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논단] 박재명 수필가
밤과 낮이 있어 일하고 쉬는 시간을 적절히 배분하는 삶을 영위한다. 햇빛과 그림자가 있어 덥거나 추울 때는 서로 피난처가 되어 준다. 덧셈과 뺄셈이 있어서 어느 한쪽으로 지나치게 모이거나 부족해지는 것을 보완해 준다. 잘 영근 씨앗이 썩지 않고 보존시켜 주는 겨울이 있어 봄은 새싹을 건강하게 키워낸다.
우주와 인간 현상을 설명하는 동양 철학의 핵심 원리를 이른바 음양의 법칙이라고도 한다. 서로 반대되지만 상호 의존하며 끊임없이 변화와 균형을 이루는 원리다. 서로 반대되지만 공존하고, 극에 달하면 반대로 전환하는 의존성을 갖는다. 이런 현상은 끊임없이 순환한다.
언제부턴가 찬물을 잘 삼키지 못했다.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던 물이 순간 정체되어 잘 내려가지 않았다. 물먹다 체한다고 하던데 이것이 그것인가 싶어 조심했다. 그러나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다. 급기야 물 마시다 서너 번 실신한 적이 있다.
원인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심장내과에서는 협심증과 혈압약을 처방받았다. 그러나 증상은 없어지지 않았다. 소화기내과에 가서는 더욱 난감했다. 전조증상이 있으면 미리 먹으라고 알약을 주었다. 그러나 증상은 예고된 것도 아니고, 물 마실 때마다 약을 먹을 수도 없었다.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은 신경과였다. 의사 선생님은 여러 가지 가능성과 선택지를 두고 고민하다 자율신경 검사를 해 보자고 했다. 검사결과지를 받아 보니 드디어 실마리를 잡혔다. 교감신경이 과민한 자율신경실조증이었다.
자율신경은 심장, 폐, 소화기관 등 우리 의지로 움직이지 않는 장기에 대해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 서로 작용하며 조절하는 신경계이다. 교감신경은 진취적이다. 신체의 위험성이 있을 경우 에너지 활동을 강하게 작용시키는 것이다.
이에 비해 부교감 신경은 안정적이다. 신체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소화력을 높여 에너지를 축적해 비상시를 대비하는 역할을 한다. 교감신경이 ‘양’이라면 부교감신경은 ‘음’에 해당하는 것이다. 몸에서 이 둘의 협력적 관계가 깨지고, 음양의 조화가 깨지며 실신까지 했던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우리 사회는 예전보다 더 혼란스럽다. 좌파니 우파니 이념 갈등이 그런 것들 때문이다. 좌파와 우파라는 것이 왼쪽 팔과 오른쪽 팔과 같은 것인데 지금의 우리는 상대를 없애버리려 한다. 나라의 리더가 특정 정파에 사로잡혀 버린 그 기간에 혹시 사달 난 것은 아닐까? 계엄과 탄핵의 강을 슬기롭게 넘지 못하고 끝없이 대치하고 저주하는 끝장 정치로 이 시대의 삶이 너무 극단화된 느낌이다.
음양의 조화는 사회 공동체의 평형에도 꼭 필요하다. 작금의 시대 상황이 자율신경실조증의 전조증상 같다. 이런 상황의 극복을 위해 견해를 달리하는 상대에게 극단적 저주보다 진심으로 걱정하고, 대안을 제안하는 대인배 정치는 없을까? 극단적 이념에 갇힌 덫을 걷어내어 건강한 자율신경계처럼 조화롭게 잘 정치하는 리더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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