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열고 강력 비판
“각 군의 전통·정체성 파괴 행위
안보 정책에 효율성 잣대 안돼
나라 생존 문제 이성적 판단을”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은 16일 정부·여당의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폐합 결정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임종득 의원실 제공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하나로 통합한 4년제 ‘국군사관학교’를 대전 자운대에 창설하기로 결정하면서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미래전 대비와 국방 효율성을 내세워 군 교육체계의 전면 개편을 추진하고 있으나 야당인 국민의힘은 각 군의 전문성을 말살하는 졸속이자 감정적인 정책이라며 즉각적인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16일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국군사관학교 창설 기본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사관학교 통합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각 군 사관학교가 병립하면서 발생하는 자원 중복과 분산 투자 등의 비효율성이 심각하다”며 통합의 필요성을 강력히 제기했다.
안 장관은 생도 2천900여 명을 양성하는 데 장성 7명과 3천여 명의 지원 인력이 투입되는 비효율을 지적하며 카이스트와 국방과학연구소 등이 밀집한 대전 자운대를 과학기술 기반의 최첨단 스마트 캠퍼스 입지로 낙점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야당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을 지낸 군 장성 출신의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경북 영주시영양군봉화군)은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결정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임 의원은 “지금까지 육·해·공군 사관학교는 각 군의 전통과 정체성을 지키고 대한민국 국군의 정예 장교를 양성하는 요람 역할을 해왔다”며 “이를 통폐합하겠다는 것은 각 군의 전통과 정체성을 없애겠다는 말과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해군사관생도는 바다를 보고 냄새를 맡으며 대양해군을 꿈꿔야 하고, 공군사관생도는 활주로에서 비행훈련을 하며 우주를 지향해야 하며 육군사관생도는 산야를 누비며 지상작전을 구상해야 한다”며 “전문성 없는 합동성은 모래 위에 성을 쌓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특히 임 의원은 정부가 내세운 ‘효율성’ 논리에 대해 “안보 문제를 단순한 효율과 비효율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고 일축했다. 과거 보수 정부에서도 두 차례 통합을 검토했으나 실익보다 부작용이 훨씬 커 추진하지 않았던 것임을 상기시키며 우리와 안보 환경이 완전히 다른 캐나다의 사례를 들거나 전작권 회복 대비를 명분으로 내세우는 것은 “억지 주장”에 불과하다고 규탄했다. 또한 “현장을 모르는 졸속 발상”이라며 이미 20여 개의 군 교육기관이 밀집해 있어 추가적인 대규모 사관학교 부지 확보가 어려운 자운대의 현실을 꼬집었다.
국회 국방위원장을 지낸 성일종 의원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집권 세력이 ‘육사에 대한 증오’ 때문에 육사를 완전히 말살시키려는 목적에서 밀어붙이는 정책”이라며 “나라의 생존이 걸린 국방 정책은 감정이 아니라 냉철한 이성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정부와 여당은 국군사관학교 설치법을 신속히 처리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야당의 거센 반발과 앞서 육·해·공사 총동창회의 조직적인 저항도 있었던 만큼 국회 입법 과정과 여론 수렴 단계에서 극심한 진통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진오기자 kimj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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