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성 기자 〈리서치센터 국장·칼럼니스트〉
〈월가의 경고〉 ① AI 버블은 끝났나…한국 증시가 먼저 드러낸 세계 AI 투자의 균열
■ 세계에서 가장 뜨거웠던 코스피, 3주도 안 돼 고점 대비 20퍼센트 넘게 추락
■ 삼성전자 역대급 실적 전망에도 주가 급락…공급과잉과 투자 회수 우려 부상
■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코스피200 절반 차지…레버리지 ETF가 변동성 증폭
▲세계 주요 외신은 코스피 급락을 단순한 조정으로 보지 않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된 AI 반도체 랠리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맞물리면서 한국 시장이 세계 AI 투자의 위험을 먼저 드러낸 시험대가 됐다고 분석했다. 일러스트=AI 생성
월가가 한국 증시를 향해 옐로카드를 뽑았다.
세계에서 가장 뜨거웠던 코스피는 3주도 버티지 못했다.
약세장으로 추락했다.
그렇다고 AI 혁명이 끝났다는 선언은 아니다.
월가가 본 것은 AI의 종말이 아니다.
AI보다 먼저 달린 주가와 레버리지의 균열이었다.
지난 6월 19일 코스피는 장중 9385까지 치솟았다.
연초 이후 상승률은 122퍼센트에 달했다.
그러나 7월 8일에는 장중 고점 대비 약 22퍼센트 떨어졌다.
종가 기준으로도 고점 대비 20퍼센트 넘게 하락했다.
마켓워치는 세계에서 가장 뜨거웠던 주식시장이 약세장에 진입했다고 전했다.
불과 몇 주 전까지 AI 반도체 기대는 한국 시장을 밀어 올렸다.
그러나 이번에는 같은 기대가 하락을 가속했다.
■ 역대급 실적에도 주가는 10퍼센트 빠졌다
시장의 경고는 삼성전자 잠정실적 발표일 더 선명해졌다.
삼성전자는 2분기 영업이익을 89조4000억원으로 전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약 19배 증가한 규모였다.
매출도 171조원으로 제시했다.
전년 동기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였다.
그러나 삼성전자 주가는 오히려 10퍼센트 급락했다.
코스피는 장중 8퍼센트 가까이 밀렸다.
급락 과정에서는 사이드카까지 발동됐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시장이 더 이상 현재의 이익만 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투자자가 묻기 시작한 것은 앞으로도 이 수익이 유지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실제 매출과 현금흐름으로 이어질 것인가.
반도체 증설이 다시 공급과잉으로 돌아올 것인가.
실적은 좋았다.
그러나 시장의 기대는 그보다 더 높았다.
■ 두 종목이 지수의 절반을 넘었다
한국 증시의 위험은 집중도에서 드러났다.
올해 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코스피200 내 합산 비중은 약 39퍼센트였다.
5월에는 51퍼센트를 넘어섰다.
한국 증시에 투자한다는 말이 사실상 두 반도체 기업에 투자한다는 뜻에 가까워진 것이다.
두 종목이 오르면 시장 전체가 올랐다.
두 종목이 밀리면 지수도 무너졌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한국 시장을 하나의 국가 투자처라기보다 AI 반도체에 집중된 업종 투자처럼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증시는 넓어졌다.
그러나 상승을 떠받친 기둥은 두 개로 줄었다.
■ 레버리지 ETF는 증폭기가 됐다
여기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붙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하루 수익률을 두 배로 추종하는 상품에 개인 자금이 몰렸다.
주가가 오를 때는 수익을 키웠다.
하락이 시작되면 같은 구조가 반대로 작동했다.
급락의 원인이 레버리지 ETF 하나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미 두 반도체주에 집중된 시장 위에 레버리지가 더해졌다.
상승과 하락의 진폭을 키울 조건이 만들어졌다.
로이터는 한국 시장을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동시에 변동성이 기록적인 시장으로 평가했다.
마켓워치는 한국의 변동성지수가 98까지 치솟은 반면 같은 시기 미국 VIX는 18 수준이었다고 비교했다.
가격이 오르는 동안 변동성까지 폭발하면 위험은 커진다.
지금 한국 증시는 그 조건을 동시에 보여줬다.
■ 외신이 본 것은 붕괴가 아니라 균열이었다
세계 외신은 아직 AI 버블이 터졌다고 단정하지 않았다.
AI 수요는 사라지지 않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이익도 급증했다.
따라서 이번 사태를 AI 산업의 종말로 규정하는 것은 성급하다.
그러나 단순한 조정으로 넘기는 것도 위험하다.
세계에서 가장 뜨거웠던 시장이 3주도 안 돼 약세장에 들어갔다.
역대급 실적 전망을 내놓은 기업의 주가는 10퍼센트 떨어졌다.
두 종목이 지수 절반을 차지했다.
이를 두 배로 추종하는 상품에는 개인 자금이 몰렸다.
이것은 정상적인 낙관의 모습이 아니다.
■ 한국 증시는 세계 AI 투자의 경고등이 됐다
세계 외신은 아직 AI 버블이 터졌다고 단정하지 않았다.
AI 수요는 살아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이익도 늘고 있다.
그러나 낙관만으로 넘기기에는 신호가 너무 컸다.
세계에서 가장 뜨거웠던 시장이 3주도 안 돼 약세장에 들어갔다.
역대급 실적 전망을 내놓은 기업의 주가는 10퍼센트 떨어졌다.
두 종목이 지수 절반을 차지했다.
그 위에 레버리지 상품까지 올라탔다.
AI 혁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끝난 것은 AI라는 이름만 붙으면 주가가 끝없이 오를 수 있다는 믿음이다.
좋은 산업과 좋은 주식은 같은 말이 아니다.
좋은 기업도 너무 비싼 가격에 사면 위험해진다.
AI 기대가 가장 빠르게 주가로 번졌던 곳에서 부작용도 가장 먼저 드러났다.
세계가 한국 증시를 바라보는 이유다.
AI를 의심해서가 아니다.
AI를 향한 기대의 가격을 다시 묻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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