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은행권 '지속 가능 성장' 활로 해외 진출로…'성장' 넘어 '구조 전환' 재...

카카오뱅크는 인도네시아와 태국에 이어 몽골 진출을 추진하며 자체 신용평가모델을 수출하고 있고, 케이뱅크와 토스뱅크 역시 동남아 시장 진출을 검토 중이다. 기존 시중은행이 지점 기반 영업에 강점을 갖고 있다면...

은행권 '지속 가능 성장' 활로 해외 진출로…'성장' 넘어 '구조 전환' 재...

저성장·가계대출 규제 속 해외 시장 '핵심 수익원'으로 부상

동남아 넘어 중앙아시아·유럽까지…거점 다변화 전략 본격화

외형 확장 속 리스크 부담 확대…해외 금융사고·내부통제 과제 부각

사진=AI 생성 이미지

[오피니언뉴스=김솔아 기자] 국내 은행권이 해외 시장으로 빠르게 눈을 돌리고 있다. 단순한 외형 확장을 넘어 수익 구조 자체를 재편하려는 움직임이다.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고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기존 이자이익 중심 모델이 한계에 직면한 가운데, 글로벌 시장이 중요한 돌파구로 떠오르고 있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해외점포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41개국 208개로 확대됐다. 전년 대비 증가 폭은 크지 않지만, 주목할 부분은 방향이다. 과거처럼 특정 지역에 집중적으로 진출하는 방식이 아니라, 동남아를 기반으로 중앙아시아와 미주, 유럽까지 거점을 넓히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단순히 영업망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수익원을 다변화하기 위한 전략적 확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국내 금융 환경의 구조적 제약이 자리하고 있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정책적으로 억제되는 상황에서 은행의 핵심 수익원인 이자이익 성장도 자연스럽게 제한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경제 성장률 둔화까지 겹치면서 자산 확대만으로는 수익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국면에 진입했다. 결국 은행들은 새로운 수익 기반을 해외에서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특히 눈에 띄는 변화는 시장 선택 기준이다. 과거에는 국내 기업이나 교민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영업 기반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에는 금융 서비스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은 신흥국 자체를 공략하는 전략으로 전환되고 있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은 높은 경제성장률과 젊은 인구 구조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금융 침투율이 낮아 성장 여지가 큰 시장으로 평가된다.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인구 비중이 높은 만큼, 은행 입장에서는 기존 고객을 빼앗는 경쟁이 아니라 새로운 고객을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2025년 9월 말 기준 은행권 해외점포 현황. 자료=금융감독원, 제작=김솔아 기자

이 같은 흐름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4대 시중은행의 해외 수익 비중은 최근 9%를 넘어섰다. 2021년 6%대 중반 수준과 비교하면 빠르게 확대된 것이다. 아직 절대적인 비중은 크지 않지만, 증가 속도와 방향성을 고려하면 향후 수익 구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국내 시장 의존도가 점차 낮아지는 초기 단계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외 전략의 무게 중심이 바뀌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과거에는 지점 수를 늘리는 것이 핵심이었다면, 최근에는 현지 금융 생태계에 깊이 들어가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QR결제, 디지털 금융, 자체 신용평가모델 등 기술 기반 서비스가 주요 수단으로 활용된다. 이는 단순히 영업 채널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 소비·결제 구조와 금융 이용 방식 자체를 바꾸는 접근이다. 특히 동남아시아에서는 QR결제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새로운 수익 모델로 자리잡고 있다.

인터넷은행의 참여도 이러한 변화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인도네시아와 태국에 이어 몽골 진출을 추진하며 자체 신용평가모델을 수출하고 있고, 케이뱅크와 토스뱅크 역시 동남아 시장 진출을 검토 중이다. 기존 시중은행이 지점 기반 영업에 강점을 갖고 있다면, 인터넷은행은 디지털 기술을 앞세워 빠르게 시장에 침투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 구도가 단순한 규모 경쟁에서 기술 경쟁으로 확장되는 모습이다.

개별 은행의 전략에서도 차별화가 나타난다. 신한은행은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 진출을 추진하며 ‘포스트 동남아’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은 평균 연령이 낮고 금융 시장이 초기 단계에 있어 성장 잠재력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신한은행은 과거 카자흐스탄에서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현지 시장에 조기 진입해 장기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이미 경쟁이 치열해진 동남아 시장을 넘어 새로운 성장 축을 만들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은행별 해외점포 수. 자료=금융감독원, 제작=김솔아 기자

글로벌 시장에서 은행 간 경쟁력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변화다. 신한은행은 해외 법인 순이익에서 경쟁사들을 크게 앞서며 ‘글로벌 리딩뱅크’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 일본과 베트남 등 핵심 거점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며 전체 해외 실적을 견인하는 구조를 구축한 상태다. 반면 일부 은행은 특정 지역 리스크에 크게 영향을 받으며 실적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도네시아나 중국 등 일부 법인에서 발생한 손실이 전체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지역 편중 구조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경험은 전략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은행들이 동남아뿐 아니라 유럽과 미주 등으로 진출을 확대하는 것은 단순한 기회 포착이 아니라 리스크 분산을 위한 선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추고 지역별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은행은 폴란드 등 유럽 지역을 새로운 거점으로 삼아 방산·재건 사업과 연계한 금융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다만 빠른 확장에는 분명한 그림자도 존재한다. 해외 법인에서 발생하는 금융사고 규모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점이 대표적이다. 전체 금융사고 중 해외 비중이 절반을 넘어서는 등 관리 부담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내부통제 실패를 넘어, 영업 범위 확대에 따라 통제해야 할 영역 자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구조적 문제로 해석된다.

결국 국내 은행권의 글로벌 확장은 수익구조 재편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국내 중심의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 글로벌 기반으로 이동하는 과정이며, 그 과정에서 경쟁 구도와 사업 방식, 리스크 관리 체계까지 동시에 바뀌고 있다. 단순히 얼마나 많은 국가에 진출했느냐보다, 어느 시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어내느냐가 더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앞으로의 관건은 속도가 아니라 지속 가능성"이라며 "단기적 성과를 위한 빠른 외형 확대보다 리스크 관리와 수익 안정성 전략을 고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