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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천 국가 공기업 통합론’ 효율 앞에 흔들리는 경쟁력

지난 6월 지방선거를 전후로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천항만공사 등 인천 지역 주요 국가 공기업의 통합 논란이 불거지며 지역 경제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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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국가 공기업 통합론’ 효율 앞에 흔들리는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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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06 5면

‘인천공항·항만공사’ 밀실 논의 우려 목소리

정부, 500여 곳 중복기능 점검·통합대상 검토

재정 효율화·장기적 공공서비스 품질 유지 목표

대규모 인프라 필요 ‘한국공항公’와 역할 달라

수익 분산시 ‘제5활주로·제3여객터미널’ 차질

항만공사 ‘전략사업’ 중고차 수출 클러스터 영향

해수부 의존도 상승… 지역성 연계 개발 어려워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

지난 6월 지방선거를 전후로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천항만공사 등 인천 지역 주요 국가 공기업의 통합 논란이 불거지며 지역 경제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천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두 기관의 통합 논의가 공론화 과정 없이 밀실에서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과 함께 통합이 현실화할 경우 각 기관의 전문성, 경쟁력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공공기관 통합 대상에 오른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인천항만공사

정부는 500개가 넘는 공공기관의 중복 기능을 점검하고, 이를 토대로 통합해야 할 대상을 검토하고 있다. 이 가운데 공항·항만 분야 공기업들을 합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항 분야에서는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 등의 통합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고, 항만에서는 인천·부산·울산·여수광양 등 전국 4대 항만공사를 하나로 묶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정부가 내세우는 명분은 공공기관 효율화다. 비슷한 기능을 하는 공기업이 기관별로 분산돼 있어 인사·회계·기획·지원 기능이 중복된다는 이유다.

3개 공항 운영기관을 통합하면 인천공항에 국제선과 환승 수요가 집중되는 구조를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지방공항 활성화와 신공항 건설 정책을 원활하게 추진하려면 공항 운영체계도 하나로 묶어야 한다는 게 정부 논리다. 통합 공항공사 체제가 완성되면 공항별 노선 유치와 시설 투자, 운영 전략을 국가 전체적으로 조정할 수 있고, 지방공항의 활용도를 높이는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게 근본적인 취지다.

정부가 4대 항만공사 통합을 추진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인천·부산·울산·여수광양 등 각 항만공사가 개별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면 항만 간 기능이 중복되거나 과잉 경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통합 논의의 배경이다. 컨테이너나 자동차, 벌크(컨테이너에 실리지 않는 화물), 액체화물 등 화물 종류에 따라 처리 기능을 항만별로 배분하면 투자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재정 부담을 줄이려는 목적도 있다. 공공기관별로 따로 이뤄지는 투자나 시설 관리, 조직 운영을 통합하면 재정 운용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 이를테면 각 항만이나 공항에 공통으로 필요한 물품을 대량으로 통합 발주하면 물품 구매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수익성이 낮은 시설을 개별 관리하지 않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공공서비스 질을 유지하고, 재정 효율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인천항만공사 등 인천 지역 주요 국가 공기업 통합 논의를 진행하면서 지역 경제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천 영종도에 있는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옥. /인천국제공항공사 제공

■ 공항공사 통합론에 인천공항 허브 경쟁력 약화 우려

인천 지역사회에서는 기능과 역할이 다른 공항 운영기관을 세부 특성에 대한 검토 없이 ‘효율화’라는 큰 틀에서만 묶어 통합을 논의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항 운영기관 통합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인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의 역할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다. 인천공항공사는 동북아 허브공항 경쟁을 위해 국제선 네트워크 확대와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필요한 조직인 반면, 한국공항공사는 지방공항 활성화와 공공서비스 제공 기능이 크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통합이 이뤄지면 인천공항의 허브 전략이 지방공항 운영 논리에 묶여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재정 문제도 핵심 쟁점이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야 할 가덕도신공항 건설 사업이나 지방공항 적자 보전에 인천공항의 수익이 분산되면 인천공항 미래 투자 여력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제5활주로와 제3여객터미널을 건설하는 인천공항 5단계 사업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

