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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울산시·의회·구군 갈등 조정 가능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예로 김 시장이 추진하는 폐선 버스 노선 복원과 버스공영제, 트램 사업 재검토 등은 추가 재정 투입과 사업계획 변경이 뒤따르는 사안이다.

김상욱 울산시장이 20일 취임 인사차 울산시청 시장실을 방문한 이영해 울산시의장을 비롯한 울산시의회 제9대 전반기 확대의장단 및 상임·예결위원장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울산시 제공

첫 번째 과제는 시정부와 시의회의 관계다.

예로 김 시장이 추진하는 폐선 버스 노선 복원과 버스공영제, 트램 사업 재검토 등은 추가 재정 투입과 사업계획 변경이 뒤따르는 사안이다.

일부 정책은 시장 권한으로 추진할 수 있지만 조직 개편과 예산 증액, 관련 조례 정비가 필요한 사업은 시의회의 협조 없이 속도를 내기 어렵다.

이러한 정책을 둘러싼 집행부와 시의회 간 이견을 조율할 해법으로 시장과 시의회 의장단, 각 정당 대표 의원이 참여하는 '정책협의회'를 검토할 수 있다.

협의회는 주요 정책과 예산을 둘러싼 쟁점을 시의회 심의 이전에 공유하고 집행부와 의회가 각자의 입장과 재정 여건을 확인하는 조정 창구로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사전 협의가 시의회의 공식적인 예산·조례 심의를 제약하지 않도록 운영 범위와 절차를 명확히 해야 한다.

의회의 권한을 제약하는 사전 합의기구가 아니라 정책의 쟁점과 재정 부담을 미리 공유하는 조정 창구로 운영돼야 하는 것이다.

앞서 울산에서도 협치 구조를 제도화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지난 2021년 출범한 '울산민관협치회의'는 시장과 시의회 추천 의원, 시민·직능단체와 구·군 추천 인사 등이 참여해 지역 의제를 심의·조정하도록 했다.

필요하면 공론화위원회와 시민참여단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한 것도 특징이다.

최근 시의회에서 다뤄진 '울산광역시 공론화 추진에 관한 조례안' 역시 주요 정책을 둘러싼 갈등을 제도적으로 조정하려는 시도다.

시장이 의제를 제안하면 공론화위원회가 실시 여부를 결정하고 시민과 이해관계인, 전문가의 숙의를 거쳐 도출한 정책 권고를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시정에 반영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다만 공론화 제안권이 시장에게만 부여된 점과 기존 민관협치 제도와 일부 기능이 겹치는 점은 조례안 심사 과정에서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다만 이들 제도와 별도로 집행부와 시의회 사이의 일상적인 정책 조정에 초점을 둔 협의체를 마련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민관협치회의가 시민사회와 행정의 협력에 무게를 두고 공론화위원회가 갈등 현안에 대한 시민 숙의를 담당한다면 집행부와 시의회가 주요 정책과 예산의 쟁점을 정례적으로 공유하고 조율할 창구는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견을 먼저 조정하고 시민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은 공론화 절차로 연결하는 역할 구분이 필요하며 이러한 역할 수행을 위해 앞서 제안된 'ㅌ' 등의 제도가 구비돼야 한다.

울산시내버스 모습. 울산신문 자료사진

오페라하우스 조감도. 울산시 제공

두 번째 과제는 울산 정치권의 초당적 국비 공조다.

울산은 자동차와 조선, 석유화학 등 기존 주력산업의 경쟁력을 지키는 동시에 인공지능과 에너지 등 미래산업을 육성해야 하는 전환기에 놓여 있다.

대규모 기반시설과 연구개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정책지원과 국비 확보가 필수적이다.

현재 중앙정부와 울산시장은 민주당 소속이지만 울산지역 국회의원은 국민의힘이 다수를 차지한다.

정당마다 활용할 수 있는 정부·국회 내 정책 통로가 다른 만큼 이를 하나로 묶는 '초당적 울산 국비확보단'의 상시 가동이 요구된다.

