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수 광주대학교 도시부동산학과 교수
광주가 ‘노잼도시’로 불린다. 이 표현을 단순한 유행어로 치부하고 넘어갈 수는 없다. 이는 도시의 현재를 드러내는 하나의 인식이며, 동시에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는 신호다. 도시가 시민과 외부 방문객에게 충분한 체류 가치와 경험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집단적 평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논의의 출발점은 ‘재미가 있는가 없는가’가 아니다. 본질은 ‘왜 재미를 만들어내지 못하는가’에 있다. 광주는 문화적으로 결코 빈약한 도시가 아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중심으로 한 문화 인프라는 이미 전국 최고 수준이며, ‘예향(藝鄕)’이라는 역사적 자산도 분명하다. 문제는 문화의 부재가 아니라, 문화가 경험으로 전환되지 못하는 구조에 있다.
이 지점에서 도시 규모의 문제가 드러난다. 도시는 일정 수준 이상의 규모를 확보할 때 비로소 산업과 문화가 상호작용하며 자생적인 생태계를 형성한다. 야간경제가 형성되고, 콘텐츠는 일회성을 넘어 지속성을 갖게 되며, 소비는 체류로 확장된다. 그러나 광주는 단일 도시 구조 안에서 이러한 임계 규모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노잼도시’라는 평가는 문화의 부족이 아니라 구조의 한계를 반영하는 결과다.
따라서 해법은 명확하다. 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그 핵심이 바로 광주·전남 행정통합이다. 행정통합은 단순한 행정구역의 결합이 아니다. 도시의 작동 원리를 재편하는 구조적 전환이다. 광주와 전남이 하나의 생활권으로 통합될 경우 약 320만 인구 규모의 광역 경제권이 형성된다. 이는 단순한 인구 증가가 아니라, 시장의 확대이자 도시 기능의 확장이다. 산업과 문화가 유지되고 축적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 갖춰지는 것이다.
보다 중요한 변화는 공간 구조에서 나타난다. 광주는 도시형 문화와 소비의 중심지이고, 전남은 해양과 생태, 관광 자원을 보유한 지역이다. 이 두 공간이 결합될 경우 ‘도시형 경험’과 ‘자연형 경험’이 동시에 작동하는 복합 구조가 형성된다. 이는 단일 도시가 구현하기 어려운 경쟁력이다. 도시에서의 소비와 자연에서의 체류가 하나의 생활권 안에서 연결될 때, 비로소 체류형 도시가 성립한다.
이러한 구조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연결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도시는 연결될 때 시장이 된다. 따라서 광주·전남 통합의 실질적 핵심은 초광역 교통망 구축이다. 광주와 순천을 40분 생활권으로 연결하고, 목포를 20분대 생활권으로 편입하며, 나주 혁신도시와의 광역철도를 완성해야 한다. 이동 시간이 단축될 때 공간은 확장되고, 분절된 지역은 하나의 도시로 재편된다. 경험은 특정 공간에 머무르지 않고 생활 전반으로 확장된다.
결국 ‘노잼도시’ 문제는 청년 문제로 귀결된다. 청년이 떠나는 도시는 활력을 유지할 수 없다. 그리고 청년이 떠나는 이유는 단순하다. 놀거리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기회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자리와 미래 가능성이 없는 도시에서 재미는 유지될 수 없다. 행정통합은 이 구조를 바꿀 수 있는 결정적 계기다. AI 산업, 문화콘텐츠 산업, 에너지 산업이 결합된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광주 도심을 창업과 문화의 거점으로 재편하며, 전남을 삶과 여가가 결합된 공간으로 확장해야 한다. 이때 비로소 ‘일하면서 머무는 도시’, 나아가 ‘살면서 즐기는 도시’가 가능해진다.
도시는 저절로 재미있어지지 않는다. 규모가 형성되고, 구조가 작동하며, 사람들이 머무를 이유가 만들어질 때 비로소 재미가 생성된다. 그런 점에서 ‘노잼도시’라는 평가는 위기이자 동시에 방향을 제시하는 신호다. 문제를 정확히 인식한다면 해법 역시 분명해진다.
광주·전남 행정통합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도시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구조적 조건이다. 이제 질문은 단순하다. ‘왜 재미가 없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도시를 다시 설계할 것인가’다. 해답은 이미 명확하다. 통합을 통해 규모를 확보하고, 연결을 통해 공간을 확장하며, 산업과 문화를 결합하는 것. 이것이 바로 ‘노잼도시 광주’를 넘어서는 가장 현실적인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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