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울산에서 숨진 일가족 5명이 기초수급자 지원 요건을 충족하고도 사회적 낙인을 우려해 복지지원 신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탈신청주의' 복지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일가족이 살던 빌라. 연합뉴스
울산에서 생활고를 겪던 일가족 5명이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신청을 하지 않으면 지원을 받지 못하는 현행 ‘신청주의’ 복지 체계를 국가가 선제적으로 수급자를 발굴하고 자동 지급하는 '탈신청주의'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울주경찰에 따르면 지난 18일 울주군 한 빌라 방 안에서 30대 남성 A씨와 미성년 자녀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려 온 것으로 조사됐다.
울산 일가족의 경우 기초수급자 지원 요건을 충족했지만, 심리적 부담감과 사회적 낙인을 우려해 물품만 수령할 뿐 경제난을 완화시켜줄 수급 신청은 끝내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위기가구 복지문제는 개인과 사회 두 가지 차원에서 모두 중요한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당사자가 감내해야 할 고통은 물론이고 개인의 어려움이 결국 고독사나 중증 질환 방치로 이어지면 더 큰 사회적 비용과 행정력 부담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의 아픔이 사회 구조적 문제가 되기 전에 안전망을 설치하고 사고를 방지하는 것은 지자체의 필수적인 책무와 사회적 투자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추세다.
이에따라 정부와 일선 지자체는 빈곤가정 등에 대한 선제 발굴 시스템을 통해 위기 징후를 포착하고 직접 찾아가 각종 경제적 지원과 돌봄을 안내하는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복지정책은 대부분 당사자의 ‘신청주의’를 기본으로 하고 있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긴급구조를 거부한 울산 일가족 사건이 한 예다.
이 때문에 복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위급 상황 시 ‘선조치 후조사’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류와 행정 절차를 따지기 전에 긴급 식료품과 의료비를 먼저 투입해 생명의 골든타임을 지키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광주광역시는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이 지원 신청을 할 때 느끼는 거부감을 덜기 위해 선제 발굴된 대상을 직접 방문해 소정의 생필품과 식료품을 제공하며 상담을 통해 복지 서비스를 신청하도록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 광주시는 고독사와 같은 위기가구 관련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빅데이터 시스템과 인적 네트워크를 결합한 이중의 안전망을 펼치고 있다.
먼저 단전, 단수, 건강보험료 체납 등 수십 가지 종류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위기 징후를 포착하는 시스템으로 위험 가구를 찾아낸다. 한국전력의 스마트 계량기(AMI)와 통신사 데이터를 활용해 전력 및 통신 사용량 패턴을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평상시와 달리 전력 사용량이 급감하는 등 이상 징후가 감지되면 즉시 관제 모니터링을 거쳐 동 행정복지센터 담당자에게 알람이 전송된다.
동시에 집배원, 음료 배달원, 공인중개사, 도시가스 회사 상담원 등 생활 밀착형 직종 종사자들과 연계해 직접 위기 여부를 확인하고 지자체로 연결한다. 이 역시 위험 징후가 발견되면 즉각 동 담당자에게 상황이 공유된다.
이러한 시스템과 네트워크를 통해 위기 가구가 포착되면 광주만의 독자적인 지원 체계인 ‘광주다움 통합돌봄’ 서비스가 제공된다.
광주다움 통합돌봄 체계는 소득이나 재산 기준에 맞춘 보건복지부의 긴급복지지원을 통한 경제적 지원은 물론, 복잡한 기준에 묶여 지원을 받지 못하던 기존 방식에서 과감히 탈피했다.
오직 돌봄이 필요한 상황인지를 따져 가사와 식사, 병원 동행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만 당사자의 직접 신청이 있어야 보다 폭넓은 경제적 지원과 밀착 돌봄이 제공된다는 점에서 국가가 선제적으로 수급자를 발굴하고 자동 지급하는 '탈신청주의' 체계로의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남미선 광주광역시 돌봄정책과장은 "행정의 존재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시민의 생명을 지키는 데 있다"며 "당사자의 신청 외에도 위기 징후를 포착했을 때 보다 적극적으로 긴급조치를 할 수 있도록 제도가 정비된다면 복지사각지대에 내몰려 고통받는 이들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 주변의 위기 이웃을 발견하거나 본인이 직접 도움이 필요할 경우 보건복지상담센터 전화 ☎129번이나 광주광역시 통합돌봄 전담 전화 ☎1660-2642번 혹은 가까운 행정복지센터를 통해 언제든 온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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