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틱 이어 美 방산 시장 공략…현지 생산 체계 구축해 경쟁력 강화
MS·구글과 미래 함정 개발 협력…AI 접목한 스마트 전투체계 고도화
지상 무기부터 해상 기술까지…투트랙 전략으로 글로벌 영향력 확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2025년 8월 26일(현지 시간) 필라델피아 한화 필리조선소에서 열린 미국 해양청 발주 국가안보 다목적선 '스테이트 오브 메인'호 명명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태양광·우주항공·방산·에너지 등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을 전면에서 이끌며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김동관 부회장이 경영을 맡은 이후 핵심 계열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조345억원으로 전년 대비 75% 증가했고 매출은 26조6078억원으로 같은 기간 137% 급증했다. 지상 방산 부문 수주잔고만 37조2000억원에 달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약진 뒤에는 김동관 부회장의 글로벌 방산 시장 공략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부회장이 진두지휘하는 한화그룹은 지금 지상과 해상이라는 두 개의 전선에서 동시에 움직이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유럽 발틱 지역에서 잇따른 수출 계약으로 신뢰 자산을 쌓아가고 있고 한화오션은 마이크로소프트·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와 손잡고 AI 기반 미래 함정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상 무기와 해상 함정, 수출 실적과 기술 고도화라는 두 축이 맞물리며 그룹 차원의 방산 포트폴리오 전략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습이다.
천무 다연장로켓. 사진=한화
먼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에스토니아에 천무 다연장 정밀유도무기 3문을 추가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KOTRA와 에스토니아 국방투자센터가 정부 간 방식으로 계약을 맺은 것으로 지난해 12월 첫 도입 계약을 체결한 지 5개월 만에 이뤄진 후속 계약이다.
첫 계약 규모는 약 2억9000만 유로로 발사대 6문과 ▲CGR-080 ▲CTM-MR ▲CTM-290 등 3종의 미사일 그리고 운용·교육 지원이 포함됐다. 에스토니아는 현재 ‘국가국방발전계획 2031’에 따라 다연장로켓 전력을 빠르게 현대화하는 중이다. 방산업계에서는 이번 후속 계약이 단순한 추가 물량 확보가 아니라 한화가 에스토니아의 요구 일정에 맞춰 제때 납품해낸 실행력이 재계약으로 이어진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노 페브쿠르 에스토니아 국방장관은 “이번 천무 추가 도입은 에스토니아 국방력 강화에 큰 의미가 있으며 한화와의 협력이 지속적으로 긴밀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직접 평가했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는 “앞으로도 발틱 지역에 한화의 방위 설루션을 적극적으로 소개하며 에스토니아의 신뢰받는 전략적 파트너로 위상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K9 자주포 수출로 시작된 양국의 방산 협력이 천무로 이어지면서 발틱 지역이 한화의 유럽 지상 방산 공략을 위한 거점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더 나아가 지난해 말 미국 델라웨어주에 현지 법인을 설립해 K9 자주포용 탄약과 추진장약을 직접 생산하는 체계도 구축 중이다. 세계 최대 방산 시장인 미국을 정조준하는 동시에 현지 생산 밸류체인을 갖춰 수주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19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열린 ‘제4회 차세대 스마트 함정 기술 연구회’에서 한화오션 특수선사업부장 어성철 사장(사진 가운데)이 행사 발표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화
해상에서는 한화오션이 AI 기술을 함정 설계와 운용 전반에 접목하는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화오션은 19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제4회 차세대 스마트 함정 기술 연구회’를 열었다. ▲MS ▲구글 클라우드 코리아 ▲서울대 ▲충남대 ▲다쏘시스템 ▲한화시스템 등 국내외 빅테크·학계·방산업체 전문가 120여명이 참석한 대규모 행사다. 각 세션에서는 AI와 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함정의 설계·운용·유지보수 체계를 혁신하는 방법론이 폭넓게 다뤄졌다.
MS는 사람의 지시 없이도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AI 에이전트’ 중심의 인프라 구축 전략을 소개했고 구글 클라우드 코리아는 데이터 주권을 보장하는 소버린 AI와 함정 체계와 직접 상호작용하는 물리적 AI 개념을 제시했다. 한화시스템은 AI와 무인 자동화 기술을 결합해 함정 운용에 필요한 병력을 줄이는 ‘스마트 배틀십’ 개념도 내놨다. 인구절벽 시대에 병력 의존도를 낮추면서도 전투력을 유지해야 하는 해군의 실질적 과제와 맞닿아 있는 접근이다.
노명일 서울대 교수는 지난 19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열린 ‘제4회 차세대 스마트 함정 기술 연구회’에 참석해 “함정 설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통적인 방식에 머무르기보다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포용해야 한다”며 산·학·연 협력을 통한 지속적인 기술 고도화를 주문했다. 어성철 한화오션 특수선사업부장 사장은 “함정이 최첨단 기술이 살아 숨쉬는 거대한 유기체로 진화해야 한다는 믿음으로 치열한 연구 개발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두 계열사의 행보를 그룹 차원에서 들여다보면 한화가 방산 포트폴리오를 입체적으로 키워가고 있다는 그림이 선명해진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실전 납품과 재계약을 통해 시장 신뢰를 다져가는 동안, 한화오션은 민·관·학·군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미래 기술 선점에 나서는 방식으로 역할을 나누고 있다.
이 같은 투트랙 전략의 중심에는 김동관 부회장이 있다. 그는 방산을 넘어 에너지·우주 분야까지 그룹의 미래 먹거리 전략을 총괄하며 경영 보폭을 꾸준히 넓혀왔다. 재계에서는 한화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이 가시적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서 김동관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경영 승계 구도가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한화가 수출로 실적을 쌓으면서 동시에 미래 기술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며 “이 흐름이 이어진다면 K-방산 전체의 경쟁 방식이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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