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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슈 포커스] 노란봉투법이 바꾸는 산업 현장…원청 교섭 확대에 '노노...

생산성 제고와 인력난 대응을 위해 자동화와 자율화 투자를 확대해 온 기업들로서는 로봇과 AI 도입이 더... 일각에서는 AI와 로봇으로 인해 일자리 전체가 사라지기보다는 일자리 구조의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더...

[이슈 포커스] 노란봉투법이 바꾸는 산업 현장…원청 교섭 확대에 '노노...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쌍용자동차는 경영난을 겪으면서 대규모 구조조정을 발표했다. 이에 반발한 노동자들은 평택에 위치한 공장을 점거해 파업에 들어갔고, 파업 이후 노조와 노동자는 손해배상 청구에 들어갔다. 당시 청구금액은 47억원, 이 손해배상은 개별 노동자에게도 청구될 수 있었다.

이후 2014년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노란봉투 캠페인’을 진행해 쌍용차 노동자들의 손해배상을 돕는 운동을 펼쳤다. 이후 이 운동은 ‘노란봉투 운동’이 됐고, 법 이름으로 이어지게 됐다.

이 법은 2015년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라는 이름으로 발의됐으나, 19대 국회에서 실패 이후 2016~2020년 제 20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됐다. 결국 2023년 야당의 주도로 단독 처리됐다. 이후 지난해 정치 상황의 변화로 인해 9월 2일 국무회의를 통해 의결됐고, 올해부터 시행 단계로 들어갔다.

하지만 해당 법안의 통과는 모든 산업분야에 위치한 기업들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다. 노동계에서는 ‘노동권 보장’으로 보고 있지만, 기업에서는 ‘기업 리스크 확대’로 보기 때문이다.

이에 <본지>는 ‘노란봉투법’으로 인해 산업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고 어떤 영향이 미칠 지에 대해 자세하게 분석해봤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법률) 시행 첫날인 지난 10일 서울 세종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투쟁 선포대회에서 집회를 마친 민주노총 조합원 등이 행진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13일 노동계 등에 따르면 노란봉투법이 시행된 지난 10일 이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을 중심으로 원청을 상대로 한 단체교섭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교섭 요구를 받은 사용자가 이를 공고하도록 하고 다른 하청 노조 등이 공동 또는 단독으로 교섭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해 하청·용역 노동자라도 원청이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는 경우 교섭 의무를 부여한 점이 핵심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1일 개정 노조법 시행 첫날 오후 8시 기준 원청 사업장에 대한 하청노조의 교섭 요구 현황을 집계해 발표했다. 발표 자료에 따르면 시행 첫날 하루 동안 221개 원청 사업장을 대상으로 407개 하청 노조·지부·지회가 교섭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별로 보면 교섭 요구에 나선 하청노조 407곳 가운데 357곳이 민주노총 소속이었다.

금속노조 소속 하청노조 36곳(조합원 9700명)은 현대자동차·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HD현대중공업·한화오션·한국지엠 등 원청 16곳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했다.

건설산업연맹 역시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 등 원청 90곳을 대상으로 교섭 요구에 나섰다.

이 밖에도 은행권 콜센터, 대학 청소 노동자, 지자체 생활폐기물 민간 위탁업체 노동자, 백화점·면세점, 택배, 우정사업본부 등 다양한 업종의 하청노조가 교섭 요구에 참여했다.

한국노총 소속 하청노조는 42곳으로 포스코·쿠팡로지틱스서비스(CLS)·서울교통공사·한국철도공사·인천국제공항공사 등 원청 9곳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했다. 또 미가맹 하청노조인 서울시·경기도·한국공항공사 등의 조합원 5100명도 교섭 요구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지난 10일 즉시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한 곳은 포스코·쿠팡·한화오션·부산교통공사 등이다.

한국노총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금속노련)은 10일 0시 포스코 하청사 34개 노조의 위임을 받아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했고, 포스코는 해당 요구를 수용해 교섭 요구 사실을 알리는 공고문을 게시했다.

