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의 거대한 지각변동은 어느 날 예고 없이 들이닥치는 법이 없다. 땅을 뒤집어엎는 그 폭발적 에너지는 오래 전부터 소리 없이 축적되게 마련이다. 2026년 현재, 우리는 바로 그러한 세계사적 대전환의 임계점에 서 있다는 느낌이 든다.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촉발된 전쟁은 그간 반복돼온 중동 분쟁의 재연이 아니다. 그것은 앞서 벌어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국의 마두로 체포 등 일련의 사건과 함께 ‘신제국주의의 부활’을 예고하는 상징적 사건이다.
미국을 필두로 러시아, 중국 등 강대국들의 자국 이기주의는 국제법과 다자주의라는 가녀린 방패를 무력화하고 있다. 근육의 논리가 지배하는 ‘정글의 법칙’이 다시금 세계 질서의 기본값으로 회귀하고 있는 것이다.
대전환의 또 다른 축은 인공지능(AI)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이다. 이제 AI는 인간의 편의를 위한 도구를 넘어섰다. 그것은 인간 지능의 역할, 그 자체를 대체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이로 인해 산업구조뿐만 아니라 인류의 삶의 방식 자체가 송두리째 바뀌고 있다. 그 과정에서 노동의 가치는 재정의되고, 부의 편중은 국가 간·계층 간에 더욱 극심해질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기술의 발전 수준이 아니다. 인류가 농경 사회에서 산업 사회로 이행했던 것만큼이나 거대한 ‘문명사적 단절’이다. 데이터 패권을 쥔 국가와 기업이 세계를 지배하고, 그렇지 못한 쪽은 ‘디지털 소작농’으로 전락할 위기다. 이미 엔비디아, 애플, MS, 알파벳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어지간한 국가의 위상을 위협할 만큼 거대해졌으며, 이들이 설계한 알고리즘은 현대인의 사고방식까지 지배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시선을 국내로 돌려보면 개탄할 만한 장면이 펼쳐진다. 대한민국의 정치는 이 거대한 해일을 외면한 채, 손바닥만 한 땅뙈기의 경계선을 긋는 ‘와각지쟁(蝸角之爭)’에 매몰되어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 치의 땅을 더 차지하기 위한 드잡이가 한창이다. 심지어 그 드잡이는 당 대 당 뿐 아니라 당내 계파간에도 치열하다.
바야흐로 반도체, 배터리, 인공지능 등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산업은 글로벌 경쟁 한복판에 놓여 있다. 그런데 정치권은 규제 하나, 세제 하나를 두고도 정략적 계산에 매달린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의 마음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달팽이 왼쪽 뿔에 사는 무리와 오른쪽 뿔에 사는 무리가 싸워본들, 달팽이가 한 걸음 옮기면 그 싸움터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 그 사실을 정치권만 모르는 듯하다. 신제국주의의 파도가 덮치고 AI가 일자리를 잠식하는 생존의 기로에서, 누군가의 실언 한마디나 정파적 이해가 얽힌 특검 공방이 도대체 무슨 시대적 의미가 있단 말인가.
대한민국 정치는 이제 달팽이 뿔 위에서 내려와야 한다. 더 늦기 전에 고개를 들어 지평선 너머에서 몰려오는 검은 구름을 보라.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누가 이기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남느냐’에 대한 응답이다. 역사의 거대한 수레바퀴는 멈추지 않는다.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 그 바퀴는 축복이 아니라 가혹한 형벌이 될 뿐이다.
임혁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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