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이슈브리프 '지역 기후대응기금 현황과 발전 방향 해외 사례 분석을 통한 재원·사업·거버넌스의 대안 모색' 표지
이로운넷 = 이수진 에디터
지방정부들이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 기후대응기금을 잇달아 조성했지만 정작 기금 규모는 줄고, 사업은 기존 환경관리 사업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기·부산·전북·전남 등 주요 광역지자체 가운데 전남을 제외한 4곳은 기금 규모가 감소했고, 감축효과를 정량 평가한 곳은 경기도가 유일했다.
녹색전환연구소가 국내 광역지자체 기후대응기금을 처음으로 종합 분석한 이번 보고서는 지역 기후재정의 구조적 한계를 짚었다.
5개 광역지자체 기후대응기금 지출 규모 (2022~2026년) / 자료=녹색전환연구소
서울 501억→296억...광역 5곳 중 4곳 기후대응기금 감소
녹색전환연구소는 19일 이슈브리프 '지역 기후대응기금의 현황과 발전 방향'을 발간했다.
지역 기후대응기금은 지방정부가 자체 조례를 통해 조성·운용하는 기후재정이다. 2022년 국가 기후대응기금 설치 이후 서울·경기·부산·전북·전남·세종 등 광역지자체와 일부 기초지자체가 기금 조례를 제정해 운영 중이다.
연구소는 이번 이슈브리프에서 국내 광역지자체 기후대응기금 현황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분석 결과 지역 기후대응기금 규모는 탄소중립 목표를 뒷받침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2026년 기준 기금 규모는 서울 296억 원, 경기 118억 원, 부산 41억6000만 원, 전북 7억5000만 원, 전남 4억3000만 원이었다.
특히 서울은 2024년 501억 원에서 2025년 314억 원, 올해 296억 원으로 3년 연속 감소했다. 경기도 역시 출범 첫해인 2024년 240억 원에서 올해 118억 원으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부산과 전북도 감소세를 보였고, 전남만 유일하게 증가했다.
전체 기금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0.07~2.1% 수준에 그쳤다.
연구소는 지역 기후재정 축소가 지방정부 탄소중립 이행 한계와도 맞물린다고 지적했다. 실제 2024년 전국 17개 광역지자체의 온실가스 감축예산 이행률은 평균 67.3%에 머물렀다.
기후대응기금이 탄소중립 계획의 부족분을 메우기는커녕 함께 축소되고 있다는 의미다.
LNG 발전소 보수·폐기물 사업 집중..."기후기금 이름 무색"
기금 운용 방식도 문제로 지적됐다.
보고서는 일부 지자체 사업 구성이 기존 환경관리 사업 이관 수준에 머물며 "기후대응기금이라는 이름이 무색한 경우가 적지 않다"고 평가했다.
서울시는 올해 기후대응기금 지출의 31.3%인 92억8000만 원을 LNG 열병합발전소 유지보수 사업에 배정했다.
연구소는 "화석연료 기반 발전방식을 유지하는 데 기여할 수 있어 사업의 합목적성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밝혔다.
부산시는 올해 기금 총지출 41억6000만 원 가운데 63.8%인 약 26억 원을 자원순환 사업에 집중했다.
세부적으로는 폐기물 감량·도시청결 사업 7억8000만 원, 자원재활용 활성화 6억7000만 원, 가정용 음식물쓰레기 처리기 보조금 2억 원 등이 포함됐다.
보고서는 이를 기존 자원·환경관리 사업을 기후대응기금으로 이관한 사례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전국 광역지자체 온실가스 배출량 2위인 전남은 올해 기금 전액인 4억3000만 원을 단일 사업인 '전남형 탄소중립포인트제 플랫폼' 구축에 투입했다.
농축산업 비중이 높은 전북은 영농폐자재 수거, 투명페트병 재활용 촉진 등 소규모 지원 사업 중심으로 운영했다.
