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매서운 비바람은 제가 맞겠다"... 이례적 대국민 사과 메시지
삼성, 총파업 대비 웨이퍼 투입량 조절·HBM 중심 생산 재편 착수
업계 "생산차질보다 더 무서운 건 고객 신뢰 붕괴...최대 100조 손실 우려"
김영훈 노동부 장관·중노위까지 움직였다...재계선 긴급조정권 요구 확산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결국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대국민 사과로까지 번졌다. 총파업 위기가 장기화되며 글로벌 고객 신뢰와 AI 반도체 경쟁력 우려가 커지자 삼성 총수가 직접 "다 제 탓으로 돌리겠다"며 수습 전면에 나선 것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이하 초기업노조)의 강경 기조가 결국 총수 공개 사과라는 초유의 상황까지 몰고 갔다는 지적이 나온다. AI 반도체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시점에 성과급 확대와 상한 폐지 요구를 둘러싼 노사 충돌이 장기화되면서 삼성 내부를 넘어 국가 핵심 산업 경쟁력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는 분위기다. [편집=윤남웅 기자, 그래픽=구글 제미나이(Google Gemini) 생성 이미지]
[중앙이코노미뉴스 윤남웅]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결국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대국민 사과와 반도체 생산라인 비상관리 체제로까지 번졌다. 총파업 위기가 장기화되며 글로벌 고객 신뢰와 AI 반도체 경쟁력 우려가 커지자 삼성 총수가 직접 "다 제 탓으로 돌리겠다"며 수습 전면에 나선 것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이하 초기업노조)의 강경 기조가 결국 총수 공개 사과와 생산라인 비상 대응이라는 초유의 상황까지 몰고 갔다는 지적이 나온다. AI 반도체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시점에 성과급 확대와 상한 폐지 요구를 둘러싼 노사 충돌이 장기화되면서 삼성 내부를 넘어 국가 핵심 산업 경쟁력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는 분위기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은 이날 귀국 직후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희 회사 내부 문제로 불안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 전 세계 고객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노동조합 여러분, 삼성 가족 여러분, 우리는 한 몸 한 가족"이라며 "지금은 지혜롭게 힘을 모아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특히 "매서운 비바람은 제가 맞고 다 제 탓으로 돌리겠다"고까지 언급했다.
삼성 총수가 노사 갈등 문제로 직접 대국민 사과 형식의 메시지를 내놓은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재계에서는 이를 두고 삼성 내부 위기감이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까지 올라갔다는 신호로 보고 있다.
해외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6일 서울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에서 머리 숙여 사죄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
실제 삼성전자는 총파업 가능성에 대비해 반도체 생산라인 비상관리 체제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신규 웨이퍼 투입량 조절과 함께 HBM(고대역폭메모리) 중심 생산 믹스 재편, 수율 안정화 대응 등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산업 특성상 일반 제조업처럼 파업 이후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공정 흐름과 웨이퍼 투입량 자체를 조정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미 이 단계 자체가 사실상 "실질적 피해 시작"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최근 삼성전자가 처한 상황은 과거와 차원이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AI 반도체 경쟁이 급속도로 재편되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확대와 파운드리 정상화, 첨단 패키징 경쟁력 회복이라는 중대한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이런 시점에 총파업 리스크까지 현실화할 경우 단순 생산 차질을 넘어 글로벌 고객사 신뢰 훼손과 공급망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업계에서는 특히 HBM4와 차세대 AI 메모리 경쟁이 본격화되는 현 시점을 삼성전자에 가장 중요한 분기점 중 하나로 보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들의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와 함께 HBM 공급 경쟁이 급격히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생산 안정성 자체가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외국계 증권사들과 투자업계에서는 삼성전자 노사 갈등 장기화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산업 특성상 고객사는 단순 생산량보다 안정적인 공급 능력을 더 중요하게 보기 때문에 반복적인 노사 리스크 자체가 삼성 경쟁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지금 삼성이 싸우고 있는 상대는 국내 경쟁사가 아니라 엔비디아와 TSMC, 글로벌 AI 공급망"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내부 갈등으로 시간을 허비할 여유가 있느냐는 우려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삼성 내부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전날(15일) 전영현 DS부문장 부회장을 비롯한 핵심 경영진이 직접 평택 노조 사무실을 방문했고 정부 역시 중앙노동위원회를 중심으로 중재 수위를 높이고 있다. 오는 19일 예정된 교섭에는 중앙노동위원장까지 직접 참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에서는 사실상 정부도 이번 사안을 단순 사업장 갈등이 아니라 국가 기간산업 리스크 차원에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해석까지 나온다.
