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드라마 ‘닥터X’, 5·18 헬기사격 피해자의 고통 조명
5·18 총상 파편 46년 간직 아픔 그려…헬기 사격·트라우마 재현
시청률 21.3% 자체 최고 기록…안방극장에 오월의 상처 되새겨
2026년 10월 25일(일) 21:00
지난 24일 방영된 SBS 금토드라마 ‘닥터X’ 6화에 등장한 광주 금남로의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위 장면. <드라마 ‘닥터X’ 캡쳐>
시청률 20%대를 바라보는 SBS 금토드라마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가 5·18민주화운동 피해자의 아픔을 조명해 눈길을 끌고 있다.
5·18 당시 총상을 입고 46년간 고통 속에 살아온 피해자의 사연을 다룬 가운데, 보수 성향 유튜버 등은 5·18을 의학 드라마 소재로 활용했다며 문제 삼았다. 급기야 방영 중단을 요구하는 국회 청원까지 제기됐지만, 해당 회차는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지난 24일 방송된 ‘닥터X’ 6화에서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총상을 입은 환자 오상범(하성광 분)의 사연이 그려졌다. 일본 의학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김지원이 주인공 계수정 역을 맡았다.
극 중 오상범은 1980년 5·18 당시 형을 잃고 헬기 사격으로 부상을 입은 인물이다. 당시 의료 기술로는 머리에 박힌 총알 파편을 제거하지 못해 평생 파편을 품은 채 살아왔다. 경련과 발작, 환각에 시달리면서도 시신조차 찾지 못한 형에 대한 죄책감으로 치료를 거부한 채 지내왔다.
피해자 모임 관계자들은 오상범의 머리에 남은 총알 파편이 당시 상황을 밝힐 증거가 될 수 있다며 수술을 요청했다. 계수정은 수술에 따르는 위험을 감수하고 오상범의 치료에 나서면서, 오랜 세월 고통받아 온 피해자의 삶을 마주하게 된다.
광주를 배경으로 한 장면도 눈길을 끌었다. 등장인물들이 518번 버스를 타고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피해자를 만나는 모습이 그려졌으며, 1980년 5월 당시 금남로 시위 장면도 연출됐다. 전두환을 연상시키는 ‘지두석 전 대통령’도 등장했다. 사우나 도중 의식을 잃은 그는 기총소사를 자행한 ‘그 헬기’를 타고 이송된다. 이 장면은 오상범의 상처와 오버랩되면서 5·18의 비극과 피해자들의 트라우마를 부각했다.
방송 이후 일부 보수 성향 유튜버와 시청자들은 드라마에 5·18 관련 내용이 등장한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극의 주요 소재인 의학과 무관한 정치적 논쟁 사안을 끌어들였다는 주장과 함께 방영 중단을 요구하는 국회 청원도 제기됐다.
해당 회차는 방영됐고 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 시청률 19.5%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제작사 스튜디오S의 이옥규 책임프로듀서(CP)는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드라마 포스터와 함께 ‘노 피어(NO FEAR·두려움 없다)’라는 문구를 게시하기도 했다.
드라마에서 다룬 계엄군의 헬기 사격은 2018년 국방부 5·18민주화운동 특별조사위원회 조사에서 사실로 확인됐으며, 이후 법원에서도 역사적 사실로 인정됐다.
전두환씨는 2017년 출간한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부인하고, 이를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형사재판에 넘겨졌다.
2020년 11월 광주지법은 헬기 사격이 실제 있었다고 판단하고 전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전씨가 2021년 11월 항소심 도중 사망하면서 이 판결은 확정되지 못했다. 2022년 1월 재판부가 형사소송법에 따라 공소기각 결정을 내리면서 형사재판은 종결됐다.
형사재판과 별개로 진행된 회고록 관련 민사소송에서는 지난 2월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지난 2월 12일 5·18기념재단 등 4개 단체와 조비오 신부의 조카 조영대 신부가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차종수 5·18기념재단 행정지원실장은 “드라마 소재로 나온 5·18 당시 총탄 파편을 몸에 지닌 채 살아가는 피해자들의 고통은 진상조사 과정에서도 확인된 사실”이라며 “당시 의료 기술로 파편을 제거하지 못해 4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고통 속에 살아가는 피해자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왜곡 가해자들이 진실을 부정하고 왜곡에 대한 반성조차 하지 않는 상황에서 피해자들의 아픔을 알리고 역사적 진실을 바로 세우려는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도선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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