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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윤덕우 칼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연설-“밖의 적보다 내부의 분열이 더 무섭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14년 만에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 연단에 섰습니다. 그가 던진 메시지는 단순했습니다. “밖의 적보다 내부의 분열이 더 무섭다”, “둥지가 깨지면 그 안의 알도 온전할 수 없다”, 그리고 “무신불립(無信不立), 신뢰가 없으면 설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윤덕우 칼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연설-“밖의 적보다 내부의 분열이 더 무섭다”

윤덕우 주필

박근혜 전 대통령이 14년 만에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 연단에 섰습니다. 그가 던진 메시지는 단순했습니다. “밖의 적보다 내부의 분열이 더 무섭다”, “둥지가 깨지면 그 안의 알도 온전할 수 없다”, 그리고 “무신불립(無信不立), 신뢰가 없으면 설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두 차례의 탄핵을 거치며 궤멸적 상처를 입은 국민의힘에 이보다 더 절박한 경고가 있겠습니까.

박 전 대통령의 연설이 끝나자 당 안에서는 또다시 ‘배신자’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누구를 겨냥한 말인지, 유승민 전 의원인지 한동훈 의원인지, 아니면 현 지도부인지를 놓고 서로에게 삿대질했습니다. 내부 분열을 멈추라는 말을 듣고도 그 말을 내부 공격의 무기로 사용했습니다. 병을 고치라고 처방전을 줬더니 그 처방전으로 서로의 머리를 때리는 꼴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박 전 대통령의 연찬회 참석을 “촛불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에 대한 모욕”이라고 공격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민주당이 과연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자신들에게 적용했던 것과 같은 엄격한 잣대를 스스로에게 적용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통령과 당대표를 둘러싼 사법 논란, 거대 의석을 앞세운 입법 독주, 사법부 압박과 방탄 정치라는 비판에도 민주당은 지도부를 중심으로 뭉쳐 정면 돌파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민주당이었다면 박 전 대통령에게 제기됐던 정도의 사안을 놓고 과연 자기 당 대통령을 탄핵하도록 내버려 뒀겠습니까. 정치적 책임과 형사적 책임을 따져야 하지만, 적어도 권력을 지키려는 정치적 결집력에서는 국민의힘과 비교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헌법이 국회의원에게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을 부여한 이유도 되새겨야 합니다. 면책특권은 국회에서 직무상 한 발언과 표결에 대해 국회 밖에서 책임을 묻지 못하게 한 장치입니다. 불체포특권은 현행범이 아닌 한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의원을 체포·구금하지 못하도록 한 제도입니다. 이는 의원 개인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행정부와 수사기관의 위협으로부터 입법부의 독립을 지키고, 국민을 대신해 권력의 잘못을 거침없이 따지라고 준 헌법적 방패입니다.

그런데 지금 국민의힘 의원들은 그 방패를 어디에 쓰고 있습니까. 이재명 정부와 거대 여당의 정책 실패와 권력 남용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데 쓰고 있습니까. 부동산 불안과 주식시장 침체, 안보 우려와 형사사법 체계 개편 논란을 파고들며 대안을 내놓고 있습니까. 아니면 같은 당 동료를 공격하고 계파의 이해를 지키는 데 허비하고 있습니까.

여당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가 높아졌다고 국민의힘의 미래가 저절로 열리는 것은 아닙니다. 상대의 실수가 곧 나의 실력은 아닙니다. 국민은 민주당에 실망했다고 해서 무능하고 분열된 야당에 자동으로 표를 주지 않습니다. 국민의힘이 최근 지지율 상승에 취해 또다시 계파 싸움과 공천 계산에 빠진다면 2028년 4월 총선에서도 패배는 불을 보듯 뻔합니다.

총선은 아직 멀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국민의 평가는 이미 시작됐습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친윤’과 ‘반윤’, ‘친한’과 ‘반한’, ‘탄핵 찬성파’와 ‘반대파’의 끝없는 전쟁이 아닙니다. 거대 여당의 독주를 막아낼 전투력, 민생을 살릴 정책 능력, 국가 안보를 지킬 책임감입니다. 박 전 대통령이 말했듯 경제는 숫자가 아니라 국민의 삶이며, 개혁은 국민이 아파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헌법이 보장한 권한 뒤에 숨어 내부총질이나 하라고 국회에 들어간 사람들이 아닙니다. 야당 의원이라면 권력과 싸우고, 정부의 잘못을 밝히고,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당내 생각이 다를 수는 있지만 서로를 제거해야 할 적으로 규정해서는 안 됩니다. 지도부 역시 단합을 복종으로 착각하거나 비판을 배신으로 몰아서는 안 됩니다.

애벌레가 고치를 찢지 못하면 나비가 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서로의 날개부터 물어뜯는 애벌레에게 비상은 없습니다. 국민의힘이 2028년 총선에서 다수당을 꿈꾼다면 지금부터 처절하게 달라져야 합니다. 내부의 칼을 거두고 권력을 향해 칼끝을 돌리십시오. 둥지가 깨지면 알도, 새도, 보수의 미래도 온전할 수 없습니다.

윤덕우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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