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마운자로, 장기 치료·만성질환 데이터 누적
체중감량 효과· 안정성 확보돼 수요자 갈수록 증가
K-바이오, 제형 변경·장기지속형 등 차별화 강조
마운자로. 한국릴리 제공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GLP-1) 기반 비만치료제가 3년 이상 전 세계적으로 투약되면서 단순한 체중감량을 넘어선 치료 효능과 장기적인 안정성 데이터가 누적되고 있다.
고용량 주사를 지속해서 투약할 경우 평균 20% 수준의 체중 감량 효과를 확인한 임상 데이터가 공개되는가 하면, 여성건강(폐경기)을 넘어 암 확산 억제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까지 나오고 있다.
단순히 미용이나 체중계 숫자를 줄이는 것을 넘어 건강수명을 늘린다는 데이터가 나오며, 비만치료제 양대 산맥인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만성질환 치료제로 위상이 격상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올 1분기 마운자로는 87억달러(약 13조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의약품에 올랐다. 위고비 역시 이름만 다를 뿐 사실상 같은 약인 오젬픽을 더하면 마운자로 판매액에 육박할 것이란 게 의약계의 중론이다.
이런 가운데 후발주자인 한국 제약사들이 위고비와 마운자로를 넘어설지 관심이 모인다. 두 약을 넘어서는 것은 큰 도전이다. 위고비·마운자로는 3년간 검증된 안전성 데이터가 확보된 데다 수백만 명의 처방데이터까지 보유하고 있어 수요가 더 높아지고 있어서다.
◇ 위고비, 조기반응자·폐경기 데이터로 치료 범위 확장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티드) 투여환자 중 조기반응자의 체중이 평균 28%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폐경기 여성에서도 19~23%의 체중 감량 효과가 있었고, 편두통과 우울증 위험도 감소시킨다는 데이터도 공개됐다. 노보 노디스크의 ‘스텝업’ 임상 세부 분석 결과에 따르면 비당뇨 비만 성인 1407명을 대상으로 72주간 진행된 무작위 배정 이중맹검 위약대조 3상 임상에서 위고비 고용량인 7.2㎎을 투여받은 환자의 전체 평균 체중 감량은 20.7%였다.
24주 내 15% 이상 체중이 빠진 조기 반응자는 평균 27.7% 체중이 감량됐다. 조기 반응자들은 전체의 26.9%였다. 비조기 반응자의 체중 감량률은 15.4%였다.
위고비 2.4㎎을 투여받은 환자의 경우 72주차 기준 전체 평균 체중 감량률은 17.5%였다. 조기 반응자의 체중 감량은 24.8%, 비조기 반응자의 체중 감량은 13.2%다.
폐경기 여성을 대상으로 위고비 7.2㎎을 투여한 스텝업 임상 사후분석 결과도 발표됐다. 72주차 기준 폐경 전 여성의 평균 체중은 22.6%, 폐경 이행기 여성은 19.7%, 폐경 후 여성은 19.8% 각각 감소했다. 72주차에 모든 그룹에서 참가자의 절반 가까이가 비만에서 과체중 또는 정상 범위로 이동했다.
폐경단계별 위고비 7.2mg 투약 후 변화 *72주 기준 *자료=노보노디스크제약
비만과 심장 질환을 동반한 폐경 이행기·폐경 후 여성을 대상으로 위고비 2.4㎎의 심혈관 보호 효과 분석 결과도 나왔다. 폐경 이행기 여성은 MACE(심혈관 사망 + 비치명적 심근경색 + 비치명적 뇌졸중) 위험이 42%, 폐경 후 여성은 13% 각각 감소했다. 미국에서 진행된 대규모 실사용 연구에서 위고비 단독 투여군은 호르몬 치료 단독군 대비 편두통과 우울증 발생 위험도 유의미하게 낮았다.
편두통의 경우 위험 감소율은 42~45%, 우울증 위험 감소율은 25%였다.