다만 포스코는 해당 공고가 33개 하청 노조의 위임을 받은 노조의 교섭 요구를 공고한 것이라며 실질적 지배력이 미치는 범위에 대해서는 향후 법적 판단을 거쳐 교섭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33개 하청 노조가 모두 교섭권을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 역시 법적으로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특히 포스코의 경우 협력업체 노조가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계열로 나뉘어 있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향후 교섭대표 노조 선정이나 교섭 단위 분리 여부 등을 둘러싸고 절차가 복잡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포스코 사례처럼 원·하청 교섭이 안정적으로 진행될 경우 조선·자동차·건설 등 하도급 구조가 발달한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한화오션 역시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의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했다. 그동안 한화오션은 법원에서 하청노조에 대한 사용자성이 인정돼 교섭 의무가 있다는 판결을 받았지만 실제 교섭에는 나서지 않았다.

쿠팡의 물류 자회사인 씨엘에스(CLS)는 한국노총 택배산업노조의 단체교섭 요구 공문을 접수한 뒤 전국 캠프(배송센터)에 교섭 요구 사실 공고문을 게시했다.

공공부문에서는 부산교통공사가 미화·콜센터 업무를 담당하는 부산지하철노조 운영서비스지부의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했고 경기 화성시도 생활폐기물 처리 민간위탁업체 노동자들이 소속된 공공운수노조의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했다.

한편 이날 하루 동안 하청노조 등에서 노동위원회에 총 31건의 ‘교섭단위 분리’ 신청이 접수됐다. 교섭단위 분리 신청이 접수되면 노동위원회는 먼저 원청의 사용자성을 판단한 뒤 인정될 경우 현장의 구체적인 상황을 고려해 분리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후 해당 교섭단위에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진행된다.

정부는 하청노조의 교섭 요구 등 현장 상황을 면밀히 파악해 주기적으로 공개함으로써 투명성을 높이고 노사 간 신뢰를 쌓는 여건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하청노조가 요구한 교섭 의제에 대해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될 경우 교섭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지방노동관서 전담팀 등을 통해 지원할 계획이다.

아울러 현장에서 사용자성 인정 여부 등에 대한 유권해석 요청이 있을 경우 ‘단체교섭 판단지원 위원회’를 통해 신속히 답변하고 축적된 전문가 자문도 주기적으로 공개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개정법 시행 초기 현장 질서가 빠르게 자리 잡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한전KPS·인천공항·현대차 사례 재조명...노란봉투법 이후 ‘노노갈등’ 변수

원청 노동자들과 하청 노동자들 간의 갈등을 표현한 그림. [사진제공=구글 제미나이]

하지만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원청 노조와 하청업체 노조 간 갈등, 이른바 ‘노노(勞勞) 갈등’이다.

이미 노란봉투법 시행 이전부터 일각에서는 원청 노조와 하청 노조 간 노노 갈등이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돼 왔다.

하청 노조의 교섭력이 강화될 경우 원청 정규직 노조의 교섭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또한 기업의 재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하청 근로자들이 원청을 상대로 임금 인상이나 복지 확대를 요구할 경우 원청 근로자에게 돌아가는 몫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갈등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러한 구조는 결국 원청 노조의 반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사례는 공공기관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특히 한국전력 산하 설비 정비 공기업인 한전KPS 노노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달 10일 정부가 기자회견을 통해 한전KPS 하도급 업체 근로자 약 600명을 직접 고용하겠다는 내용의 합의문을 발표하면서 노조간 갈등의 불씨가 다시 커졌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6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고 김충현 씨 사망 사고 이후 발전 산업의 안전과 고용 문제 해결을 위해 두 개의 노정 협의체를 구성했다. 하나는 민주노총이 참여해 고용과 안전 문제를 논의하는 ‘고용안전 협의체’이며, 다른 하나는 한국노총 전력연맹이 참여하는 ‘정의로운 전환 협의체’다.

그러나 노조 측은 정부가 민주노총 중심의 고용안전 협의체와 합의를 통해 이번 직고용 방침을 발표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노조는 직제와 처우 문제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노조 측은 “합의문에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반영한다고 돼 있지만, 노조는 이러한 전제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하도급 노동자들이 주로 수행해 온 업무는 취수계통, 주유, 소방, 조명 등 발전소 외곽 설비에 대한 기능적 성격의 업무인 반면, 한전KPS 정규직 노동자들은 터빈, 발전기, 전기 설비 등 발전소 핵심 설비에 대한 고숙련·고난도 기술이 필요한 정비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임금 등 근로조건은 한전KPS의 내부 규정에 따라 결정되는 구조임에도 전환 이전보다 임금과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협력업체 근무 기간을 경력으로 인정하겠다고 명시한 점 역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어 2020년 인천국제공항 정규직 전환 갈등이 꼽힌다. 해당 갈등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7년 5월 취임 직후 인천국제공항을 방문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하면서 본격화됐다.

