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리=연합뉴스
‘죽음과도 맞바꿀 맛’. 고래로 동양에서 복어(鰒魚)를 이르는 말이다. 그만큼 맛이 좋다는 뜻이다. 봄이 제철이다. 중국 소동파가 그의 시에서 ‘물쑥은 땅에 가득하고 갈대 싹은 짤막하니, 지금이 바로 하돈(河豚)이 몰려오는 때로다’고 읊었다. 여기서 하돈이 바로 복어다. 일본 에도시대 시인 고바야시 잇사도 “복어를 먹지 않는 바보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후지산”이라고 썼다. 일본은 특히 복어 요리에 진심인 나라다. 복어를 최고의 미식으로 여긴다.
우리나라에서 복어에 대한 태도는 좀 신중한 편이다. 물론 최고의 진미로 인정하기는 한다. 그러나 독을 걱정한다. 조선 시대 청장관 이덕무의 집안은 대대로 복어를 먹지 말라는 유훈을 지킨 것으로 유명하다. 또 여러 기록들이 복어의 독을 언급하면서 중독을 경계했다. 성종실록은 “필부들이 복어를 잘못 먹고 죽음에 이르거나, 고의적으로 복어의 독을 음식물에 타서 독살하는 경우도 있다”고 언급했다.
주지하다시피 복어의 독은 치명적이다. 복어가 품고 있는 테트로도톡신 성분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맹독이다. 이 독성은 주로 알이나 간에 들어 있다. 청산가리의 1천2백배가 넘는 맹독이다. 무색·무미·무취해서 구분이 힘들다. 또 가열해도 파괴되지 않고 해독제도 현재로서는 없다. 그래서 복어를 먹는 행위는 죽음을 무릅쓰는 것과 같다는 말이 나온 것이다. 일부에서 양식 복어는 독이 없다는 이야기가 도는 데 이는 틀린 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럼에도 맛과 영양은 뛰어나다. 이노신산이나 글리신, 알라닌 과 같은 아미노산이 풍부해 감칠맛과 단맛마저 난다. 복어에 들어 있는 타우린은 숙취 해소에 그만이다. 그 외에도 비타민, 칼륨, 인, 오메가3 등도 많이 함유돼 있다.
미국 CNN 방송이 얼마 전 부산의 대표적 향토 음식인 복국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국물 요리’라고 소개하며 집중 조명했다. 방송은 복어에는 치명적인 테트로도톡신이 포함돼 있지만 한국에서는 전문 조리사가 안전하게 손질해 즐기는 음식이라고 전했다. 방송은 또 1992년 이른바 ‘초원 복국’사건을 언급하면서 초원 복국집이 지금은 정치색을 띠지 않은 부산의 대표 식당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CNN까지 복국에 관심을 보이는 배경에는 부산을 찾는 해외 관광객이 크게 증가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K-컬처의 유행에 따른 또 하나의 현상이라고 하겠다. 복국이 세계 미식가들의 주요 메뉴가 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이 이 정도인가 하는 놀라움도 새삼 느껴진다. 다만 전문 조리사 자격증을 포함해 까다로운 조리 과정만은 철저해질 필요가 있다. 알과 눈, 혈액 등에 녹아 있는 맹독을 결코 심상하게 보아서는 안 된다. 행여 불의의 사고가 터진다면 큰일이다. 한국 음식을 찾는 외국 관광객들에게도 이 점을 철저히 인식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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