삼성전자 DS부문 경영진이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와 만나 대화하는 모습 (사진 왼쪽 위부터 투쟁본부 정승원 국장, 이송이 부위원장, 최승호 위원장, 김재원 국장) 사진 오른쪽 위부터 삼성전자 박용인 사장, 한진만 사장, 전영현 부회장, 김용관 사장). [사진=삼성전자]
총수는 "다 제 탓"...노조는 여전히 성과급·상한 폐지 압박
노조 측 역시 이날 일부 완화된 메시지를 내놨다. 노조는 공보를 통해 "회장님의 사과내용도 확인했다"며 "신뢰 회복의 시간이 걸릴 수 있겠지만 함께 갈 수 있도록 이번 교섭부터 노력해주면 좋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사측 대표교섭위원도 기존 김형로 부사장에서 여명구 피플팀장으로 교체됐다. 업계에서는 삼성 내부에서도 기존 교섭 방식의 한계를 인정하고 분위기 전환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노조는 동시에 "DS 부문의 경우 85% 가입으로 사실상 모두 노조원"이라고 강조하며 기존 투쟁 명분과 대표성 역시 재차 부각했다.
재계에서는 이 대목을 두고 삼성 총수와 경영진은 공개 사과와 교섭라인 교체, 생산라인 비상관리까지 감수하며 수습에 나서고 있는데 노조는 여전히 성과급 확대와 상한 폐지 요구를 핵심 전제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 노조의 요구는 단순 임금 인상 수준이 아니라 영업이익 기반 성과급 구조 개편과 상한 폐지까지 포함돼 있어 업황 변동성이 큰 반도체 산업 특성과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된다.
노조는 현재 영업이익 15% 성과급 배분과 OPI(초과이익성과금) 상한 폐지, 성과급 제도화 등을 핵심 요구안으로 유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파업 참여 의사를 밝힌 인원이 4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 평택사업장 앞에서 ‘투쟁결의대회’중인 삼성전자 초기업노조. [사진=삼성전자 초기업노조]
실제 반도체 업계는 호황과 불황 사이클이 극단적으로 반복되는 산업이다. 업황 악화 시 대규모 적자와 투자 축소 가능성까지 감수해야 하는 구조에서 성과급 체계를 지나치게 고정화할 경우 미래 투자 여력과 연구개발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단순 생산 감소보다 더 위험한 것은 "신뢰 붕괴"라는 분석도 나온다. AI 반도체 시장은 가격보다 안정적 공급 능력이 핵심인데, 총파업 리스크 자체가 글로벌 고객사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업계에서는 제조라인이 전면 중단될 경우 수십조원에서 최대 100조원 규모 손실 가능성까지 거론한다. 단순 생산 감소뿐 아니라 고객 이탈과 공급망 불안, 시장 점유율 하락 등 장기적 손실까지 포함한 수치다.
최근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최근 보고서에서 "18일간 파업이 이어질 경우 종료 이후에도 자동화 라인의 재가동과 안정화 과정에 추가로 2~3주가 소요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특히 공급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글로벌 고객사들이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 경쟁사로 물량을 돌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AI 반도체 시장은 한 번 공급망 신뢰가 흔들리면 고객 이탈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재계와 산업계에서는 정부가 긴급조정권 검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긴급조정권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76조에 따라 국민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을 경우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는 제도다.
발동 시 최대 30일간 쟁의행위가 중단되고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절차가 강제 진행된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와 중노위, 회사까지 계속 대화를 요청하고 있는데도 노조가 강경 투쟁 일변도로 가는 모습에 산업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반도체는 단순 제조업이 아니라 국가 전략산업인 만큼 지금은 총파업보다 공급망 안정과 경쟁력 유지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심지어 이재용 회장까지 직접 나서 '매서운 비바람은 제가 맞고 다 제 탓으로 돌리겠다'며 대국민 사과를 한 상황"이라며 "총수까지 고개를 숙이며 수습에 나섰다면 이제는 노조 역시 강경 대치보다 삼성 경쟁력과 글로벌 시장 현실을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내부에서도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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