당시 인천국제공항은 약 1만여 명에 달하는 비정규직 인력을 용역·파견 형태로 운영하고 있었다.

정부 방침에 따라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보안검색, 소방, 시설 운영 등 상시·지속 업무 종사자를 단계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전환 방식과 채용 절차를 둘러싸고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갈등이 확산됐다. 특히 2020년 협력업체 소속 보안검색원 약 19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기존 공사 정규직 직원들과 취업 준비생 청년층이 집단 반발하면서 갈등이 극에 달했다.

업계에서는 특히 자동차 산업에서 노노 갈등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2014년 현대자동차 노조가 사내하청 근로자를 특별고용하기로 한 합의안을 두고 노조 내부에서 갈등이 발생한 바 있다.

2014년 12월 4일자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틀 전 울산공장에서 열린 현대차 노조 대의원대회에서는 노조 집행부와 합의안 폐기를 주장하는 울산공장 사내하청지회(사내하청 노조)를 지지하는 노조 대의원들 사이에 치열한 논쟁이 이어졌다.

앞서 현대차 노사는 2014년 8월 18일 정규직 노사와 전주·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가 참여한 가운데 2015년까지 사내하청 근로자 4000명을 특별고용하고, 2016년 이후 직영 정년퇴직자 등 대체 인력 수요가 발생할 경우 하청 근로자를 일정 비율로 채용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한 달 뒤인 9월 18~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근로자지위확인 집단소송을 제기한 사내하청 노조원 1247명 전원에 대해 불법파견 판결을 내리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에 따라 특별협의 합의를 거부했던 울산공장 사내하청지회가 ‘특별고용이 아닌 사내하청 근로자 전원의 정규직 전환’을 주장하며 8월 합의안의 폐기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금속노조가 합의안 승인을 번복하면서 노노 간 갈등은 더욱 확대되는 계기가 됐다.

노란봉투법 이후 기업 대응 카드 ‘자동화’ 부상

지난 4일 코엑스에서 열린 에서 참가자가 현대글로비스 아틀라스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여당의 강행으로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서 기업들의 리스크가 가중되는 가운데, 기업들은 위기 대응 전략 중 하나로 자동화를 선택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자동화 설비에 초기 투자 비용이 들더라도 이후에는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인력 운용의 경우 노사 협상 과정이 필요하고 파업 가능성이나 인건비 변동 등의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부담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변화는 제조업 현장에서 민감한 쟁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생산성 제고와 인력난 대응을 위해 자동화와 자율화 투자를 확대해 온 기업들로서는 로봇과 AI 도입이 더 이상 단순한 투자 판단이 아니라 노사 협의와 교섭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논의의 중심에는 현대자동차그룹이 도입을 검토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공장에 아틀라스를 투입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며, 향후 국내외 제조 현장에서 유사한 로봇 투입이 본격화될 경우 노조가 이를 고용 안정과 직무 재편 문제와 연결해 교섭 의제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실제로 어느 정도의 인력 변화가 발생하는지는 개별 사업장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노동 규제가 강한 국가에서도 자동화는 이미 진행돼 왔다. 대표적으로 독일 제조업과 일본 자동차 산업에서는 자동화가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있으며, 이들 국가는 노동권 보호가 강하고 노조의 영향력도 큰 편이지만 동시에 자동화 수준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자동화가 모든 작업을 대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를 들어 조선업의 배관 설치나 선박 내부 작업, 유지보수와 같은 공정은 여전히 사람의 의존도가 높은 분야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AI와 로봇으로 인해 일자리 전체가 사라지기보다는 일자리 구조의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자동화 투자 속도가 빨라지는 대신 반복 노동은 감소하고, 기술 기반 직무가 늘어나는 형태의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결국 AI와 자동화가 빠르게 확산되는 상황에서 노동 규제가 확대될 경우 기업이 자동화와 공정 재편을 더 빠르게 선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다만 자동화 업무 체제가 가속화되는 만큼, 인력 축소 및 구조조정이 불가피해 이에 대한 노조들의 반발 등 향후 기업들에게는 또 한 번의 진통이 예상된다.

더퍼블릭 / 유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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