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봇대에 부착된 카드 대출 광고물. (사진=뉴스웍스DB)
[뉴스웍스=차진형 기자] 대부업권 해킹 사고가 잇따르자 금융감독원이 업계 CEO들을 긴급 소집했다.
단순 전산 사고 수준이 아니라 고객정보 유출과 피싱 범죄까지 이어지면서 금융당국도 대응 수위를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금감원은 13일 김형원 민생금융 담당 부원장보 주재로 상위 20개 대부업체 CEO와 간담회를 열고 보안 수준 강화를 강하게 주문했다.
최근 일부 대부업체에서는 해킹으로 고객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사고는 직원들이 업무용 PC로 외부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하는 과정에서 악성코드에 감염되며 시작됐다.
해커들은 악성코드에 감염된 업무용 PC를 발판 삼아 내부 DB와 업무 시스템 접근을 시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접근통제와 방화벽 등 보안 체계가 취약한 업체들은 침입을 막지 못했고, 일부 고객정보 유출까지 발생했다.
금감원은 이번 사고의 본질을 단순 해킹보다 '보안 인프라 부실'로 보고 있다.
대부업권 역시 신용정보법상 ▲침입차단·탐지 시스템 구축 ▲개인신용정보 암호화 ▲악성 프로그램 차단 등 보안 의무를 지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투자와 관리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정보보안 중요성을 상대적으로 간과했던 것이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해킹 이후다. 해커들은 탈취한 고객정보를 다크웹에 판매하려 하거나, 언론 공개를 빌미로 업체를 협박하며 금전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사례에서는 대부업체 명의를 도용한 피싱 범죄도 확인됐다. '코인을 보내면 채무를 면제해주겠다'는 이메일을 고객에게 발송하는 방식이다.
금감원은 이미 지난 3월 관련 소비자경보를 발령한 상태다. 금융권에서는 대부업 이용자의 특성상 신용 취약계층 비중이 높아 2차 피해 가능성이 더 크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감원은 이번 간담회에서 강도 높은 보안 대책을 요구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업무용 PC 인터넷 접속 제한이다.
금감원은 SNS와 뉴스 검색 등 외부 인터넷 사이트 접속까지 엄격히 제한하라고 권고했다. 악성코드 유입 자체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이와 함께 전문 보안업체 보안진단, 취약점 즉시 개선, 신용정보 암호화 강화, 침입탐지 시스템 구축 등도 주문했다.
특히 금감원은 보안조치 미흡으로 개인정보가 유출될 경우 최대 50억원 과징금과 기관·임직원 제재가 가능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대부업계 역시 보안 강화 필요성에는 공감했다. CEO들은 간담회에서 정보보안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소비자가 안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다만 영세 업체들은 현실적 부담도 호소했다. 전문 보안 시스템 구축과 유지 비용이 만만치 않은 데다, IT 인력 확보 역시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대형 금융회사 수준의 보안 규제를 동일하게 적용받고 있지만 실제 대응 여력은 크게 차이 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사태를 대부업권 신뢰 문제로 보고 있다.
대부업은 특성상 민감한 개인정보와 금융정보를 다루는 산업이다. 그만큼 보안 사고가 발생할 경우 소비자 불안이 훨씬 크게 확산될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 금융권 전반에서 해킹 시도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보안 수준이 낮은 업권이 새로운 공격 표적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대부업권에서도 정보보안이 단순 IT 문제가 아니라 '생존 인프라'로 떠오르고 있다는 평가다.
금감원은 앞으로 상위 대부업체 보안진단 결과를 토대로 추가 취약점 개선을 지도하고, 보안 미흡으로 인한 정보 유출 사고에는 엄정 대응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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