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이 발발한 지 한 달이 넘어간다. 원유수입의 절대량을 중동에 의지하는 한국으로서는 여간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아니다. 국제유가가 올라서 원가부담이 되는 것은 차치하고, 에너지 자체를 조달할 수 없는 상황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종량제봉투를 만들지 못해서 배급제가 실시되는 현 시국을 보면서 마치 1970년대 제1, 2차 석유파동에 가정용 석유를 구하느라 주유소마다 길게 늘어섰던 행렬이 눈에 선하다. 지금은 가난했던 1970년대 대한민국이 아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고, 제조업 경쟁력이 세계 최고 수준까지 올라와서 미국도 유럽도 중동도 한국에 와서 한국제품에 손을 벌려야할 정도의 강국이 되었다. 하지만 에너지 정책만큼은 아직도 석유파동 시대를 극복하지 못한 것 같다. 에너지의 거의 전부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로서는 국제유가 급등은 원화 환율의 동반 급등을 초래한다. 자고 일어나면 튀어오르는 유가와 환율 때문에 외환위기 이후 까맣게 잊고 지냈던 긴급재정명령까지 소환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그 어느 것보다 과거 정부의 에너지 믹스 정책 잘못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의 전력원의 에너지원별 비중을 보면 과거 2005년 원자력 40.3%, 석탄 36.5%, LNG 15.5%, 신재생 1.2%, 기타 6.5%였다. 이것이 2018년 문재인정부 들면서 채택된 탈원전 정책의 영향으로 원전의 비중은 2018-2019년 25% 내외로 급감했고, 석탄과 LNG 비중이 68.6%로 급등했다. 이후 역대 정부를 거치면서 원전은 겨우 32% 내외로 회복되었으나, 석탄 LNG 비중은 여전히 56%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2024년 기준) 물론 에너지 믹스를 이만큼이나 회복시켜온 것은 온전히 우리 정부의 노력의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이번 이란 사태를 계기로 우리 에너지 정책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보는 것은 어떨까.
마침 우리 정부는 2026년부터 2040년까지 장기 계획인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12차계획)을 수립 중에 있다. 현재 진행 단계는 실무그룹 안을 만드는 단계이다. 아직 뼈대가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이고, 기본 방향성을 재검토할 시간적 여유는 충분하다. 당초 11차계획에서는 기본 방향을 AI 및 반도체클러스터로 인한 전력수요 급증에 대응하여 원전비중을 늘리고, 전체 발전량의 70%를 무탄소에너지(CFE)로 구성하는 것을 주요 방향으로 설정하여 계획을 세웠다. 특히 수소 암모니아 활용 무탄소발전 비중을 꾸준히 높여서 2038년에는 전체의 5.5~6.2%를 차지하게 된다.
이제 12차계획에서는 원전, 수소 그리고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대폭 늘려잡는 것은 어떨까. 원전 비중을 과거 40%대로 올려서 탈탄소의 백본으로 삼고, 수소와 재생에너지를 더욱 확대해나가면 전체적으로 80%내외 무탄소에너지를 달성할 조금은 의욕적인 계획이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시계를 넓혀서 가면 2050년까지 수소암모니아 비중을 현재의 0에서 20% 이상으로 늘리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공격적으로 확대함으로써, 석탄과 LNG에 의존한 발전을 획기적으로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미래 에너지 정책의 방향성은 탈탄소와 균형잡힌 에너지 믹스로 정립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석탄과 LNG 등 중동발 불안에 가격 등락이 심한 또는 수급에 차질을 빚는 에너지원은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재생에너지의 비중도 대폭 확대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더욱 강조하고 싶은 것은 재생에너지의 캐리어로서 수소의 중요성이다. 수소는 에너지의 수송을 위한 최적의 대안이다. 또한 가장 안전하고 청정한 발전에너지원이다. 국내의 수소산업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상태이다. 자체적으로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어렵다는 뜻이다. 따라서 12차계획에 수소발전의 비중을 키우는 것은 물론, 정부 차원의 수소산업 생태계 육성에 팔을 걷고 나서야 할 것이다.
중동발 에너지 위기가 다시 눈앞에 닥쳐왔다. 위기를 기회삼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구성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이계안 2.1지속가능재단 설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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