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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윤정호의 앵커칼럼] 설익은 배당

복권에 당첨되면 어떨까요? 삶이 훨씬 윤택해질 거라고 기대할 겁니다. 그런데 현실은 그 반대인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돈벼락이 떨어졌는데, 그게 축복이 아니라 불행의 씨앗이 되는 겁니다.

[윤정호의 앵커칼럼] 설익은 배당

복권에 당첨되면 어떨까요? 삶이 훨씬 윤택해질 거라고 기대할 겁니다. 그런데 현실은 그 반대인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돈벼락이 떨어졌는데, 그게 축복이 아니라 불행의 씨앗이 되는 겁니다.

국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작은 나라 적도기니는 약 20년 전에 대규모 석유가 발견됐습니다. 하지만 이 나라 국민 대다수는 여전히 가난합니다."

1990년대 중앙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적도 기니에서 대규모 해상 유전이 발견됩니다. 막대한 수익이 발생했죠. 하지만 석유가 국민의 삶을 바꾸지는 못했습니다.

권력자의 주머니를 채우고, 장기 독재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기름이 됐습니다. 이른바 '자원의 저주 (Resource Curse)' 입니다.

노르웨이는 달랐습니다. 석유가 발견되자 다른 산업에 투자하고 농업을 계속 발전시켜 성공합니다.

결국 하늘에서 떨어진 복도, 행운일지 재앙일지는 사람 손에 달렸습니다.

AI 호황이 만든 반도체 초과 이윤을 두고, 경쟁이 치열합니다. 노조는 '성과급', 농어민 단체는 '지원', 정치권은 '배당'을 말합니다. 잔칫상이 차려지기도 전에 숟가락부터 들었습니다.

특히 김용범 대통령 정책실장이 과실의 일부를 전 국민에게 구조적으로 환원해야 한다는 이른바 '국민배당금' 구상이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기업 노력만으로 이익을 얻은 게 아니라, 국민이 쌓은 산업기반 위에서 나왔다는 논리입니다. 양극화 극복을 위한 일종의 체제 유지 비용으로도 본 듯합니다.

하지만 빅테크기업은 이익이 나면 신기술과 새 시설에 우선 투자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한 기업은 바로 도태되는 게 냉엄한 현실입니다.

김 실장도 밝혔듯 이번 반도체 호황이 지속적이고 구조적인지는 모를 일입니다. 주요국들이 생존을 걸고 경쟁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먼저 할 일은 초격차를 어떻게 지킬지입니다.

그런데도 청와대 최고 참모가 '배당'부터 언급한 건 순서가 뒤바뀐 일입니다.

"솥뚜껑을요, 먼저 열면 밥 되기 전에 설어버립니다."

아무리 좋은 생각도 여건을 따지고, 국민적 공감을 고려해야 합니다. 시장 충격에도 대비해야 하고요. 국가 경제를 실험하듯 마구 다룰 일은 아닙니다.

5월 13일 윤정호의 앵커칼럼, '설익은 배당'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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