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성공한 대통령들 특징은
목표 집중… 나머진 과감히 위임
李, 추석 앞두고 기자회견서 반성
부담 덜고 여유 가져야 길 보일 것
신철희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우리나라가 대통령제를 운영한 지 거의 80년에 가까워지지만, 그 중심에 선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이나 리더십에 대한 연구는 여전히 빈약하다. 퇴임 후 도서관을 세워 기록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자신의 과오도 비교적 솔직하게 드러내는 회고록을 쓰는 문화가 자리잡은 미국과 비교하면 그 격차는 더 뚜렷하다. 우리의 경우 기록 관리도 철저하지 않고, 회고록은 자화자찬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연구할 소재나 통로 자체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미국은 대통령제를 만들어낸 나라로 그 역사도 가장 긴 만큼 축적된 사례와 연구가 많고, 정치학계와 역사학계를 중심으로 대통령학도 발전했다. 언론의 보도와 정보도 방대하다. 필자가 관련 연구들을 살펴보면서 법칙이라고까지 단정할 수는 없지만, 성공한 대통령들의 공통적인 특징들을 몇 가지 발견할 수 있었다. 어디선가 들어봤을 수도 있지만 실천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성패는 바로 여기에서 좌우된다고 생각한다.
첫째, 중요한 몇 가지 목표와 방향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과감히 위임했다. 미국 역사학자 제레미 수리는 워싱턴, 링컨, 프랭클린 루즈벨트 등 위대한 대통령들의 특징으로 바로 이 점을 꼽았다. 현대 국가는 너무 복잡하고 규모가 크다.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를 가진 대통령이 모든 일에 신경 쓰고 관여할 수 없다. 대통령이 사소한 현안에 매몰되면 정말 열심히 일한 것 같지만 임기 후반에 뚜렷한 성과는 남지 않는 낭패를 겪기 쉽다.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평가도 모든 것을 챙기는 ‘만기친람’형 리더십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이런 지적을 부인하기는 했지만, 정부가 치적으로 내세우는 국정회의가 오히려 그런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대통령의 시간은 가장 중요한 국가 자원 중 하나다. 대통령이 본질적이지 않은 일에 시간을 낭비하면 성과를 내기 힘들다. 대통령 책상에 올라오는 사안들과 보고서들은 중요한 내용들일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은 본질적인 일과 중요한 일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아무리 중요해 보여도 과감하게 다른 사람에게 위임해야 한다. 대통령은 큰 결정을 하라고 국민에게 고용된 공직자다. 자잘한 안타가 아니라 결정적인 홈런을 칠 마음을 먹어야 한다. 위대한 리더는 위대한 결정에 집중한다.
둘째, 현안에서 빠져나와 자신만의 시간과 공간을 확보하는 것의 중요성을 잘 알고 실천했다. 이 시간에 중요한 결정을 하고, 보다 큰 틀에서 국정운영의 전략과 방향을 가다듬었다. 오바마는 매일 잠들기 전 한 시간동안 서재에서 독서와 사색을 함으로써, 매우 빠르게 움직이는 일과와 정보로부터 한 발 떨어져 균형감각과 현실인식을 회복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프랑스의 드골 대통령은 일정 담당 참모들에게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을 비워두라고 늘 강조했다고 한다. 프랑스가 2차 세계대전에서 당한 굴욕을 딛고 강대국으로 재기할 수 있게 만든 그의 선 굵은 정치는 사색의 힘에서 나온 것이 분명하다.
셋째, 성공한 대통령 곁에는 거의 예외 없이 유능한 비서실장이 있었다. 비서실장의 역할은 대통령의 어젠다를 현실로 바꾸는 것이다. 권력의 속성을 잘 아는 비서실장이 정책과 정치가 조화를 이루도록 조율할 때 대통령은 성과를 낼 수 있다. 그런데 비서실장의 최고 덕목은 직언할 줄 아는 것이다. 역대 미국 최고 비서실장으로 평가받는 제임스 베이커는 자신이 보좌한 포드, 레이건, 아버지 부시 등이 자신을 ‘대통령이 듣기 싫어하는 것도 말할 수 있는 비서실장’이라고 평가한 것을 가장 큰 자부심으로 여겼다고 한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최고의 비서실장 베이커 뒤에는 여유와 자신감을 가지고 그에게 비서실 운영을 일임하고 쓴소리도 수용할 줄 알았던 대통령들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은 목표와 결과에 집중하다 보니 그 과정에서 국민의 마음을 살피지 못했다고 반성했다. 대통령의 말대로 국민의 마음을 잘 헤아리기 위해서도, 또 성과를 잘 내기 위해서도 대통령은 너무 바빠서는 안 된다. 내가 국정을 다 챙겨야 한다는 부담도 덜어내야 한다. 여유를 가져야 길도 분명하게 보이는 법이다.
/신철희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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