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 이 불효 여식은...호동왕자와 마주친 그 순간 내 마음속에 자명고는 이미 찢어져 있었습니다."
낙랑공주는 사랑 때문에 자명고를 찢습니다. 나라를 깨우는 북을 고구려 왕자 때문에 제 손으로 찢어버린 것이지요. 옛사람들은 나라를 지키는 보물 하나쯤은 갖고 있었습니다.
신라에는 '만파식적' 이라는 피리가 있었습니다. 외적은 물론 온갖 자연재해를 물리친다고 전해졌죠. 지금 대한민국의 자명고와 만파식적은 무엇입니까? '반도체' 일 겁니다.
AI, 데이터센터, 슈퍼컴퓨터에 들어가는 HBM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우리 증시에서도 압도적이어서 시가 총액의 40%를 차지합니다.
반도체가 3월 수출 총액의 3분의 1을 훌쩍 넘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반도체를 언제까지 지킬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중국은 올해 2030년까지 'AI 경제 국가'를 만들겠다는 새 목표를 수립했습니다.
반도체 독립이 핵심입니다. '중국 제조 2025'로 첨단 제조강국이 된 중국의 저력을 감안하면 가볍지 않습니다. 미국의 도전도 거셉니다.
"저희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칩 개발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는 중요한 발표를 하려고 합니다."
일론 머스크는 테라팹(TERAFAB) 계획을 내세우며, 반도체 설계부터 제조까지 한 지붕 아래서 하겠다고 야심차게 선언했습니다. 승부는 '인재 확보'에서 날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 두뇌유출 관련 지수를 보면, 5년 만에 스무 계단이나 내린 48위가 됐습니다. AI 인재 순유출 규모는 심각합니다. 그런데도 일각에서는 반도체를 정치적으로 흔들려 합니다.
반도체 공장의 "호남 이전이 윤석열 내란 종식" 이란 말까지 나왔습니다. 첨단산업을 지역 계산으로 흔드는 순간, 생태계는 찢어집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목을 조르는 셈입니다.
"우리가 훈민정음이 있음으로써 우리 국가가 이렇게 존립하고 우리 문화가 발전하고 우리 민족이 번영하고, 두 번째는 외세의 공격으로부터 우리나라를 구한 대표적인 분이 이순신 장군이고 거기의 기술적인 부분이 거북선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세 번째로 HBM을 꿈꿉니다."
HBM의 아버지로 불리는 김정호 교수는 "우리가 물러서면, 우리 산업과 경제, 국력이 내려앉는다"고 경고합니다. 자명고는 적이 와서 망가뜨리지 않았습니다. 안에서 먼저 찢어졌습니다. 어떻게든 반도체를 키울 생각을 해야지, 돈 걷는 캐시카우로만 보다간 내일 아침 밥상부터 비게 될 겁니다.
4월 3일 윤정호의 앵커칼럼, '황금거위의 목' 이었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