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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윤은식의 시시콜콜] 삼성 노조가 놓친 것

삼성전자 노조를 둘러싼 눈초리가 곱지 않다. 성과급 상한 폐지를 요구하고 노조 가업 여부가 담긴 이른바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까지 불거지며 노동권을 요구하던 노동쟁의가 어느 순간 다른 노동자 자유를 압박하는...

[윤은식의 시시콜콜] 삼성 노조가 놓친 것

[포인트데일리 윤은식 기자] 삼성전자 노조를 둘러싼 눈초리가 곱지 않다. 성과급 상한 폐지를 요구하고 노조 가업 여부가 담긴 이른바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까지 불거지며 노동권을 요구하던 노동쟁의가 어느 순간 다른 노동자 자유를 압박하는 싸움으로 비춰지기 시작했다.

노조가 임금과 성급을 요구할 수 있다, 우리 헌법이 이를 보장하고 있다. 문제는 무엇을 위해 어느 선까지 밀어붙이느냐다. 노조는 기본 인상률, 성과급 개선, OPI 상한 페지.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배정해 달라는 요구도 내걸었다. 앞서 삼성전자는 임금 인상안과 OPI 산정 기준 보완, 자사주 지급안 등을 제시했지만 노조와 접점을 찾는데는 실패했다. 협상은 결렬됐고 파업 카드는 다시 올라왔다.

여기서 한번 짚고 넘어갈 대목이 있다. 적자를 냈다고 직원 월급부터 깎는 회사는 없다. 월급은 생활과 고용 안정에 닿아 있는 고정 보상이다. 그렇다고 흑자가 났을 때 성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언제나 정답인 것도 아니다. 성과급은 월급과 다르다.

기업 실적만이 아니라 투자 부담, 업황 변동, 사업부별 성과, 미래를 위한 곳간 사정까지 함께 따져 정하는 돈이다. 적자라고 월급을 깎을 수 없듯, 흑자라고 성과를 무한정 떼어갈 수도 없다. 성과급 상한을 없애고 영업이익 일정 비율을 떼 달라는 요구는 보상 차원을 넘어 자본 배분 문제로 번질 수 밖에 없다.

노조는 늘 약자 편에 서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더 엄격해야 한다. 파업에 동참하지 않는 직원도 권리가 있다. 노조에 가입하지 않는 선택도 권리다. 성과급 산식에 동의하지 않아도, 총파업이 회사와 산업에 부담만 키운다고 판단해도, 그 역시 노동자의 판단이다.

하지만 명단을 만들고, 참여 여부를 확인하고, 불이익을 암시하는 발언까지 나왔다면 그 순간 노조는 회사 권력을 비판하던 자리에서 또 다른 권력으로 옮겨 앉게 된다. 노동조합이 사측 닮아가는 순간, 가장 먼저 등을 돌리는 쪽은 회사가 아니라 조합 밖 평범한 직원들이다.

우리 사회가 이번 갈들을 무겁게 보는 이유도 단순하지 않다. AI 반도체 경쟁은 "잘 만들면 된다"는 시대를 지나 "제때 내놓을 수 있느냐"를 묻는 싸움으로 바뀌고 있다. 메모리, 파운드리, 패키징, 후공정이 한 줄로 물려 돌아가는 판에, 노사 갈등이 길어지면 고객은 기술보다 공급 안정성부터 다시 본다. 반도체 산업은 속도가 돈이고, 납기가 신뢰다. 이런 때 생산 차질을 무기로 꺼내 들면 회사만 흔들리는 게 아니다. 협력업체가 흔들리고, 투자 판단이 흔들리고, 한국 반도체 신뢰도도 흔들린다.

삼성전자 노조는 지금 다시 물어야 한다. 이 싸움이 정말 노동자 권익을 넓히는 길인지, 아니면 성과급 몫을 더 크게 가져가기 위한 힘겨루기인지 말이다.

파업은 권리다. 하지만 권리에는 책임이 따른다. 불참자를 압박하고 개인정보를 건드리고, 생산 차질을 전면에 내세우는 순간 그 파업은 공감을 잃는다. 공감을 잃은 파업은 오래 버티기 어렵다. 지금 삼성 노조에 필요한 것은 더 큰 목소리가 아니다. 먼저 잃어버린 명분부터 되찾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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