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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웨어러블 로봇부터 제조 로보틱스까지…로봇은 패션을 어떻게 바꿀까

이는 아웃도어 의류 브랜드가 로봇 스타트업의 외골격 기술을 의류 형태로 끌어온 사례로 2024년 예약 판매를 시작해 2027년 배송이 예정돼있다. 의료·재활 영역에서는 사이버다인의 HAL, 라이프워드의 리워크(ReWalk)...

웨어러블 로봇부터 제조 로보틱스까지…로봇은 패션을 어떻게 바꿀까

시니어케어·신체보조·산업안전 수요가 ‘입는 로봇’ 시장 키운다

자동 봉제부터 제품 개발까지, 로보틱스가 패션 공급망 재편

로봇 기술이 패션산업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인간의 신체 활동을 보조하는 ‘웨어러블 로봇’과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는 ‘로보틱스 제조 공정’을 두 가지 축으로, 패션의 기능을 확장하고 공급망 구조를 바꾸며 고령화와 산업안전이라는 사회적 수요를 충족하는 역할로 자리 잡고 있다.

로봇 기술이 패션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ChatGPT생성이미지

패션산업 두 축은 ‘입는 로봇’과 ‘만드는’ 로봇

패션산업의 로봇 도입은 크게 두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나는 소비자가 착용하는 제품 안에 로봇 기능이 들어가는 웨어러블 로봇이고, 다른 하나는 신발·의류 생산 공정에 로봇을 투입하는 제조 로보틱스다. 전자는 의류와 신발을 단순 착용 제품에서 이동성, 보행 보조, 근골격계 부담 완화 기능을 가진 장치로 확장하고, 후자는 원가 중심의 대량생산 구조를 개발 속도, 근거리 생산, 공급망 리스크 관리 중심으로 바꾸고 있다.

국제로봇연맹(IFR)의 ‘월드 로보틱스(World Robotics) 2025년 통계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공장에 신규 설치된 산업용 로봇은 54만 2000대였고, 연간 설치 대수는 4년 연속 50만 대를 넘으며 도입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다. 시장 조사 기관인 ‘모르도르 인텔리전스(Mordor Intelligence)’는 웨어러블 로봇·외골격 시장이 2025년 53억 달러에서 2026년 68억 3000만 달러로 커지고, 2031년에는 242억 8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향후 패션 브랜드들은 로봇 하드웨어 기업과 협업하여 의류 내부에 구동기를 삽입하거나, 근력을 보조하는 하이테크 웨어 라인업을 강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나이키가 로보틱스 기업과 함께 개발한 파워드 풋웨어 시스템 ‘프로젝트 앰플리파이’. 사진=나이키

‘웨어러블 로봇’ 스포츠·아웃도어·재활 돕는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근력 보조와 보행 교정을 목적으로 한 소프트 로보틱스 기술이 의류에 접목되고 있다. 기술적으로는 기존의 딱딱한 금속 프레임에서 벗어나 섬유 소재와 유연한 구동기를 사용하는 '소프트 엑소슈트' 기술이 주류로 자리 잡는 추세다.

나이키는 지난해 10월 러닝과 워킹을 위한 파워드 풋웨어 시스템 ‘프로젝트 앰플리파이’를 공개했다. 로보틱스 기업 데피(Dephy)와 함께 개발한 이 제품은 모터, 드라이브 벨트, 충전식 커프 배터리, 카본 파이버 플레이트 러닝화가 결합된 구조로 종아리와 발목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강화하도록 설계됐다. 아웃도어 브랜드 아크테릭스는 AL·웨어러블 기술회사 스킵(Skip)과 함께 등산·하이킹 과정에서 다리 움직임을 보조하는 전동 보조 바지 ‘모/고(MO/GO)’를 공개했다. 이는 아웃도어 의류 브랜드가 로봇 스타트업의 외골격 기술을 의류 형태로 끌어온 사례로 2024년 예약 판매를 시작해 2027년 배송이 예정돼있다.

의료·재활 영역에서는 사이버다인의 HAL, 라이프워드의 리워크(ReWalk), 엔젤로보틱스의 엔젤 레그(ANGEL LEGS) M20, 엔젤슈트 H10 등이 대표적이다. 사이버다인은 HAL을 착용자의 의도에 따라 신체 기능을 개선·지원·확장·재생하는 웨어러블 사이보그 기술로 설명한다. 엔젤로보틱스의 엔절 레그 M20은 하지 전체를 보조해 보행 훈련과 관절 운동 회복을 돕고, 엔젤슈트 H10은 수술 후 회복기 환자, 신경계 환자, 근감소증 및 기능 저하 환자들의 기능 회복과 일상 복귀를 돕는다.

산업 및 의료현장에서 웨어러블 로봇이 상용화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빠르게 성장 중인 국내 웨어러블 로봇 시장

국내 패션기업 중 로봇 기술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곳은 형지엘리트다. 형지엘리트는 지난 1월 웨어러블 로봇 사업을 전담할 자회사 ‘형지로보틱스’를 출범하며 시니어 활동 보조 웨어러블 로봇과 워크웨어 안전 보조 웨어러블 로봇 유통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형지엘리트는 중국 지능형 외골격 로봇 기업 상하이중솨이로봇과 웨어러블 로봇 공동 연구개발 및 시장 진출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양사는 시니어 고객의 신체 특성과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협업 제품을 연구·기획하고, 형지엘리트의 패턴 설계와 소재 기술을 로봇 프레임에 접목해 ‘입기 편한’ 로봇 디자인을 개발할 계획이다. 또한 통기성과 신축성이 우수한 고기능성 원단을 개발해 산업용 특수복과 시니어용 보행 보조기기로 확장한다는 방향도 제시됐다.

