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정 성균관대 정보통신대학 연구교수
현재 AI는 학습 능력과 표현력 면에서는 이미 인간을 뛰어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논리적으로 깊이 있는 추론을 한다거나 복잡한 계획을 체계적으로 세우는 데에는 아직 부족함을 보인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주목받고 있는 개념이 바로 온톨로지(Ontology)이다.
놀랍게도 온톨로지는 아리스토텔레스가 기원전 4세기(약 2400년 전)에서 범주론(Categories)과 형이상학(Metaphysics)에서 규정한 세상에 존재하는 사물들의 관계와 본질을 설명한 개념이다. 온톨로지는 단순한 데이터 저장을 넘어, 데이터들 사이의 의미 있는 관계를 정의하고 이해하는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데이터베이스가 ‘A’와 ‘B’라는 항목과 그 속성만을 기록한다면, 온톨로지 기반 시스템은 A와 B가 어떤 관계인지, 그리고 그 관계가 변화할 때 다른 요소들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까지 함께 파악한다.
이러한 특징을 실제 상황에서 예를 들어보자. 전쟁터에서 위성 사진 한 장은 그 자체로는 단순한 이미지에 지나지 않지만, 이를 드론의 실시간 영상과 연결하여 해석하면 적군이 이동 중이라는 상황 인식으로 이어지고, 나아가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까지 가능해진다.
현대전은 이제 인공지능(AI) 인프라의 수준이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온톨로지를 비롯한 AI 기반 국방 기술 역시 단순한 보조 수단을 넘어, 현대 전쟁의 수행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이 전쟁 영역에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데이터 분석 기업인 팔란티어(Palantir)를 중심으로 한 자동화된 전쟁이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팔란티어는 방대한 데이터를 정제하고 이를 온톨로지 기반으로 실시간 분석해 제공함으로써 현대전의 양상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 발전의 이면에는 단순한 진보라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매우 냉혹한 현실 또한 함께 존재한다.
데이터 분석을 넘어선 암살 대상 목록 자동화: 프로젝트 메이븐
프로젝트 메이븐(Project Maven)은 팔란티어 기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 프로젝트는 드론, 위성, 통신, 정찰기, 금융흐름 등에서 수집되는 방대한 자료를 분석해 잠재적 위협 대상을 식별하는 첨단 감시 시스템이다. 주요 적대 인물이나 범죄 조직을 추적, 식별하는 목적으로 개발되었으며, 2026년 중동 지역 분쟁에서도 전장관리 플랫폼으로 활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시스템의 핵심은 흩어져 있는 대규모 데이터를 통합하고, 이를 직관적인 형태로 재구성해 실시간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데 있다. 실제 전장에서는 이러한 분석 결과가 공격 대상과 타격 지점을 선정하는, 이른바 ‘제거 대상 목록(Kill List)’을 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작전성공 가능성과 경제적 비용까지 시뮬레이션을 해주므로 이는 AI가 단순한 지원 도구를 넘어, 전략적 정보전의 핵심 자산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물론 이러한 기술은 군이 더욱 신속하고 정밀한 판단을 내리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민간인 피해나 기반 시설 파괴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 역시 내포하고 있어, 자동화된 전쟁이 가져올 윤리적, 사회적 문제를 함께 드러내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가치관 변화: 테크노 밀리터리즘의 부상
팔란티어의 공동 창업자인 피터 틸과 알렉스 카프는 단순한 기술 창업가를 넘어, 기술과 안보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해 온 인물들이다. 이들은 언어와 정보가 어떻게 전략적 자산이 될 수 있는지를 강조하며, 국방 기술에 대한 실리콘밸리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과거에는 많은 기술 기업이 국방 계약을 꺼리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점점 더 많은 테크 기업들이 미국 국방부와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며, 이른바 ‘테크노 밀리터리즘’의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
이와 함께, 기존 산업화 시대에 구축된 국방 인프라에 AI 기술을 결합하는 작업이 현대 국방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팔란티어는 이러한 흐름의 중심에서 미군뿐 아니라 중동 지역 여러 국가로까지 영향력을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한편, 유튜브 등에 공개된 팔란티어의 홍보 영상을 보면 자사의 기술을 매우 정교하고 세련된 이미지로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영상은 마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연상시키는 연출을 통해 복잡한 전장 상황을 하나의 통제 가능한 시스템으로 표현한다. 그 과정에서 전쟁의 참혹함은 뒤로 물러나고, 지휘자가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듯한 원클릭 솔루션의 미학이 전면에 부각되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그림1: The Future of Warfare | Palant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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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의 마지막에는 "Battles are won before they begin." (전투는 시작되기 전에 이미 승패가 결정된다.) 이라는 문장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이러한 마케팅은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전쟁을 마치 깨끗하고 정밀하게 설계 가능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일종의 환상을 심어준다. 이는 복잡하고 유혈이 낭자한 전장의 현실을 컴퓨터 게임으로 가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AI 인프라 보호와 사이버 보안
AI 인프라가 전쟁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됨에 따라 공격 목표에 AI 구동의 토대가 되는 데이터 센터가 주요 타격 목표가 되었다. 예를 들어 2026년 3월 초에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중동 지역 데이터 센터가 드론 공격을 받아 물리적 피해를 입고 서비스 중단 사태가 발생했다. 기술 인프라를 무력화하는 공격은 물리적 공격뿐 아니라 사이버 공격을 포함한다. 앤스로픽이 공개한 모델 미토스(Mythos)는 인간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보안 취약점을 순식간에 찾아내고, 그에 맞는 공격 시나리오까지 자동으로 구성하는 능력을 보여준다. 실험 과정에서는 격리된 환경을 스스로 우회하려 하거나, 활동 기록을 삭제하려는 시도까지 관찰되며, AI가 단순한 도구를 넘어 자율성을 가진 사이버 무기로 형태로 진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전쟁의 영역이 물리적 전장 뿐 아니라 기술 인프라와 사이버 보안으로 확장되었음을 알 수 있다.
글을 마치며
팔란티어는 더 이상 중립적인 기술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제는 전쟁 수행 방식과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에까지 깊이 관여하는, 하나의 적극적인 행위자로 부상하고 있다. 이 기업의 성장은 단순한 사업적 성공을 넘어, AI 기술력이 곧 국가의 방어 역량과 직결되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보여준다.
현대전의 양상도 크게 달라졌다. 과거처럼 탱크, 미사일, 핵무기와 같은 병력의 규모나 물리적 전력만으로 승패가 갈리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강력한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한 변수가 되었다. 이제 AI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전장의 지휘관처럼 작동하며, 국제 정치와 안보 환경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미디어와 대중의 역할 역시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단순히 기술 기업의 성장이나 해당 기업의 주가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이 사회와 윤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감시와 비판이 필요하다. AI가 주도하는 현대전은 더 이상 편리한 기술의 문제에 그치지 않으며, 인류의 생존과 윤리의 기준 자체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훨씬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글. 이희정 성균관대학교 정보통신대학 연구교수, 스카이칩스 인공지능 기술 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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