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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위기의 유료방송③] AI에 사활…돌파구는 '플랫폼 혁신과 규제 완화'

유료방송 30년의 성장과 정체를 되짚고, 인공지능(AI)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통한 제2의 도약 가능성을 살펴본다. 존망지추의 시대에 유료방송 업계가 꺼내든 카드는 인공지능(AI)이다. 통신 3사는...

[위기의 유료방송③] AI에 사활…돌파구는 '플랫폼 혁신과 규제 완화'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위원장이 10일 정부과천청사에서 '2026년 제1차 전체회의'를 열고 있다. (사진제공=방미통위)

한국 유료방송은 1995년 케이블TV 출범과 2008년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IPTV) 상용화 시대를 거치면서 미디어 산업의 핵심 축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파상공세와 코드커팅(Cord-Cutting) 가속화로 가입자·매출·광고 수입이 동반 감소하는 구조적 위기에 직면했다. 유료방송 30년의 성장과 정체를 되짚고, 인공지능(AI)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통한 제2의 도약 가능성을 살펴본다.

[뉴스웍스=박광하 기자] 존망지추의 시대에 유료방송 업계가 꺼내든 카드는 인공지능(AI)이다. 통신 3사는 신경망처리장치(NPU)를 탑재한 AI 셋톱박스를 잇달아 선보이며 IPTV를 단순 방송 수신기에서 AI 기반 홈 허브로 진화시키고 있다.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FAST) 도입 논의도 본격화됐다.

하지만 관건은 기술 혁신만이 아니다. IPTV 사업자에게는 요금제 변경 하나에도 정부 허가가 필요한 반면 글로벌 OTT는 자유롭게 서비스를 설계한다. AI와 FAST를 갖추더라도 규제 틀이 그대로라면 제2의 도약은 실패로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AI 셋톱박스'로 이용자 마음 공략

통신 3사는 2024년 하반기 NPU를 탑재한 AI 셋톱박스를 경쟁적으로 공개하며 IPTV를 AI 기반 홈 허브로 재정의하고 있다.

KT는 2024년 11월 온디바이스 AI 기능을 탑재한 '지니TV 셋톱박스 4'를 정식 출시했다. AI 기반의 8K 업스케일링, AI 시청 퀵모드, AI 배경화면 기능이 핵심이다. 주위 조도를 감지해 화면 밝기와 음량을 자동 조절하며, 이용자의 시청 습관을 학습해 자주 시청하는 시간대에 TV 앞에 사람이 오면 자동으로 화면을 켠다. 콘텐츠 하이라이트만 보기나 특정 장면 건너뛰기 같은 편의 기능도 갖췄다.

이후 자난해 7월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력해 대화형 거대언어모델(LLM) 기반 미디어 AI 에이전트를 추가 탑재했다. 이를 통해 "ENA 채널에서 방영한 군대 배경의 유쾌한 드라마가 뭐였지?"와 같은 자연어 질문에 AI가 콘텐츠를 찾아 바로 시청 가능한 VOD로 연결해 준다.

SK브로드밴드는 2024년 9월 NPU 칩을 탑재한 AI 셋톱박스 'AI 4 비전'을 출시하고 SK텔레콤의 AI 에이전트 에이닷을 접목했다. 클라우드 연결 없이 온디바이스로 음성·화질을 선명하게 조정하며, 업계 최초로 4K 카메라를 탑재해 AI 모션 인식 서비스도 구현했다. 고객이 에이닷과 자연어로 대화를 주고받으면 AI가 대화의 의도와 맥락을 이해해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제시한다.

LG유플러스도 자체 AI '익시' 기반의 온디바이스 AI 셋톱박스를 같은 시기 공개하며 'U+tv'에 초개인화 콘텐츠 추천, AI 자막 위치 자동 조정, 24시간 AI 음성 챗봇 기능을 도입했다. LG유플러스 개발팀은 "AI 연산이 클라우드가 아닌 셋톱박스 자체에서 수행되기 때문에 음성 명령 인식, 콘텐츠 탐색 등의 반응 속도가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통신 3사는 공통적으로 NPU를 통한 온디바이스 AI를 도입했지만 각사별로 추구하는 방향은 차이를 보인다. KT가 생활 편의 기능을 통한 락인 효과에 집중하는 모양새라면,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는 맞춤형 콘텐츠 추천에 집중하는 차별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제2도약을 위한 열쇠는 'FAST·규제 혁신'

기술 혁신과 함께 수익 모델 다변화 논의도 속도를 내고 있다.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FAST)은 별도 구독료 없이 광고 시청으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모델로, 코드커팅 이용자를 다시 끌어들일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디지털TV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FAST 시장은 2022년 60억달러(약 8조8800억원) 규모에서 2028년 180억달러(약 26조6400억원)로 3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LG전자의 스마트TV 플랫폼뿐 아니라 유료방송 사업자들도 자사 플랫폼 내 FAST 채널 확충에 나서고 있다. 무료이면서도 광고 수익을 낼 수 있고, 실시간 편성의 강점을 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FAST는 유료방송에 위기를 심화시키는 경쟁자인 동시에 학습하고 흡수해야 할 새로운 수익 모델이기도 하다. 다만 업계에서는 FAST 서비스 구축 비용과 기존 가입자 이탈, 규제 적용 문제를 함께 해소하지 않으면 유의미한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제도적 환경도 변화의 조짐을 보인다. 기존 방송통신위원회를 대신해 지난해 10월 새롭게 출범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지상파·종합편성 채널은 물론 케이블TV, 위성방송, IPTV 등 유료방송 정책까지 총괄하는 통합 규제·진흥 기관으로 자리잡았다.

방미통위는 10일 첫 전체회의를 열고 방송3법 후속 조치를 본격 시행하며 미디어 규제 혁신에 시동을 걸었다. 김종철 방미통위원장은 "미디어 산업 혁신과 AI 시대 이용자 보호, 전통 매체와 글로벌 플랫폼 간 규제 형평성 제고를 통해 국민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OTT나 FAST 같은 신규 서비스에 대한 규제 주체가 여전히 불명확하고, 방송은 허가·규제 산업, OTT는 부가통신서비스로 구분하는 이원적 체계가 유지되는 만큼 실질적인 규제 형평성 확보는 아직까지 '먼 목표'라는 분석도 발견된다.

업계는 AI 기술과 FAST로 혁신을 시도하려고 해도 이를 빠르게 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이 마련되지 않으면 제2의 도약은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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