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현 한국딥러닝 대표. [출처=한국딥러닝, 오픈피알]
"창업은 커리어와 건강, 인간관계를 모두 걸어야 하는 고된 과정입니다. 하지만 우리 기술이 현장 실무자의 업무 부담을 덜고 만족도를 높이는 모습을 볼 때 그간의 고생은 확신으로 바뀝니다."
김지현 한국딥러닝 대표는 최근 서울 서초구 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국딥러닝은 자체 비전-언어 모델(VLM) 기반 지능형 문서 해독 및 비전 AI 솔루션을 제공하는 딥테크 기업이다. 김 대표는 최근 기술력을 인정받아 여성 최초로 '포브스코리아 30세 미만 30인' 딥·엔터프라이즈 테크 부문에 선정됐다.
2019년 22세에 창업한 김 대표가 인공지능(AI) 기술 중 '문서'를 사업 아이템으로 택한 이유는 디지털 문서를 쓰지 않는 조직은 없지만, 이를 처리하는 AI 기술 수준은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김 대표는 "과거 광학문자인식(OCR) 기술이 글자만 인식했다면, 실제 산업 현장에서는 특정 값을 분류하고 맥락을 이해하는 기술이 필수적"이라며 시장의 괴리를 메우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내실 다진 5년 '부트스트래핑'…투자 없이 누적 매출 100억원
한국딥러닝은 외부 자금에 의존하는 일반 스타트업과 달리, 초기 5년간 자체 수익으로 회사를 키우는 '부트스트래핑(Bootstrapping)' 방식을 고수했다.
김 대표는 "내 자본 100만원으로 1억원의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데, 외부 자금 100억원을 받는다고 1000억원짜리 유니콘 기업을 만들 수 있겠냐는 의문이 들었다"며 "시장에서 고객이 비용을 지불할 만한 '실제 작동하는' 기술을 완성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뚝심은 5년간 누적 매출 100억원 달성이란 실적으로 증명됐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120억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해 글로벌 확장 발판을 마련했다.
◆"AI의 가치는 시간 단축…포장된 창업 환상 버려야"
김 대표의 경영 철학은 '시간'이다. 그는 AI를 "사람의 시간을 찾아주는 도구"로 정의한다. 수기로 운송장을 입력하느라 하루 10~11시간씩 일하던 택배 기사들의 업무를 지능형 문서 AI로 자동화해 근무 만족도를 높인 것이 대표적이다.
김 대표는 "솔루션 도입 후 업무 시간이 단축돼 근무 만족도가 높아졌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며 "실무에서 중요한 것은 'OCR 기술이 있다'는 과시가 아니라, '문서를 실제 업무 데이터로 완벽히 바꿀 수 있는가' 하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예비 창업가들에게 현실적인 조언도 건넸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서류만 잘 쓰면 수천만 원의 지원금을 받는다'며 창업을 쉽게 포장하는 현상을 우려하면서다.
그는 "창업은 이른바 '데스밸리(Death Valley·죽음의 계곡)' 구간에서 98%가 살아남지 못하는 생존 게임"이라며 막연한 긍정론을 경계했다.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 구조상 큰 부와 명예를 얻는 이들도 있지만 이는 일부이며, 자신의 커리어가 무너질 수 있는 리스크까지 객관적으로 분석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다만 20대 등 이른 나이의 창업 도전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잃을 것이 적고 에너지가 넘치는 시기인 만큼,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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