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산업 맞춤형 ‘실전 인재’ 양성소…전문대 공학 교육, 글로벌 표준 넘봐
반도체·배터리·모빌리티 등 첨단산업 교육과정 대전환에 앞장서는 전문대
현장 미러형 실습실과 산학 일체형 모델로 글로벌 인력난의 해법 제시
로봇응용기술교육센터 전경 (사진=울산과학대)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대한민국 경제 성장의 엔진이었던 공학 교육이 이제는 ‘K-EDU’의 핵심 브랜드가 되어 세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과거 단순 기능 인력 양성에 머물던 전문대학 공학 계열은 이제 AI, 로보틱스, 반도체, 이차전지 등 첨단 신산업을 이끄는 실무형 전문 기술 인재의 요람으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특히 기업 현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현장 미러형(Mirroring)’ 교육 환경과 대학과 기업의 경계를 허문 산학 일체형 커리큘럼은 글로벌 교육 시장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으로 평가받는다.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산업 현장의 문제를 대학 안에서 해결하고 즉시 투입 가능한 ‘전문가급 인력’을 양성하는 한국 특유의 시스템이 글로벌 기술 인력난의 실질적인 대안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 신산업 지도 새로 그리는 전문대… 첨단 공학 실무 인재 양성 '박차' =
국내 전문대학들은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소멸 위기라는 거센 파도 속에서 공학 교육의 ‘질적 혁신’을 통해 정면 돌파에 나서고 있다. 특히 ASU 서밋 등에 참여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확인한 대학들을 중심으로 첨단 분야 인재 양성 사례가 돋보인다.
울산과학대는 산업 수도 울산의 이점을 극대화해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등 세계적 기업과 연계한 모빌리티 및 스마트 팩토리 교육에 강점을 보인다. 특히 보건 분야에서 검증된 ‘UC간호시뮬레이션’ 운영 노하우를 공학에 접목, AR/VR 실습실을 통해 위험도가 높은 산업 현장 기술을 가상 환경에서 안전하게 학습하는 첨단 시스템을 구축했다.
대구보건대, 대전보건대, 광주보건대는 '한달빛글로컬보건연합대학'을 통해 초광역 보건·의료 공학 특성화를 실현하고 있다. 이들은 AI 기반 헬스테크 및 재활 기기 설계 등 융합 공학 분야에서 글로벌 표준 교육과정을 구축하며,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해외로 교육 모델 수출을 추진 중이다.
연암공대는 LG그룹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스마트 소프트웨어 및 전기차 부품 분야의 맞춤형 인재를 기른다. 산업계의 기술 변화를 즉각 반영하는 ‘모듈형 커리큘럼’은 기업이 원하는 기술 사양을 교육과정에 실시간으로 녹여내 산학 간극을 최소화한다.
대림대는 미래 자동차 특성화 대학으로서 자율주행 및 전기차 정비 분야에 특화되어 있으며, 기업 전문가가 직접 수업에 참여해 현장 기술을 전수하는 실전형 수업을 강화하고 있다. 구미대는 전자·반도체 분야 특화 교육을 통해 높은 취업 경쟁력을 입증하며, 현장 직무와 일치하는 교육과정을 운영 중이다.
재능대와 오산대는 각각 반도체 및 스마트 제조 전공을 통해 지역 산업단지에 최적화된 인력을 공급한다. 특히 재능대는 AI와 로봇 기술을 산업 현장에 접목하는 융합 교육에 집중하고 있으며, 오산대는 현장 미러형 실습 환경을 통해 학생들의 직무 적응력을 높이고 있다.
삼육보건대는 라이즈(RISE) 사업을 기반으로 지역사회 건강 증진과 연계된 생활밀착형 헬스케어 공학 인프라를 구축 중이며, 동강대와 동의과학대 역시 지역 특화 산업과 연계된 공학 기술 교육을 통해 지역 정주 인력 양성의 핵심 축 역할을 하고 있다. 서정대는 외국인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의 우수한 공학 기술을 교육해 국내 산업 현장에 공급하는 정주 인력 전환 모델의 선두 주자로 꼽힌다.
대림대 반도체학과는 반도체공학기술 학위과정에 대해 공학기술교육 인증을 획득했다. (사진=대림대)
■ 글로벌 기술 인력난의 해법, 'K-TVET' 모델 주목 =
최근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이 한국 전문대의 공학 정책에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는 명확하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디지털 전환으로 인해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수천만 명의 기술 인력이 부족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론 중심의 4년제 학위만으로는 첨단 산업의 빠른 변화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과 유럽 시장은 특히 한국의 '빠른 기술 적응력'에 주목한다. 독일의 도제 교육 ‘아우스빌둥(Ausbildung)’이 전통적 강점이긴 하나, AI와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현시점에서는 기술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한국의 '모듈형 직업교육'이 더 효율적이라는 분석이다.
한국 전문대의 '현장 미러형 실습실'은 실제 업무 현장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환경을 제공해 실무 역량을 높이는 비결로 꼽힌다. 이러한 강점은 미국 제조업 리쇼어링 정책 등으로 인한 기술 인력 확보 과제에 실질적인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외 국가들이 원하는 것은 교육 시스템 전체가 아니라 ‘특정 프로그램의 이식’이라고 조언한다. IPP 장기실습 모델이나 마이크로디그리 인증 체계 등을 모듈 단위로 수출하는 전략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한국공학대 관계자는 “한국의 직업교육이 해당 국가의 제조업을 부흥시키는 촉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연암공대 AIDX센터. (사진=연암공대)
■ “K-공학, ‘시스템 수출’로 글로벌 교육 영토 확장해야” =
전문대 관계자들은 이제 한국의 공학 교육이 국내를 넘어 세계로 뻗어 나가는 ‘교육 수출’의 주역이 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 전문대 관계자는 “해외에서 주목하는 것은 우리의 단편적인 커리큘럼이 아니라, 산업 변화에 맞춰 교육 과정을 유연하게 개편하고 이를 실제 취업으로 연결하는 전체 시스템”이라며, “단순히 유학생을 유치하는 것에서 나아가, 한국의 우수한 공학 교육 모델을 해외 대학에 이식하는 'K-EDU 플랫폼' 구축이 향후 전문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미국과 유럽의 교육 관계자들이 한국의 직업교육훈련(TVET) 시스템에 주목하기 시작한 지금이 기회”라며, “국가별 산업 구조와 인프라 분석을 통한 맞춤형 설계로 K-공학이 전 세계 산업 현장의 ‘표준’이 되도록 대학과 정부가 정책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교육 수출'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한국 고등교육 시스템의 해외 이전을 본격화하는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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