반면 경기도는 건물 에너지효율 개선, RE100 선도사업, 기후테크 육성 등 감축 프로젝트를 다수 발굴해 상대적으로 차별화된 사례로 평가됐다.
"예산 줄면 기금도 줄어"...77~97% 전입금 의존
기금 축소의 배경으로는 재원 구조 문제가 꼽혔다.
서울과 부산은 재생에너지 판매수익, 가스·난방공사 배당금 등 자체 수입원이 일부 있지만 경기·전남·전북은 전체 기금 수입의 77~97%를 일반회계·특별회계 전입금에 의존하고 있었다.
지방재정이 악화되면 기금도 함께 줄어드는 구조다. 실제 경기도는 2026년까지 총 1200억 원 규모 기금 조성을 목표로 했지만 재정 여건 악화로 현재 누적 조성액은 510억 원 수준에 머물렀다.
연구소는 현재 구조에서는 기후대응기금이 독립적 재정수단이 아니라 지방재정 상황에 따라 축소되는 후순위 예산이 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광역 5곳 중 4곳, 감축효과 정량평가도 안 했다
거버넌스와 성과평가 체계 역시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를 제외한 서울·부산·전북·전남 등 4개 광역지자체는 사업별 온실가스 감축효과를 정량 평가하지 않고 있었다.
매년 작성되는 기금운용성과분석보고서도 탄소감축량, 재생에너지 생산량, 에너지 절감 효과 등 핵심 지표를 제시하지 못했다.
기금운용심의위원회 역시 실질적 역할보다 형식 운영에 가까웠다.
연구소가 회의록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 서면 의견과 만장일치 승인 방식이 반복됐고, 사업 기획·선정 과정에는 실질적으로 관여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는 탄소세·녹색채권으로 기금 확대...성과도 공개
연구소는 해외 사례와 비교해 국내 지역 기후재정의 구조적 한계도 지적했다.
스페인 카탈루냐주는 내연기관 차량 탄소세 수입의 50%를 법으로 기후기금에 적립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2024년 기준 약 1억7000만 유로(약 2929억 원) 규모 기금을 운용 중이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는 연간 온실가스 1만 톤 이상 배출 기업 부담금을 감축 프로젝트에 재투자하는 ‘청정산업기금(CIF)’을 운영한다.
영국 런던시는 녹색채권과 국부펀드 차입 등을 활용해 최근 3년간 약 3억 파운드(약 5972억 원)를 탈탄소 사업에 투자했다.
거버넌스 방식도 달랐다. 해외 기후기금은 담당 공무원 중심이 아니라 외부 전문가와 부처가 사업 우선순위와 선정 과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하고, 사업별 예상 감축량과 실제 성과를 공개하고 있었다.
연구소는 이를 국내 기금운용심의위원회가 사후 심의에 머무는 구조와 대비되는 사례로 제시했다.
2024년 광역지자체별 온실가스 감축 재정 투자 계획액 및 집행액 / 자료=녹색전환연구소
"재원 확대·지역 특화·거버넌스 개혁 필요"
연구소는 개선방안으로 △안정적 재원 확보를 통한 기금 확대 △지역 특화 감축사업 집중 △거버넌스·성과평가 체계 개혁 등 세 가지를 제안했다.
지역별 특화 전략도 제시했다. 부산은 해운·항만·물류 산업 감축사업, 전남은 석유화학단지 공정 개선, 전북은 제조업·농축산업 저탄소 전환 사업에 기금을 집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슈브리프 저자인 조원영 녹색전환연구소 경제전환팀 연구원은 "지방정부들이 기후대응기금을 발판 삼아 혁신적이고 지역 특화된 탄소중립 이행수단을 개척해야 한다"며 "녹색금융과 공공·민간재원을 결합해 기존 재정 한계를 뛰어넘는 감축투자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기후대응기금이 단순한 재정 칸막이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재원과 민간 투자를 끌어들이는 마중물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중부발전 서울발전본부 굴뚝에서 LNG 전력발전으로 인한 수증기가 나오고 있다. / 사진=뉴시스
이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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