김 시장과 지역 국회의원단 대표가 공동단장을 맡고 울산의 핵심 국비사업을 공동으로 선정하는 방식이다.

정부 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된 뒤 뒤늦게 움직이기보다 정부 부처의 예산 편성 단계부터 사업별 역할을 나눠 대응해야 한다.

정당별로 서로 다른 사업을 요구하기보다 울산의 우선순위를 담은 단일 요구안을 마련한다면 중앙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한 지역의 정치적 협상력도 높일 수 있다.

타 지자체에서는 제주도가 도와 도의회 간 국비 공조를 이어오고 있다. 제주도와 제주도의회는 정부 예산안의 국회 심의 시기마다 공동 국비확보단을 꾸려 지역 현안사업의 예산 반영을 요청해왔다. 지난해에도 제주도지사와 도의회 부의장, 민주당·국민의힘 원내대표 등이 국회를 찾아 2026년도 주요 국비사업 12건에 429억원의 증액을 공동 건의했다. 도와 도의회가 정당을 넘어 지역의 우선사업을 함께 설명했다는 점에서 울산 정치권이 참고할 만한 사례다.

울산 트램사업 조감도. 울산시 제공

태화강 국가정원 전경. 울산시 제공

세 번째 과제는 울산시와 5개 구·군의 관계다.

민주당 소속 김상욱 시장과 5개 구·군 단체장은 각각 별도의 선거를 통해 권한을 부여받은 독립적인 지방정부의 장이다.

구청장과 군수가 시장의 지휘를 받는 상하관계가 아닌 만큼 민선 9기 시와 구·군의 관계는 단순한 행정 협조를 넘어 여섯 선출 권력 사이의 정치적 조정 성격을 띨 가능성이 크다.

특히 국민의힘 소속 기초단체장 4명이 재원 배분과 시비 지원, 개발사업 우선순위, 광역교통망 등을 놓고 공동 목소리를 낼 수 있다.

반면 같은 민주당 소속인 북구청장도 지역 현안에서는 시장과 다른 입장을 취할 수 있어 시와 구·군의 관계를 고정된 4대 1 구도로만 보기는 어렵다.

정당 차이뿐 아니라 지역별 이해관계와 사업 우선순위가 갈등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울산시는 광역교통과 도시계획, 재원 조정 등에서 주요 권한을 갖고 구·군은 주민 생활과 밀접한 정책을 현장에서 추진한다.

어느 한쪽도 단독으로 성과를 내기 어려운 구조지만 사업이 지연되면 서로 책임을 떠넘기거나 예산 배분을 둘러싸고 '지역 홀대'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사업 선정과 재원 배분의 기준을 사전에 공유하고 쟁점과 후속 조치를 공개하는 협의 장치가 필요한 이유다.

현 권력 구조상 각 단체장 협의 구조를 정례화하고 실무협의와 이행점검 기능을 보강한 '구·군 상생 발전 거버넌스'로 발전시키는 방안을 검토해 봐야 할 시점이다.

시내버스 공영제와 노선 개편, 지역 돌봄망 구축, 폐기물 처리와 광역교통 등 구·군의 협력이 필요한 생활 정책을 공동 의제로 선정하고 정책 수립 단계부터 실무 협의를 진행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둘 이상의 구·군이 참여하는 공동사업에 시비를 우선 지원하는 등 정치적 합의를 실제 협력으로 이어지게 할 재정적 장치도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민선 9기의 협치는 단순히 정당 간 자리를 나누거나 갈등을 봉합하는 정치적 구호에 그쳐서는 안 된다.

정책 결정에 드는 시간과 행정 비용을 줄이고 시민에게 돌아갈 피해를 막는 운영 원칙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권력이 나뉜 것 자체가 울산시정의 위기는 아니다. 서로 다른 권한을 가진 기관들이 어디까지 양보하고 어떤 책임을 질 것인지 투명하게 보여주지 못할 때 분점은 마비로 이어진다.

앞으로 4년은 울산 정치가 대립을 넘어 협치를 제도로 정착시킬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민창연기자 changyoni@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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