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 청년에게 손편지 안부가 힘이 됐으면”
전남대 행정학과 ‘페어링’, 고립·은둔 청년 잇는 손편지 프로젝트 기획
광주 청년센터 합작…20문 20답·그림일기로 일상 나눔 진행
대면 부담 낮추고 마음 전해…28일까지 신청 받아 10월 운영
2026년 08월 24일(월) 18:55
은둔청년 대상 익명 편지 교환 프로젝트 ‘보통의 안부’를 기획한 전남대 행정학과 ‘페어링’팀. <유수씨 제공>
편지지 위에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수신인을 향한 글씨를 한 자 한 자 적어 내려간다.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상대방의 안부를 묻고 자신을 소개한다. 때로는 그림을 그리고 힘을 북돋는 작은 응원도 더해본다. 상대방의 마음이 담긴 종이를 받아 들고 펼쳐 답장을 쓰다 보면 다시 살아갈 동력이 생긴다. 편지에는 그런 힘이 있다.
전남대학교 행정학과 학생 유수(여·22), 정효은(여·22), 오경미(여·26)<사진>씨로 구성된 청년 모임 ‘페어링(PA.iring)’이 광주 지역 고립·은둔 청년과 일반 청년을 이어주는 익명 편지 교환 프로젝트 ‘보통의 안부’를 기획했다.
공모전을 계기로 결성된 페어링 팀은 광주청년센터 지원 사업인 ‘청년모힘’에 선정되면서 올해부터 본격적인 청년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지난 5월 광주 청년 유출 문제를 주제로 주민 인터뷰와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지도교수의 피드백을 거쳐 연구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정책 제안 활동도 적극적으로 진행해 왔다.
‘보통의 안부’는 이름과 배경을 밝히지 않은 은둔 청년과 비은둔 청년이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고 안부를 묻는 소통 프로그램이다. 프로젝트에는 광주청년센터와 광주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가 함께한다.
“광주는 은둔형외톨이 관련해 전국 최초 조례 제정, 센터 설립 등 타 시·도에 비해 선제적인 대응을 하고 있는 지자체에요. 다만 이번 프로젝트는 센터 방문이나 집단 활동 프로그램조차 심리적 장벽으로 느낄 수 있는 은둔 청년들을 위해 기획됐죠. 자신이 가장 편안하다고 느끼는 공간에서, 원하는 시간에 자신을 표현할 수 있게 하려했어요. 편지는 이를 위한 가장 좋은 매개체가 될 것이라 확신했죠.”
유수씨는 “대면 모임이나 즉각적인 피드백이 요구되는 전화·상담에 부담을 느끼는 은둔 청년들이 집 밖으로 나오지 않고도 타인과 편안하게 연결되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참가자들의 부담을 줄이고 자연스러운 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세심한 장치도 마련됐다. 1차 편지 교환에서는 ‘20문 20답’을 통해 취미나 좋아하는 것 등 소소한 취향을 나누고 2차 교환에서는 ‘올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그림일기 형식으로 공유한다. 과도한 의존을 방지하기 위해 편지 교환은 총 2회로 제한했다. 은둔 청년에게는 손편지와 함께 수분크림, 과자, 온열안대 등으로 구성된 키트 선물도 전달될 예정이다.
유씨는 “고립, 은둔은 영원하지 않고 살면서 누구나 한번은 겪는 순간”이라며 “은둔청년, 고립청년이라고 하면 마치 우리가 돌봐줘야 할 시혜의 대상으로 생각되곤 하는데 그런 시선보단 우리 사회를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 하나의 시민으로 바라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프로젝트는 오는 28일까지 네이버 폼으로 신청을 받고 10월 말까지 2회 진행된다.
/김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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