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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움집서 달기지까지…‘건축’에 숨은 과학, 부산서 만난다[부산톡톡]

국립부산과학관을 방문한 관람객들이 돔 구조물을 직접 만들고 있다.

움집서 달기지까지…‘건축’에 숨은 과학, 부산서 만난다[부산톡톡]

국립부산과학관을 방문한 관람객들이 돔 구조물을 직접 만들고 있다. 사진제공=국립부산과학관

수천 년 전 인류는 추위를 피하고 맹수를 막기 위해 땅을 파 움집을 지었다. 지금은 수백 층 높이의 건물이 하늘을 찌르고, 거대한 교량이 바다와 대륙을 잇는다. 건축의 역사는 결국 ‘더 안전하고, 더 높고, 더 넓은 공간’을 만들기 위한 인류의 과학기술 발전사다. 이 같은 건축의 진화를 직접 보고 만지며 체험할 수 있는 전시가 부산에서 열린다.

국립부산과학관은 10월 1일부터 내년 3월 1일까지 1층 김진재홀에서 특별기획전 ‘빌드업 프로젝트(Build-up Project)’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건축을 단순히 ‘집을 짓는 기술’로 바라보지 않는다. 움집의 단열과 하중 분산부터 한옥의 온돌, 아파트의 철근콘크리트, 모듈러 주택의 규격화까지 주거 형태가 바뀌는 과정에 어떤 과학 원리가 작용했는지를 풀어낸다. 친숙한 주거 공간을 통해 과학과 공학을 이해하도록 전시의 눈높이를 낮춘 점이 특징이다.

전시는 ‘공간의 시작’, ‘공간의 혁신’, ‘공간의 확장’, ‘미래의 공간’ 등 4개 구역으로 나뉜다. 첫 구역에서는 움집과 한옥, 아파트, 모듈러 주택 등 주거 공간의 변천사를 살펴본다. 특히 움집은 땅속의 일정한 온도를 활용한 지열 단열과 ‘ㅅ’자 뼈대를 통한 하중 분산 원리를, 한옥은 온돌의 복사열과 대청마루 구조, 목재 결구법 등을 통해 기후와 진동에 대응한 전통 건축의 과학을 보여준다.

두 번째 구역에서는 건축물을 지탱하는 ‘구조’를 탐구한다. 나무·흙·돌·시멘트·철근콘크리트 등 건축 재료의 특성을 직접 살펴보고 기둥과 보, 아치, 트러스, 돔, 셸(Shell), 절판 구조 등 다양한 구조 방식을 체험할 수 있다. 관람객이 교구를 활용해 직접 구조물을 만들어보는 프로그램에도 참가할 수 있다.

전시의 볼거리는 ‘공간의 확장’에서 한층 커진다. 세계 최고층 건물인 부르즈 할리파를 비롯해 롯데월드타워, 1915 차나칼레 대교 등 세계적인 건축물과 구조물을 통해 초고층·초대형 건축이 가능해진 원리를 들여다본다. 타워크레인이 건물을 어떻게 끌어올리는지, 엘리베이터가 초고층 건물의 수직 이동을 어떻게 가능하게 하는지 등을 체험할 수 있다.

높이만큼 중요한 것은 ‘버티는 기술’이다. 전시장에서는 내진 설계와 건축 진동, 공진 현상, 빌딩풍 등을 통해 건물이 지진과 바람 등 외부 힘을 견디는 원리를 체험한다. 초대형 교량의 구조를 살펴보고 교량이 어떻게 공간의 물리적 한계를 넓혀왔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미래 건축은 더 낯설다. 마지막 구역에서는 제로 에너지 건축과 친환경 시공, 건축 로봇, 3D 프린팅 건축, 디지털 건축을 소개한다. 건축물의 정보를 디지털 모형으로 구현하는 빌딩 정보 모델링(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기술을 비롯해 로봇이 집을 짓고 3D 프린터가 건축물을 만드는 미래상을 보여준다. 특히 달 탐사기지 건설을 주제로 월면토와 신터링 블록을 활용한 체험과 설계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전시장 곳곳에는 어린이 관람객을 겨냥한 ‘뚝딱뚝딱 건축 놀이터’도 들어선다. 벽돌 쌓기와 미니 공구, 중장비 등을 직접 다뤄보며 건설 현장을 간접 경험할 수 있다. ‘건축가의 방’에서는 설계에서 완공까지 건축물의 제작 과정을 살펴보고, 가상의 건축 의뢰서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건축물을 설계하는 ‘나의 집을 지어줘’ 프로젝트에도 참여할 수 있다.

전시의 또 다른 특징은 건축을 과학·기술에만 가두지 않았다는 점이다. 국립부산과학관은 우리나라 집의 변천사를 다루기 위해 LH토지주택박물관, 건설 수주 자료를 위해 국토발전전시관, 디지털 건축 기술을 위해 전통건축수리기술진흥재단, 달 탐사기지 건설을 위해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 전문기관과 협력했다. 건축가 고성호의 2025년 세계건축상 수상작도 전시한다.

이번 전시는 국립부산과학관이 최근 이어온 ‘의·식·주’ 특별전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지난해 ‘사이언스 키친’으로 음식, 올해 ‘패션의 완성은 과학’으로 의생활을 다룬 데 이어 이번에는 인간이 살아가는 공간인 ‘주’를 과학의 시선으로 풀어낸다. 일상에서 너무 익숙해 무심코 지나쳤던 집과 건물이 사실상 과학과 공학의 집약체라는 점을 보여주는 셈이다.

송삼종 국립부산과학관장은 “건축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숨은 과학과 기술을 쉽고 재미있게 이해하고 미래의 공간을 직접 상상해 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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