에서 동절기 현장 안전점검 릴레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포스코이앤씨]

포스코이앤씨도 현장 근로자의 참여를 통한 안전문화 정착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근로자의 작업중지권 활성화, 작업반장 참여 타운홀 미팅, TBM 시 근로자 안전 발언 제도 등을 통해 위험요인이 현장에서 즉시 공유되고 조치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화 건설부문도 작업시간과 업무 강도를 탄력적으로 조정하고 있으며, 건강 상태에 이상을 느낀 근로자가 스스로 작업을 중단할 수 있도록 '안전신문고(근로자 작업중지권)'를 운영하는 등 현장 근로자 안전 관리를 이어가고 있다.

건설업계에선 고질적인 건설업 현장의 악습을 산재 사망사고 원인으로 꼽는다. 대한산업보건협회가 지난해 9월 발간한 '안전망이 취약한 건설노동자의 노동환경과 개선과제'에 따르면 건설업에 만연한 저가 수주와 공사기간 단축, 다단계 하도급으로 인한 책임의 공백, 제도 밖 소규모 현장을 원인으로 분석한다.

노동계에선 사고 대비책으로 이번 정부의 국정과제이기도 한 작업중지권 확대를 꾸준히 언급한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근로자는 산재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다. 또한 그 사실을 관리감독자에게 알려야 한다.

반면, 업계 일각에선 근로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핵심 권리인 작업중지권은 공기 지연에 따른 막대한 비용 손실을 시공사가 전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구조적 한계로 인해 실효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현장 판단에 따라 작업을 중지하더라도 그에 따른 책임과 막대한 비용 부담이 시공사에만 집중돼 있다. 제도 활용에 부담이 너무 큰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소 건설사들은 작업중지권 행사가 공기 연장과 원가 상승을 유발해 수익성을 악화시킬 것으로 내다본다. 특히 늘어난 손해배상 책임이 정비사업 공사비 인상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에선 작업중지권이 현장에 완전히 정착하기 위해서 합리적인 비용 분담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분위기다.

중소 건설사 한 관계자는 "안전 확보를 위한 조치를 비용이 아닌 필수 투자로 인정하는 제도적 환경이 조성돼야 현장에서 실질적인 정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