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올해 소비자물가도 2.2% 상당폭 상회할 것"... 중동 사태가 부른 '고물가·고환율'에 발 묶였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다시 한번 동결하며 신중한 행보를 이어갔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10일 오전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지금과 같은 연 2.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7명의 금통위원 만장일치였다. 이로써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된 금리 동결 기조는 7회 연속, 약 9개월째 이어지게 됐다. 다음 금통위가 오는 5월 말 예정된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10개월 동안 금리가 동결되는 셈이다.
이번 결정의 주요 배경은 '불안정한 중동 정세'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물가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7일 미국과 이란이 극적으로 휴전에 합의하며 잠시 숨통을 틔우는 듯했지만, 이스라엘의 헤즈볼라 폭격으로 휴전 조건이었던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완전 개방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정세 불안은 여전한 상황이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결문에서 "중동전쟁으로 물가의 상방압력 및 성장의 하방 압력이 함께 증대되고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상황에서 앞으로 중동사태 관련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면서 사태의 추이와 파급영향을 좀 더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국내 경제에 관해서는 중동사태 이후 경제 심리가 약화되는 등 성장의 하방압력이 커지고 있다며 올해 국내 성장률이 당초 예상한 2.0%보다 더 떨어질 걸로 전망했다. "앞으로 국내경제는 반도체 수출 호조 및 추경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가격 상승 및 공급 차질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당초 예상보다 둔화되면서, 금년 성장률이 지난 2월 전망치(2.0%)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물가도 당초 예상치를 상당 폭 웃돌 걸로 내다봤다. 금통위는 "앞으로 물가상승률은 국제유가 상승의 영향으로 상방압력이 크게 확대되겠지만 정부의 물가안정 대책이 이를 일부 완화하면서 2%대 중후반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라 금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2월 전망치(2.2%)를 상당폭 상회할 것으로, 근원물가 상승률도 당초 전망(2.1%)보다 다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불안정한 환율 흐름도 금리 동결 결정에 영향을 줬다. 지난 3월 중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1500원 선까지 치솟으며 시장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원·달러 환율은 중동 사태가 소강 국면에 접어들자 1470원대까지 내려왔지만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고환율이 수입 물가 상승을 자극해 내수 물가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만큼, 금리를 낮춰 원화 가치를 추가로 떨어뜨리기에는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했던 걸로 보인다.
수도권 주택 가격 상승세도 한 몫 했다. 금통위는 "가계대출은 정부의 거시건전성정책 강화 기조 지속으로 낮은 증가세를 이어갔으며, 수도권 주택가격은 정부 대책 등의 영향으로 오름세가 둔화되고 가격상승 기대도 약화되었지만 추세적 안정 여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시장은 이번 결정 후 '예상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금리 동결 발표 직후인 오전 10시 기준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0.20% 소폭 오른 1,479.00원을 기록했다. 같은 시간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1.94% 상승한 5890.38포인트를, 코스닥은 1.75% 오른 1,094.85 포인트를 나타냈다.
한편, 이번 결정은 임기 만료를 앞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주재하는 마지막 금통위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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