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 오는 27일 이사회서 1조1700억 유상증자 안건 논의
농협은행 5000억·NH투자증권·캐피탈 등 비은행 계열사 순차 배분
CET1 12.03% 주요 지주 최하위…농지비 연 8000억 자본 축적 발목
비상장 한계 역출자로 돌파…2030년까지 108조 생산적 금융 뒷받침
올해 1분기 금융지주 4위를 탈환한 NH농협금융이 2년 연속 1조원대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력 강화에 나선다. 고질적 약점으로 지목됐던 자본 부족 문제를 주주의 역출자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이찬우 농협금융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사진=NH농협금융]
[중앙이코노미뉴스 정재혁] 올해 1분기 금융지주 4위를 탈환한 NH농협금융이 2년 연속 1조원대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력 강화에 나선다. 고질적 약점으로 지목됐던 자본 부족 문제를 주주의 역출자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이찬우 농협금융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오는 27일 이사회를 열고 농협금융을 대상으로 1조1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증자가 확정되면 NH농협금융지주가 같은 달 29일 이사회를 열고 주요 계열사의 자본확충 방안을 확정한다. 농협은행에 4000억~5000억원 규모의 증자가 이뤄지고 NH투자증권과 NH농협캐피탈 등 비은행 계열사에도 나머지 자금이 순차적으로 투입될 예정이다.
농협금융은 지난해에도 은행·증권 등 계열사 경쟁력 강화를 위해 1조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시행한 바 있다. 2년 연속 1조원대 자금을 수혈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농협금융이 잦은 증자에 나서는 배경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농협금융은 농협중앙회가 지분 100%를 보유한 비상장사로, 상장 금융지주와 달리 자본시장을 통한 유연한 자본 조달이 어렵다. 여기에 농협 계열사들이 매년 중앙회에 납부하는 농업지원사업비(농지비)가 내부 유보 여력을 갉아먹는 구조도 문제다. 지난해 농협금융이 부담한 농지비는 6503억원이었으며, 올해 2월 농협법 개정으로 부과율 상한이 기존 영업수익의 2.5%에서 3.0%로 높아지면서 계열사 합산 농지비는 연간 8000억원 수준에 달할 전망이다.
실제로 자본 건전성도 악화하고 있다. 농협금융의 올해 1분기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12.03%로 직전 분기(12.25%)보다 낮아졌으며 2023년 말(12.90%) 대비 0.87%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KB·신한·하나금융 등이 13%대를 유지하는 것과 비교하면 자본 완충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핵심 계열사인 농협은행의 총 자본 규모도 올해 1분기 말 기준 25조9250억원으로 KB국민은행(39조574억원)보다 14조원 적다.
자본 확충의 또 다른 이유는 생산적 금융 실행에 있다. 농협금융은 올해부터 5년간 108조원 규모의 생산적·포용금융을 공급하는 'NH 상생성장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중소기업·스타트업 대출을 늘리면 위험가중자산(RWA)이 증가하고 이는 CET1 하락으로 이어지는 만큼 선제적 자본 수혈 없이는 생산적 금융 자금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NH투자증권과 관련해서는 단순 자본 확충 이상의 의미도 거론된다. 농협금융은 NH투자증권 지분 약 62%를 보유하고 있어 완전 자회사 체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지배구조 안정 필요성이 지속 제기돼 왔다. 이번 증자 자금 일부가 NH투자증권 재출자에 활용될 경우 지배력 강화와 연결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증자를 중앙회가 금융지주 성장의 발목을 잡던 구조에서 방향을 바꾸기 시작한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실제로 농협금융의 1분기 순이익은 868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7% 급증하며 우리금융을 압도해 4위 자리를 탈환했다. 2년 연속 중앙회가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역출자하면서 빼앗기기만 하던 자금이 금융 자산으로 돌아오는 환류 체계가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자본 확충은 금융회사의 기초체력과 위기 대응 능력을 개선하는 필수 과정"이라며 "이번 유상증자 규모 등이 최종 확정되면 생산적 금융 확대와 수익 다각화 전략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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