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룡(왼쪽) 도전과나눔 이사장, 양준호 인천대학교 경제학 교수가 20일 '제88회 도전과나눔 기업가정신 포럼'에서 말하고 있다. (사진=박광하 기자)
[뉴스웍스=박광하 기자] 교세라의 창업주, 다이니덴덴(현 KDDI) 설립자, 일본항공 JAL 회장을 역임한 이나모리 가즈오의 이타심 경영이 기업 경영인들의 마음에 울림을 줬다.
교세라 아메바 경영 추진 본부가 실리콘밸리 1500개 기업을 3년간 분석한 결과 상위 30% 기업의 90% 이상이 이타심 경영을 실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파산 직전까지 몰렸던 일본항공을 이나모리가 무보수로 경영을 맡아 임직원의 영성을 일깨운 결과, 세계 평균 항공사 이윤율의 세 배에 달하는 8%를 기록하며 V자 회복에 성공했다.
사단법인 도전과나눔은 20일 서울 강남구 GS타워에서 '제88회 도전과나눔 기업가정신 포럼'을 열었다.
'기업의 존재 이유를 다시 묻다, 이타경영'을 주제로 진행한 이날 포럼에서 양준호 인천대학교 경제학 교수가 이타경영의 정신을 강조했다. 양 교수는 이타심 경영이 기업 혁신의 핵심 동력이라고 역설했다. 많은 이들이 이타심과 기업 경쟁을 상충 관계로 보지만, 나와 임직원·협력사·고객·지역사회가 연결돼 있다는 영성을 바탕으로 타인을 먼저 배려하는 경영이 오히려 장기 성장의 동력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나모리 가즈오와 6차례 직접 독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교세라 창업 초기 일화를 소개했다. 직원들이 고용 보장을 요구하며 반발했을 때, 이나모리 가즈오는 '전 직원의 물심양면 행복 추구'를 경영 목표로 세우고 성과를 임직원과 나누는 문화를 만들었다고 회상했다.
양 교수는 "경영자가 먼저 이타심을 일거수일투족에 녹여야 임직원들이 공감하고 자발적으로 이타적 경영에 참여하게 된다"며 "이것이 KDDI가 통신 후발 주자임에도 일본 최대 이동통신사로 성장할 수 있었던 근본 원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타심 경영이 이나모리 가즈오가 새롭게 제창한 게 아니라 일본 중세 상인 집단 오미상인이 700~800년 전부터 '사는 사람도 좋고, 파는 사람도 좋고, 세상도 좋아야 한다'는 삼포요시(三方良し)로 실천해온 경영 철학과 맥이 닿는다고 덧붙였다.
도전과나눔이 20일 '제88회 도전과나눔 기업가정신 포럼'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박광하 기자)
김형수 트리플래닛 대표이사는 '숲으로 세상을 바꾸다: 트리플래닛의 임팩트 경영'을 주제로 강연했다. 트리플래닛은 2010년 설립 이후 전 세계 14개국에 446개 숲을 조성하고 115만 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은 소셜벤처다.
김 대표는 케이팝(K-pop) 팬클럽의 자발적 이타심을 스타 이름의 숲 조성으로 연결하는 프로젝트, 오드리 헵번 가족과 협력해 조성한 세월호 '기억의 숲', 네팔 지진 피해 농가에 커피 나무를 심어 자립을 지원한 사례를 소개하며 이타적 대의가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의 토대가 된다고 강조했다.
김현진 하티웍스 대표이사는 '우리는 왜 이타 경영을 하는가:시각장애인이 주인인 기업 하티웍스'를 주제로 강연했다. 2018년 설립된 하티웍스는 '안마사'로만 한정됐던 시각장애인의 직업 선택지를 넓히겠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시각장애인을 외국인 대상 한국어 전문 강사로 양성하는 사업을 개척했다.
설립 이후 170명 이상의 장애인을 고용하고 40여 개 기업과 연계한 하티웍스는 장애인 직무 개발과 포용적 일터 조성이 사회적 가치와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동시에 실현하는 이타 경영의 실증 사례임을 보여줬다.
행사 모더레이터로 참여한 이금룡 도전과나눔 이사장은 "49년간 스타트업을 지켜보면서 가장 안타까운 점은 자신의 사업이 장기 레이스인지 단기 레이스인지 구별하지 못한 채 마라톤 코스를 100m 달리기처럼 뛰다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라며 "최소 10년은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야 진정한 내공이 쌓이고, 그때부터의 성공이 비로소 자기 실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1990년대 롯데호텔에서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 강연을 들으러 30만원이 넘는 입장료를 내고 직접 찾아갔는데, 그 강연 하나가 내 인생을 바꿨다"며 "1등이 되려면 전략이 필요하지만, 초일류 기업이 되려면 철학이 필요하다는 말이 지금도 가슴에 새겨져 있다"고 언급했다. 이 이사장은 그러면서 "이제 AI도 좋고 다양한 전략도 필요하지만, 정말 본질적으로는 고객과 직원과 사회를 위해 일하는 것이 결국 최고의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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