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봉선 울산 동구의회 운영위원장
울산 동구는 지난 1972년 HD현대중공업이 들어선 이후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부유한 도시로 성장했다. 조선소 근로자와 그 가족 등 수만 명이 동구에 정착하면서 서비스업과 유통업, 금융업 등 다양한 산업이 함께 발전했다.
조선소 노동자들의 높은 소득을 기반으로 서부동과 전하동, 일산동 일대에 상권이 형성되면서 낙수효과가 지역 전반에 퍼졌다. 또 대기업의 주도로 울산대학교병원, 현대백화점, 현대예술관, 한마음회관 등 다양한 도시 인프라가 조성되며 정주 여건도 크게 개선됐다. 사택 단지를 대규모 주택단지로 재건축해 주택 보급률까지 높였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들은 이젠 모두 과거의 영광이 됐다. 최근 동구는 조선업 불황으로 수만 명의 인구가 빠져나가면서 15만명 선까지 무너졌다. 울산에서 동구를 제외한 나머지 구·군은 모두 20만이 넘는다. 대기업 중심으로 조성된 도시 인프라도 노후화되거나 하나둘 사라져 가장 열악해졌다.
동구가 직면한 문제는 단순히 조선업의 경기 회복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과거에는 조선업의 성장만으로도 지역경제 전반이 함께 발전하는 선순환 구조가 가능했지만, 산업 환경과 소비 형태, 인구 구조가 크게 달라진 지금은 같은 방식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제 동구는 조선업 경쟁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미래 산업과 정주 여건을 함께 키우는 새로운 성장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무엇보다 조선업의 성과가 지역경제 전반으로 확산되는 선순환 구조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 여전히 동구 경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조선업의 성과가 단순 실적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과거처럼 협력업체와 골목상권, 소상공인, 청년 일자리로 이어지는 낙수효과를 회복할 때 비로소 지역경제도 활기를 찾을 수 있다. 동시에 조선업 중심의 산업 구조를 넘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준비도 서둘러야 한다.
인공지능(AI)은 더 이상 미래의 기술이 아니라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됐다. 울산시가 추진하는 AX(AI Transformation) 대전환 역시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다. 동구도 행정과 산업, 교육, 기업 지원, 인재 양성 전반을 AX 시대에 맞게 혁신하며 미래 산업을 선도할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사람이 머물고 싶은 도시를 만드는 일도 중요한 과제다. 청년이 지역에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양질의 일자리와 함께 수준 높은 교육, 문화·여가, 안정적인 주거환경을 갖춰야 한다. 특히 교육은 단순히 학교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고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가장 확실한 투자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조선업 호황과 함께 늘어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정책도 더욱 체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안정적인 정착과 안전한 근무환경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지역 주민과 상생하며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 정책을 확대해 지역사회의 갈등을 줄이고 사회통합을 이끌어야 한다.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교통 인프라 개선도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울산대교는 동구의 관문이지만 높은 통행료는 주민들과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무료화 또는 현실적인 수준의 통행료 인하를 적극 추진해야 하고, 염포산터널의 상습적인 교통체증 역시 근본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교통 경쟁력이 곧 도시 경쟁력인 만큼 추가 도로 개설과 같은 실질적인 교통 개선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새로운 제9대 동구의회와 동구청이 출범하며 동구의 새로운 4년이 시작됐다. 최근 열린 임시회에서는 동구의 주요 사업 추진 상황을 점검하며 지역의 미래를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앞으로의 4년은 동구가 과거의 성공을 되새기는 시간이 아니라, 변화한 시대에 맞는 새로운 성장의 길을 만들어가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청년들이 활기차게 일터로 향하고, 가게마다 손님들이 가득하며, 놀이터에는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가득했던 동구의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유봉선 울산 동구의회 운영위원장
유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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