인천공항은 현재 싱가포르 창이공항, 중국 상하이푸동 공항, 베이징공항, 일본 하네다공항, 나리타공항 등 동북아시아 주요 공항들과 허브공항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신규 노선을 유치하고 환승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화물·물류 인프라 확충이 중요한 시점이지만, 통합 이후 재정 여력이 분산되면 투자 속도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공항 관련 기관 통합이 실제 지방공항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합 이후 지방공항에 운수권이나 인센티브를 배분하더라도 충분한 배후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노선 유지가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2019년부터 2024년까지 국토교통부가 배분한 국제선 항공 운수권 가운데 인천공항에 한정된 비율은 약 15%에 그쳤지만, 일부 지방공항에서는 수요 부족으로 운항이 중단되거나 취항이 무산되는 사례가 이어졌다. 운수권 배분이나 공항 운영체계 개편만으로는 지방공항 활성화에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인천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인천공항의 수익이 허브공항 경쟁력 강화가 아닌 다른 공항 운영·건설 비용을 보전하는 데 쓰인다면 국내 공항 산업 경쟁력 자체가 약화할 수 있다”며 “자칫 지방공항 활성화와 인천공항 허브 경쟁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인천항만공사 등 인천 지역 주요 국가 공기업 통합 논의를 진행하면서 지역 경제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인천항만공사 사옥. /인천항만공사 제공

■ 항만공사 통합론에 인천항 전략사업 지연 우려

항만공사 통합이 현실화하면 인천항의 주요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도 크다. 지금은 인천항만공사가 인천항의 물류 수요와 지역 산업 여건에 맞춰 세부적인 개발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통합 항만공사가 출범하면 부산·울산·여수광양항 등 다른 항만과 예산과 투자 순위를 다투게 된다.

특히, 인천항이 경쟁력을 키워야 할 중고차 수출 클러스터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역 항만업계는 우려한다.

인천항은 그동안 인천지역에 밀집한 중고차 수출 업체를 기반으로 전국 중고차 수출 물량의 80% 이상을 처리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고차 수출 인프라 조성이 늦어지면서 부산·평택·군산 등 다른 항만에 점유율을 빼앗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통합 항만공사가 만들어지면 자동차 수출 여건이 이미 조성된 다른 항만을 중심으로 관련 기능이 배분될 수 있고, 인천항의 중고차 수출 인프라 투자가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

항만공사 통합이 인천 신항 활성화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인천항은 수도권 수출입 화물을 직접 처리하는 관문항 역할을 하고 있으나, 통합 이후 부산항 중심의 컨테이너 항만 정책이 강화되면 이를 보조하는 항만으로 전락할 수 있다. 신규 항로 유치와 항만 배후단지 개발 등 인천 신항 활성화 사업이 현재 물동량을 유지하는 수준에 머물 수 있다는 게 인천 항만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통합 이후 해양수산부에 대한 의존도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것도 우려하는 부분이다. 통합 항만공사 체제에서는 인천항 현장 물류 수요보다 중앙정부의 항만 기능 배분 논리가 우선될 수밖에 없다. 인천항만공사가 자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이 감소하게 되면 지역 산업과 연계한 항만 개발 계획 수립과 실행이 더욱 어려워진다.

인천 항만업계 한 관계자는 “공공기관 효율화 필요성은 일부 인정하지만, 4대 항만공사를 일률적으로 통합하는 것은 항만별 특성과 현장성을 반영하기 위해 도입된 항만공사 제도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항만공사 해외사업소를 공동 운영하거나 이를 바탕으로 4개 항만공사가 함께 포트세일즈를 추진하고, 전산·회계 시스템을 표준화하는 등 현 제도 안에서 운영 효율을 높이는 방안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주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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