국내 원천기술 확보 측면에서도 협력망을 구축했다. 제품 경량화와 원가 절감형 모델 개발을 위해 웨어러블 로봇 기술 기업 헥사휴먼케어에 전략적 투자를 결정했고, 로봇 케어 매니저 양성과 실증을 위해 재능대학교와의 3자 협약도 체결됐다. 또한 2000여 개가 넘는 전국 시니어 특화 유통망과 의류 설계 노하우를 로봇 기술에 접목할 계획이다.

한편 국내 웨어러블 로봇 시장에서는 보행 보조, 의료 재활, 산업 현장 근력 보조를 중심으로 상용 제품이 형성되고 있다. 위로보틱스의 윔(WIM)은 일반 보행과 운동 보조를 겨냥한 웨어러블 로봇으로 고령층의 보행 보조, 장시간 걷기, 운동 지원 등 일상형 이동성 시장을 겨냥한 제품이다. 의료·재활 분야에서는 엔젤로보틱스의 엔젤렉스 엠20(ANGEL LEGS M20)이 대표적이다. 이 제품은 하지 불완전마비 환자의 보행 훈련을 지원하는 재활 로봇으로 의료기관 기반의 재활 훈련 장비에 가깝다.

산업용 제품 중 에프알티로보틱스의 스텝업 네오(StepUp NEO)는 작업자의 허리와 하체 부담을 줄이기 위한 외골격 로봇이다. 현대차그룹의 엑스블 숄더(X-ble Shoulder)는 산업 현장 근로자의 어깨 관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설계된 웨어러블 로봇으로 지난 3월 국내 웨어러블 로봇 분야에서 첫 KS 인증을 받았다. 현대차는 지난해 농촌진흥청과 협력해 엑스블 숄더를 농업 현장에 적용하는 방안도 추진한 바 있다.

온은 부산에 세계 두 번째 로봇 생산 시설을 개설했다. 사진=온

생산 로보틱스 도입, 패션 공급망 미래 바꾼다

현재 로봇 봉제 기술은 머신비전과 폐쇄루프 제어를 활용해 원단 위치를 실시간으로 보정하는 단계까지 진전됐다. 미국 제조업 첨단 로봇 연구소(ARM Institute)의 2026년 자료에 따르면 소보(Sewbo), 지멘스(Siemens) 등이 청바지 제조에서 전체 조립 노동의 50% 이상을 자동화 하는 공정을 시연했고, 기존 조립 라인에 통합해 후속 마감 공정으로 넘기는 단계까지 진행했다, 또 비전 센서로 원단 위치를 모니터링하고 봉제 경로를 실시간 보정하는 폐쇄루프 제어를 적용했다.

스위스 스포츠 브랜드 온은 지난 2월 부산 인근에 두 번째 라이트스프레이 로봇 생산시설을 열었다. 온 공식 발표에 따르면 부산 시설은 로봇 32대를 갖췄고, 지난해 7월 취리히에서 가동한 첫 시설의 로봇 4대와 비교해 글로벌 라이트스프레이 생산능력을 2026년에 30배 확대하는 역할을 한다. 온의 라이트스프레이 기술은 단일 로봇 팔이 3분 만에 갑피를 제작하는 방식이며, 회사는 이를 통해 폐기물과 갑피 생산 관련 탄소배출을 줄인다고 설명한다.

로봇 기술은 완제품뿐 아니라 연구개발 단계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나이키, 아디다스, 아식스 등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는 R&D 과정에서 로봇·기계를 이용해 러닝화의 미드솔 압축·복원, 착지 충격, 에너지 리턴, 지면 조건별 변형을 측정한다. 이는 러너가 감각적으로 표현하는 쿠션감과 반발력을 수치화하는 과정이다.

최근에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러닝화 테스트에 활용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중국 베이징 휴머노이드 로봇 혁신센터와 리닝은 ‘휴머노이드 로봇 스포츠 과학 공동 연구실’을 공개했으며, 전기 구동 휴머노이드 로봇 톈궁이 리닝 레드 래빗 8 PRO 러닝화와 스포츠웨어를 착용하고 주행 테스트를 수행한 것으로 확인된다.

로봇 기술, 패션기업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올라

전망은 신중해야 한다. 웨어러블 로봇 시장은 성장하고 있지만 가격, 배터리, 내구성, 안전 인증, 보험 적용, 세탁·관리, 사후 서비스라는 과제가 남아 있다. 제조 로보틱스도 티셔츠와 청바지, 스포츠화 갑피처럼 반복성이 높은 공정에서는 성과가 나오고 있지만, 모든 의류 공정을 자동화하기에는 소재의 유연성과 디자인 다양성이 여전히 큰 장벽이다.

그럼에도 변화의 방향은 명확하다. 로봇은 패션의 기능을 넓히고, 제조의 일부 공정을 재설계하며, 시니어 케어와 산업안전이라는 사회적 수요를 새로운 시장으로 연결하고 있다. 패션기업의 경쟁력도 디자인과 브랜드에서 착용 기술, 소재 공학, 데이터 기반 R&D, 자동화 생산 운영 능력으로 점차 확장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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