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브 스팀 덱 화이트 에디션 [사진: 밸브]
[디지털투데이 홍진주 기자] 인공지능(AI) 붐이 반도체 수급을 뒤흔들면서 한때 급성장하던 휴대용 게이밍 PC 시장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메모리와 스토리지 가격 급등으로 제조 비용이 치솟으며, 일부 제품은 출시조차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26일(현지시간) IT매체 테크레이더에 따르면, 휴대용 게이밍 시장은 지난 2022년 스팀 덱(Steam Deck) 출시 이후 빠르게 성장했다. 밸브(Valve)를 시작으로 레노버(Lenovo), 에이수스(Asus), 아야네오(Ayaneo) 등이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을 내놓으며 시장 확대를 이끌었다. 특히 스팀 덱은 합리적인 가격과 성능으로 대중화를 이끌며 시장의 기준점 역할을 했다.
하지만 최근 시장 환경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확장으로 고성능 메모리와 스토리지 수요가 폭증하면서 부품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휴대용 게이밍 PC 제조사들은 원가 압박에 직면했고, 제품 가격 경쟁력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가장 상징적인 사례는 아야네오다. 회사는 차세대 고성능 핸드헬드 ‘넥스트 2'(NEXT 2)를 공개하고 사전 주문을 진행했지만, 이후 부품 가격이 예상보다 더 급등하면서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아야네오는 생산 비용이 당초 대비 2배 가까이 상승해 사실상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인정했다. 이미 예약한 물량은 공급되지만, 추가 판매는 중단된 상태다.
아야네오 넥스트 라이트 [사진: 아야네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특정 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업계 전반에서 메모리 수급 불안이 이어지고 있으며, 밸브 역시 일부 제품에서 재고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출시가 예정된 차세대 기기 개발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같은 흐름은 결국 제조사와 소비자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제조사는 높아진 원가를 감당해야 하고, 소비자는 휴대용 기기임에도 데스크톱급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실제로 일부 고성능 핸드헬드는 이미 고가 노트북 수준의 가격대에 근접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경우, 휴대용 게이밍 PC 시장이 다시 틈새 시장으로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AI 산업이 반도체 자원을 지속적으로 흡수하는 구조가 이어질 경우, 상황은 더 악화될 수 있다. 데이터센터가 대량의 메모리를 선점하면서 일반 소비자용 기기 제조사들은 상대적으로 공급에서 밀리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일부에서는 이러한 공급난이 장기적으로 완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AI 투자 열기가 둔화되거나 반도체 생산 능력이 확대될 경우 수급 불균형이 해소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그럼에도 단기간 내 정상화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시장의 불확실성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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