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민 충주용산초 교사
해마다 10월 마지막 화요일은 법정기념일인 ‘금융의 날’이다. 과거 학교마다 돼지저금통에 동전을 모으던 ‘저축의 날’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금융이란 여전히 근검절약의 미덕으로 먼저 다가올지 모른다. 그러나 오늘날의 금융은 단순한 돈 모으기를 넘어, 복잡한 현대 사회 속에서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설계하고 미래의 위험을 현명하게 관리하는 필수적인 생존 역량이 되었다. 금융의 날을 맞아 올 한 해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과 부대끼며 함께 체감한 금융교육의 진정한 의미를 되돌아보게 된다.
교과서 속 딱딱하고 어려운 경제 용어를 외우는 대신, 아이들의 생활과 맞닿은 살아있는 체험 활동을 교실로 끌어들였다. 정해진 예산 안에서 학급 행사를 준비해 보고, 용돈기입장을 쓰며 나만의 소비 기준을 세워보는 활동을 펼쳤다. 처음에는 무조건 비싸고 화려한 것만 찾던 아이들이 “선생님, 진짜 갖고 싶은 것과 꼭 필요한 것은 다르더라고요”라며 스스로 지출의 우선순위를 따지기 시작했다. 또한 집안일을 도우며 가족의 가사 노동을 직접 체험해 본 뒤에는 “부모님이 힘들게 벌어오시는 돈이 그냥 생기는 게 아니었다”며 노동의 무게와 소중함을 깨닫고 감사하는 따뜻한 변화가 교실 안팎에서 나타났다.
아이들이 직접 상품을 기획하고 가격을 정해보는 모의 창업과 생성형 AI를 활용한 경제 탐구 활동 역시 값진 교육적 효과를 낳았다. 단순히 이윤을 많이 남기는 요령을 가르치기보다, 나의 선택이 주변 사람들과 환경에 미칠 영향을 깊이 고민하게 했다. 그러자 아이들은 “이윤이 조금 덜 남아도 환경을 생각하고 이웃에게 도움이 되는 물건을 팔고 싶다”며 공정한 거래와 사회적 책임을 스스로 선택지에 올렸다. 금융이 나 혼자만의 이익을 채우는 도구가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의 상생과 직결되어 있음을 자연스럽게 체득한 것이다.
이번 금융의 날 우리 학교는 이처럼 일상 속에서 자라난 학생들의 배움과 성장의 결실을 나누는 연구학교 공개수업과 축제의 자리를 마련한다. 진정한 금융교육은 아이들에게 부자가 되는 기술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선택의 갈림길에서 현명하고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마음의 근육을 길러주는 일이다. 교실이라는 작은 울타리에서 싹튼 아이들의 지혜가 세상이라는 더 넓은 무대에서 당당하고 성숙한 경제 시민의 힘으로 자라나길 기대해 본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