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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란 사태 속 파월의 시장 달래기 [US REPORT]

워시는 AI발 생산성 향상이 인플레이션 없이도 경제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는 논리로 금리 인하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취임 직전 물가 영향이 큰 이란 사태가 터지면서 이런 논리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이란 사태 속 파월의 시장 달래기 [US REPORT]

유가 상승에도…금리 지켜봐야 한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사실상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이란전쟁발 유가 급등에도 비둘기적 발언을 내놓으며 시장 불안을 진정시켰다.

파월 의장은 지난 3월 30일(현지시간) 하버드대 경제학 입문 강의에 특강 연사로 초청돼 약 400명의 학생들과 1시간가량 대화를 나눴다. 그는 이 자리에서 현재 기준금리 수준(3.5~3.75%)을 두고 “이란 전쟁 등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기다리며 지켜보기 좋은 위치”라며 금리 인상 공포를 잠재웠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다. 파월 발언 직후 시장을 짓누르던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은 급락했고, 국채 금리 역시 큰 폭으로 떨어졌다.

파월 의장이 금리 인상을 사실상 배제한 데는 복합적인 배경이 있다. 첫째는 통화 정책의 시차 문제다. 금리를 올리더라도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기까지 길게는 1년 넘게 걸린다. 지금 금리를 올려도 통화 긴축 효과가 나타날 즈음에는 유가 충격이 이미 사라졌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경제에만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게 파월의 핵심 논리다.

고용 시장 급랭도 우려 요인이다. 연준은 현재 고용 시장을 ‘저해고·저고용’ 국면으로 보고 있다. 실업률은 4% 초반대로 양호하지만 빅테크 기업에서조차 대규모 해고가 나올 만큼 고용 시장 곳곳에 경고등이 켜졌다. 섣부른 금리 인상은 고용 심리를 더 얼어붙게 만들 수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지난 3월 30일(현지 시간)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 하버드대에서 특강을 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물가·고용 사이 연준의 정책 딜레마

하지만 시장은 연준이 심각한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고 본다. 파월 의장도 연준이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노동 시장에는 하방 위험이 있어 금리를 낮게 유지해야 하지만 물가에는 상방 위험이 있어 이를 지속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물가만 보면 선제적 금리 인상을 검토할 만하지만, 악화할 수 있는 고용 지표만 보면 금리 인하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물가 안정’과 ‘최대 고용’이라는 이중책무를 지닌 연준은 두 목표가 충돌할 때 목표에서 더 멀어진 지표를 우선 챙겨왔다. 지난해 물가가 연준 목표치인 2%를 꾸준히 웃도는 상황에서도 수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한 게 대표 사례다.

하지만 이란 사태로 불확실성이 극대화되면서 연준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치솟은 국제유가가 경제에 어느 정도 충격을 줄지 정확한 데이터를 얻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매달 나오는 물가 지표를 점검하며 후행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제는 불과 몇 년 전 이런 식으로 대응하던 연준이 금리 인상 시기를 놓쳐 크게 낭패를 본 적이 있다는 점이다. 파월은 2021년 하원 청문회에서 “인플레이션은 곧 지나갈 현상”이라며 “항공료나 호텔비, 중고차 가격 등 특정 품목이 일시적으로 올랐다고 해서 금리를 조급하게 올리는 것은 실수가 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하지만 이후 인플레이션은 4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고 연준은 뒤늦게 초강도 금리 인상에 나섰다. 지금 파월이 이란 전쟁발 유가 충격을 “일시적 공급 충격”으로 규정하는 방식이 당시와 판박이라는 점에서 시장 일각에서는 “파월이 또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파월 의장 임기는 오는 5월 끝난다. 이제 관건은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된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의 행보다. 워시는 AI발 생산성 향상이 인플레이션 없이도 경제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는 논리로 금리 인하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취임 직전 물가 영향이 큰 이란 사태가 터지면서 이런 논리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뉴욕 = 홍장원 특파원 hong.j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54호(2026.04.08~04.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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