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2년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BMW드라이빙센터에서 올리버 집세 BMW CEO와 만나 배터리 및 전장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등기이사 선임 이후 단행했던 1호 인수합병(M&A) '하만'이 인수 10년 만에 삼성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는 핵심 축으로 우뚝 섰다.
당시 9조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을 두고 쏟아졌던 고가 매수 논란과 시너지 불확실성이라는 우려를 비웃듯, 하만은 매출 2.2배, 영업이익 26배 폭증이라는 경이로운 실적으로 답했다. 이제 하만은 단순 오디오 제조사를 넘어 삼성의 반도체·정보통신 기술과 결합해 글로벌 전장 시장을 주도하는 업체로 거듭난 모습이다.
◇ 영업이익 26배 '수직 상승'···부품 넘어 솔루션 기업으로 =
22일 업계에 따르면 하만은 지난해 매출 15조7833억원을 기록하며 인수 직후인 2017년 대비 2.2배에 달하는 외형 성장을 이뤄냈다.
단순히 몸집만 불린 것이 아니다. 더욱 고무적인 대목은 수익성의 질적 변화다. 인수 초기 500억원대에 머물며 시장의 우려를 자아냈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1조5311억원까지 치솟으며 26배 이상 수직 상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에 따른 영업이익률은 9.7%로, 제조업 꿈의 고지로 통하는 10%선을 목전에 뒀다. 이는 이 회장이 하만 인수 후 삼성 특유의 치밀한 공정관리 노하우를 이식하고, 당장의 성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전폭적 투자와 뚝심을 아끼지 않은 결과로 풀이된다.
하만 전장 솔루션 (사진=삼성전자)
이 회장은 인공지능(AI)과 5G, 전장 등을 삼성의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하만을 그 핵심 전초기지로 활용하며 시너지를 극대화했다.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디지털 콕핏이다. 삼성전자의 고성능 차량용 반도체 엑시노스 오토와 세계 최고 수준의 디스플레이 기술이 하만의 사용자경험(UX) 설계 노하우와 맞물리며 폭발적 시너지를 냈다. 결과적으로 하만은 지난해 해당 분야 글로벌 점유율 1위를 기록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단순 부품 공급을 넘어 차량 경험을 혁신하는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난 것이다.
미래 모빌리티 핵심인 커넥티드카 솔루션 역시 삼성의 5G 기술이 이식되면서 날개를 달았다. 초고속·초저지연 인프라를 기반으로 위성 통신까지 아우르는 하만의 기술력은 자율주행 시대를 앞당기는 동력으로 평가받는다.
업계에서는 하만의 질주가 이 회장의 영업 활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이 회장은 직접 BMW, 페라리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 최고경영자(CEO)들과 잇따라 회동하며 하만의 기술력을 알려왔다. 의사결정권자를 넘어, 현장을 누비며 글로벌 파트너십을 확장하는 '영업사원 1호' 역할을 한 것이 하만의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2025년 12월 23일 자회사 하만을 통해 독일 ZF의 ADAS 사업을 인수했다. 왼쪽부터 마티아스 미드라이히 ZF CEO, 손영권 하만 이사회 의장, 크리스천 소봇카 하만 CEO 겸 오토모티브 부문 사장 (사진=삼성전자)
◇ '초격차' 의지 담긴 M&A 본능···자율주행 '미래 선점' =
이 회장은 하만의 성장 잠재력을 더욱 극대화하기 위해 추가 M&A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승부수는 자율주행 분야에서 확인됐다.
하만은 지난해 말 독일의 세계적 부품사 ZF의 첨단운전자보조기능(ADAS) 사업부를 약 2조6000억원에 인수하며 업계를 놀라게 했다. ZF ADAS 사업부는 자율주행의 눈이라 불리는 스마트 카메라 모듈 분야에서 세계 1위 점유율을 기록 중인 핵심 부서다. 특히 20년 넘게 축적해온 방대한 자율주행 데이터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 기술 보물 창고로 평가받는다.
투자의 보폭은 유럽 전초기지인 헝가리로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약 2300억원을 투입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연구개발(R&D) 센터를 구축하고, 하만의 전장 생산 기지를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이는 단순 생산 효율화를 넘어, 유럽 현지 완성차 업체들과의 밀착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적 포석이다.
하만 JBL 블루투스 스피커 플립 7 (사진=삼성전자)
전장 사업 질주만큼이나 매서운 곳은 하만의 뿌리이자 전통적 강점인 오디오 분야다. 하만은 최근 마시모의 오디오 사업부를 전격 인수하며 글로벌 오디오 시장의 판도를 다시 한번 뒤흔들었다. 이번 인수를 통해 하만은 바워스앤윌킨스(B&W), 데논, 마란츠 등 글로벌 하이엔드 브랜드들을 포트폴리오에 편입시키는 저력을 과시했다. 이로써 하만은 보급형부터 최상위 라인까지 아우르는 생태계를 완성하게 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하만은 모기업 삼성전자의 전폭적인 지원과 과감한 선제 투자를 발판 삼아, 미래 모빌리티와 라이프스타일 혁신을 이끄는 성장 동력이 됐다"며, "하만이 보유한 독보적인 전장·오디오 기술력에 삼성의 차세대 정보통신 역량을 결합해, 글로벌 고객들이 일상의 모든 순간에서 초격차 기술을 경험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과 전략적 투자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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