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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란 전쟁 여파…日 반도체 포토재료 공급망 '붕괴 직전'

22일 복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일본 주요 포토 재료 공급사들은 전날 저녁부터 한국 지사를 통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고객사에 원료 조달 차질 사실을 전달했거나 전달할 예정인 것으로...

이란 전쟁 여파…日 반도체 포토재료 공급망 '붕괴 직전'

이란 전쟁 여파로 반도체 소재 공급망에 새 뇌관이 터졌다.

솔벤트(Solvent, 용제) 부족으로 일본 업계가 포토레지스트(PR) 등 전반적인 포토 공정 재료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포토 공정 재료는 일본 비중이 높기 때문에 국내 반도체 생산에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22일 복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일본 주요 포토 재료 공급사들은 전날 저녁부터 한국 지사를 통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고객사에 원료 조달 차질 사실을 전달했거나 전달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어제(21일) 저녁 통보받은 일본 업체들은 오늘 내부 회의 후 내일(23일) 정식으로 한국 고객사에 알리는 스케줄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부족한 재료는 프로필렌글리콜 메틸 에테르(PGME:Propylene Glycol Methyl Ether)와 프로필렌글리콜 메틸 에테르 아세테이트(PGMEA:Propylene Glycol Methyl Ether Acetate)다. PGME와 PGMEA는 다양한 전자재료에 들어가는 솔벤트, 즉 용제(溶劑)로 쓰인다. 용제는 다른 물질을 용해(溶解)하기 위해 쓰는 액체나 가스류 물질이다. 용해란 어떤 물질이 다른 물질에 녹아 섞이는 현상을 말한다.

PGME, PGMEA를 쓰는 반도체 재료는 PR, 신너(Thinner), 반사방지막(BARC), 스핀-온-하드마스크(SOH), 고대역폭메모리(HBM)용 임시본딩 접착제 등이다. 포토 패터닝 공정 재료 거의 전부다. 업계 관계자는 "커피믹스에 물을 못 붓는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고 표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해당 재료를 공급하는 일본 회사는 신에츠화학, 도쿄오카공업(TOK), JSR, 후지필름, 닛산케미칼 등 다수다.

PGME와 PGMEA가 모자란 이유는 이란 전쟁 탓이다. 일본은 나프타(Naphtha)의 약 4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한다. 3월 초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중동산 나프타 공급이 끊겼다. 나프타는 원유를 정제할 때 나오는 가벼운 기름이다. 고온에서 분해하면 프로필렌이나 에틸렌 등 석유화학 기초 원료가 나온다. 이 때문에 일본 나프타분해설비(NCC) 12기 중 6기가 감산에 들어갔다. 프로필렌 공급이 줄자 이를 원료로 만드는 프로필렌옥사이드(PO:Propylene Oxide) 생산이 타격을 입었다. PO를 원료로 쓰는 PGME와 PGMEA도 연쇄적으로 생산 차질이 빚어졌다. 일본산 나프타 스팟 가격은 봉쇄 전 톤당 600달러대에서 4월 초 1190달러로 약 92% 뛰었다.

일본은 반도체 포토 재료용 원료를 대부분 일본 내에서 조달한다. 일본 다이셀은 PO부터 PGMEA까지 일관 생산한다. 토아고세이는 다우가 공급한 원료를 받아 PGMEA로 정제, 양산 중이다. 이렇게 생산된 PGME, PGMEA를 JSR과 TOK, 신에츠화학, 후지필름 같은 자국 제조사가 받아 완제품 PR 등으로 만들어 한국에 수출한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가급적 일본산 원료로 완제품을 만들려는 성향이 강하다"며 "이 자급 구조가 평시엔 강점이지만 이번처럼 원료 한 곳이 막히면 전체가 동시에 흔들린다"고 지적했다.

일본 포토 재료 제조사들은 한국산 또는 중국산 PGME, PGMEA를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공정 변경 통보(PCN:Process Change Notification) 절차다. 포토 재료 원료가 바뀌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평가를 다시 해야 한다. 통상 1년 가량이 걸린다. 선단 공정은 더 길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신너와 SOH는 국산화가 일부 이뤄져 있으나 PR이나 BARC는 일본산이 끊어지면 반도체 공장이 멈출 수 있다"면서 "재료 조달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경우 일부 평가 단계를 생략하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 업계의 반사이익도 예상된다. 켐트로닉스와 재원산업은 이미 PGMEA 양산 체제를 구축하고 일본 재료업체나 삼성전자에 재료를 직공급하고 있다. 재원산업의 한 임원은 "한국 업계는 미국과 중국 등 원료 공급망이 다변화돼 있어 일본보단 나은편이지만 우리도 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인 건 마찬가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울소재과학은 자회사 제이케이머트리얼즈를 통해 중국 대형 소재 업체 E사와 협약을 맺고 현지에서 생산된 PGME와 PGMEA를 들여와 공급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현재 일본 대형 포토 재료 업체와 해당 품목에 대한 공급 논의를 하고 있다.

한주엽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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