◇ 일라이릴리 “고용량 주사에서 저용량·경구제로 바꿔도 치료 효과 유지”
일라이릴리는 최근 고용량 인크레틴 기반 주사제 치료 이후 저용량 터제파타이드 또는 경구 GLP-1 수용체작용제로 전환해도 체중 감량 효과가 상당 부분 유지된다는 3b상 임상 결과를 공개했다.
임상에서는 최대 내약용량(MTD)의 인크레틴 기반 주사제 치료를 받은 비만 환자가 초기 60주 동안 오픈라벨로 터제파타이드 MTD 10㎎ 또는 15㎎을 투여받았다.
이후 최소 5% 이상의 체중 감량을 달성하고 치료를 유지한 참가자들은 52주 유지 치료 기간 동안 터제파타이드 5㎎, 터제파타이드 MTD 지속 투여, 위약군으로 무작위 배정됐다. 연구 결과 터제파타이드 MTD를 1년 더 유지한 환자군은 이전의 체중 감량 효과를 모두 유지했다.
터제파타이드 5㎎으로 감량해 치료를 지속한 환자군도 평균 5.6㎏ 증가를 제외하고는 이전 체중 감량 효과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임상에 대해 일라이릴리 측은 “비만 치료에서 감량 이후 ‘유지’ 전략의 필요성을 보여준다”며 장기간 치료를 지속할 수 있는 다양한 옵션이 필요하다고 알렸다.
◇ 위고비·마운자로, 일부 암 확산 억제 효과까지
최근 영국 데일리메일은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 연구진들이 암 진단을 받은 후 GLP-1 약물을 사용하기 시작한 환자들의 암 확산을 늦출 수 있었다고 발표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연구진은 GLP-1 약물을 사용한 폐암, 유방암, 대장암, 간암 환자는 글립틴 약물을 복용한 환자에 비해 4기 암으로 진행될 확률이 38~50% 낮았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암세포들이 자라고 신체 다른 부분으로 퍼지는 데 쓰이는 자원인 종양 주변 염증과 지방을 줄이는데 해당 약물이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노보노디스크의 당뇨·비만치료제인 ‘위고비’와 ‘오젬픽’. 연합뉴스
◇ 국산 비만치료제, 위고비·마운자로 넘으려면 차별화 필요
위고비, 마운자로가 비만치료제의 표준치료제로 자리잡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제약사들은 임상시험 후기 기술을 도입하며 비만약 개발 전략을 다각화하고 있다. 한 번의 주사로 월 1회 이상 효과가 지속되는 비만치료제 개발을 진행하거나, 패치형 비만치료제, 경구형 비만약 등을 개발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최근 바이오 스타트업 티온랩테라퓨틱스와 비만 치료용 세마글루타이드 월 1회 장기지속형 주사제의 글로벌 개발 및 상업화를 위한 전략적 제휴 협약을 체결했다. 대웅제약은 연내 첫 환자 투약을 목표로 국내 임상과 글로벌 개발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JW중외제약도 2주 1회 피하주사(SC) 방식의 비만치료제를 국내에서 개발·상업화할 권리를 도입했다. 동국제약은 자체 보유한 마이크로스피어 기술을 기반으로 지속 기간을 2~3개월로 늘린 비만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와 함께 대웅제약은 마이크로니들 패치형 비만치료제 ‘DWRX5003’ 임상시험 1상을 진행하고 있다. 펩트론은 월 1회 장기 지속형 주사제 PT403을 개발 중이며, 인벤티지랩과 유한양행은 함께 월 1회 투여 주사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일동제약, 디엔디파마텍 등은 먹는 비만약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한미약품이 자체 기술로 개발한 GLP-1 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올해 말 국내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이 약이 한국인 체형을 반영해 개발한 만큼 부작용 부담을 완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HK이노엔은 아토매트릭스와 손잡고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차세대 비만 치료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HK이노엔은 신약 합성 및 생물학적 평가를 수행한다는 방침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비만치료제는 최근 체중 감량 효과뿐 아니라 종합적인 대사, 심혈관 건강을 개선하는 만성질환 관리 데이터가 쌓이고 있다. 이에 국내 후발주자들은 단순한 감량 효과 이상의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만 치료제 위고비. 노보노디스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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