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료방송은 1995년 3월 1일 케이블TV 본방송을 시작으로 30여년의 역사를 써내려왔다. (출처=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한국 유료방송은 1995년 케이블TV 출범과 2008년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IPTV) 상용화 시대를 거치면서 미디어 산업의 핵심 축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파상공세와 코드커팅(Cord-Cutting) 가속화로 가입자·매출·광고 수입이 동반 감소하는 구조적 위기에 직면했다. 유료방송 30년의 성장과 정체를 되짚고 산업의 수익 구조를 진단하고, 인공지능(AI)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통한 제2의 도약 가능성을 살펴본다.
[뉴스웍스=박광하 기자] 1995년 3월 1일, 지상파 4개 채널만 존재하던 한국 방송 시장에 케이블TV가 처음 문을 열었다. 이후 2008년 IPTV가 상용화되면서 방송과 통신의 경계가 무너졌다. 세계 최고 수준의 네트워크 인프라를 기반으로 가입자 3600만명 시대가 열렸다. 통신사들은 케이블TV를 잇달아 인수합병하면서 체급을 키워나갔다.
하지만 성장의 정점에서 바라본 풍경은 기대와 달랐다. 외형 확장 이후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한 채 정체 국면에 접어든 것이다. 유료방송은 미래 도약의 방향을 찾지 못한 채 존망의 기로에 서 있다.
◆케이블TV부터 IPTV를 거쳐 써내려온 30년 역사
유료방송의 역사는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해 1월 39개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가 21개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와 함께 시험방송을 시작했다. 두 달 뒤인 3월 1일 48개 SO가 24개 PP를 통해 9만7000여 가구를 대상으로 본방송을 시작하며 다채널 시대의 막을 올렸다. 지상파 4개 채널이 전부이던 시청 환경이 수십 개 채널로 확대되는 순간이었다.
케이블TV는 초기 수익 확보에 고전했지만 반등에 성공해 8년 만에 가입자 1000만명을 돌파했다. 당시 전국 가구 수가 약 1600만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전체 가구의 3분의 2가 유료방송에 가입한 셈이었다.
1997년 외환위기로 다수의 PP가 부도를 맞았지만, SO는 채널 패키지 제공과 요금 할인 정책으로 가입자를 지켜냈다. 케이블TV는 단순한 방송 수단을 넘어 생활 인프라로 자리잡아 갔다.
2002년 위성방송 출범으로 다매체 시대가 본격화했다. 여기에 더해 2008년 KT 등 통신업계가 IPTV로 방송 시장에 진출하면서 경쟁 구도는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IPTV는 주문형비디오(VOD)와 양방향 서비스를 앞세웠고, 초고속인터넷·이동통신과의 결합상품을 무기로 가입자를 빠르게 흡수했다.
IPTV 매출은 상용화 첫해인 2009년 2200억원에서 2014년 약 1조5000억원으로 7배 가까이 성장했다. 2017년에는 IPTV 가입자 수가 처음으로 케이블TV를 추월하는 변곡점을 맞았다.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 인터넷망과 아파트 밀집 주거 환경은 IPTV 확산의 든든한 토대가 됐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방송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IPTV 방송사업매출은 한 때 5조원을 돌파하면서 유료방송 매출 점유율 26.4%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시기까지는 성장의 방향이 뚜렷했다. 더 많은 회선, 더 많은 채널, 더 많은 VOD가 곧 시장 확대의 공식이었다.
◆통신3사 과점 체제 후 도래한 성장 정체기 '위기'
2010년대 후반부터 통신 3사는 케이블TV 인수합병(M&A)을 잇달아 단행하며 시장을 재편했다. SK브로드밴드가 티브로드를,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KT스카이라이프가 현대HCN을 인수하며 전체 시장 점유율의 80% 이상을 통신 계열사가 차지하는 과점 구조가 완성됐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사업자별 가입자 수는 KT가 902만8900명(24.92%)으로 1위를 지켰고, SK브로드밴드 IPTV가 676만8835명(18.68%), LG유플러스가 561만6786명(15.50%)으로 집계됐다. 외형적으로는 가입자 3600만명 시대가 완성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가입자 규모의 정점과 침체는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유료방송업계를 덮쳤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유료방송 가입자 수는 2024년 상반기를 기점으로 감소세로 전환했고, 지난해 상반기에는 3622만6100명으로 6개월 전보다 13만8546명(-0.38%) 줄었다.
케이블TV 가입자는 2022년 하반기 1272만9441명에서 지난해 상반기 1209만1056명으로 약 64만명 이탈했다. 위성방송도 같은 기간 295만3347명에서 272만523명으로 23만명 이상 감소했다.
통신 3사가 인수합병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는 사이 서비스 차별화는 뒷전으로 밀렸고, 그 빈틈을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가 파고들었다. 업계에서는 플랫폼 자체 경쟁력만으로 보면 IPTV의 성장 여력이 크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결합상품이라는 안전판 없이는 현재의 가입자 기반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기도 하다.
유료방송은 30년간 쌓아온 인프라 위에서 새로운 성장 방식을 찾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놓인 형국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