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성 청량초등학교 교사
올가을, 울산의 모든 고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설문 조사를 시작한다. 57개교, 422학급, 1만명 이상의 고1 학생이 세 번째 패널로 합류한다. 초등학교 6학년이 된 첫 패널 학생들은 세 번째 응답을, 중학교 2학년이 된 두 번째 패널 학생들은 두 번째 응답을 한다. 이것은 바로 울산교육종단연구 3차 연도 조사이다. 2024년에 첫발을 뗀 이 연구는 올해 드디어 초중고 3개 패널이 모두 가동되는 완전한 체제에 진입한다.
교육종단연구는 같은 학생을 해마다 반복 추적하는 연구 방법이다. 횡단연구가 한 시점의 평균을 보여준다면, 종단연구는 한 아이가 걸어온 길을 따라간다.
울산교육종단연구는 전국 최초로 해당 학년 전체 학생을 조사 대상으로 삼는 전수조사 방식이다. 표본이 아닌 전수이기 때문에, 특정 학교나 지역의 특성이 표집 오차에 묻히지 않는다. 다른 시도와는 데이터의 해상도가 다르다.
3차 연도의 의미는 남다르다. 지난 2년의 데이터만으로는 변화의 방향을 확신하기 어렵다. 두 점을 잇는 선분은 무수히 많은 곡선의 일부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 번째 데이터가 확보되면 비로소 추세를 읽을 수 있다. 초등 4학년 때 학교생활 만족도가 높았던 아이가 5학년에 살짝 낮아졌다면, 6학년에서 회복하는지 계속 떨어지는지를 처음 확인할 수 있다. 조사가 우연인지 경향인지 판별할 수 있는 최소 조건이 갖춰진다.
조사 내용은 성적 지표에 국한되지 않는다. 학생 설문은 자아존중감, 그릿(끈기), 공감, 회복탄력성, 정신건강, 창의성, 자기조절, 사회정서역량, 학교생활, 진로교육 등을 묻는다. 여기에 역량검사가 더해진다. 자기주도역량, 가치창출역량, 대인관계역량, 세계시민역량의 4대 영역, 22개 하위 지표로 구성된 검사다. 한 아이의 성장을 시험 점수 하나로 환원하지 않겠다는 설계 철학이 구조 자체에 담겨 있다. 물론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조사된 데이터를 비식별화한다.
축적된 데이터는 정책의 실행을 바꾼다. 그동안 교육 정책은 전문가 직관이나 타 지역 우수사례의 벤치마킹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교육종단연구 데이터가 쌓이면, "이 프로그램을 도입한 뒤 학생들의 진로 인식 점수가 실제로 올라갔는가?"라는 질문에 울산 학생의 실증 수치로 답할 수 있다. 정치적 편향, 리더의 직관이 아니라 명확한 데이터 기반으로 결정하는 것이다. 교육의 중립을 지키고 한정된 예산을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를 판단하는 데 이보다 정직한 기준은 없다.
다만 이 모든 것은 하나의 전제 위에 서 있다. 조사 대상자가 매년 빠지지 않고 응답해야 한다. 교육종단연구의 가장 큰 적은 패널 이탈이다. 바쁜 일정 속에서 설문이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한 명의 학생이 빠지면, 그 자리에는 빈칸이 아니라 왜곡이 남는다. 빠진 학생의 특성이 무작위가 아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연구의 신뢰성은 응답률에 정비례한다.
특히 올해 조사 대상인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2학년, 고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의 참여가 중요하다. 보호자 설문은 가정의 양육 환경과 교육 지원 방식을 파악하는 중요한 통로다.
아이가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은 하루의 일부이다. 나머지 시간을 채우는 가정 분위기, 대화 빈도, 진로에 대한 보호자의 기대와 태도가 아이의 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학교 변인 못지않게 크다. 그런데 이 정보는 보호자가 직접 응답하지 않으면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다. 교사가 대신 답할 수 없고, 학생의 응답만으로는 가정의 맥락이 온전히 드러나지 않는다. 보호자 한 분의 성실한 응답이 학교와 가정이라는 두 축을 연결하는 데이터의 고리가 되는 셈이다.
올해로 3년째이다. 아직 10년 기간 여정의 초입이다. 초입이기에 오히려 지금의 참여가 결정적이다.
첫 세 해의 데이터가 탄탄해야 이후 7년의 분석이 의미가 있다. 울산의 아이들이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자라는지를 10년에 걸쳐 기록하겠다는 이 조사는, 울산 교육을 진정한 백년지대계로 만들기 위한 가장 실질적인 첫걸음이 될 것이다.
윤한성 청량초등학교 교사
윤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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