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강희 교수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채 교수는 "가족 중 결핵 환자가 발생했다면 증상이 없더라도 검진을 받고, 잠복결핵감염으로 확인되면 치료 여부를 상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울산대병원 제공
울산의 잠복결핵감염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2년 사이 감염률이 급격히 상승한 가운데 가족 등 밀접 접촉자를 통한 전파 위험도 커지면서 조기 검진과 치료 참여 확대가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채강희 울산대학교병원 교수와 함께 잠복결핵감염의 개념과 예방, 치료 방법 등에 대해 알아본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울산의 잠복결핵감염률은 30.8%로, 전국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는 전국 평균 잠복결핵감염률인 24.7%와 비교하면 6.1%p나 높은 수치다.
울산의 잠복결핵감염률은 2023년 18.0% 수준이었으나, 2024년 32.2%로 급증한 이후 지난해에도 30%대를 유지하며 최근 2년 사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잠복결핵감염은 결핵균에 감염됐지만 증상이 없고 타인에게 전파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치료를 받으면 결핵 발병을 90%까지 예방할 수 있다.
지난해 울산에서 발생한 결핵 환자는 총 323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65.6%에 해당하는 212명은 가족 내 접촉자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당국은 이들을 포함해 총 1,784명을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시행했으며, 대상자의 99.2%인 1,770명이 검사에 참여했다.
이 과정에서 6명의 추가 결핵 환자가 조기에 발견돼 치료에 들어갔다. 울산지역의 최근 5년간 추가 환자 발생 현황을 보면 2021년 2명, 2022년 3명, 2023년 1명에서 2024년 6명, 지난해 6명으로 최근 들어 조기 발견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집단시설 조사는 총 78건이 이뤄졌으며 시설별로는 사업장 43건(483명), 사회복지시설 24건(772명), 의료기관 7건(124명), 학교 3건(13명) 순이었다. 시설별 추가 환자는 사회복지시설 2명, 사업장 2명, 의료기관 1명 순으로 발생했다.
발병을 막는 잠복결핵감염 치료 완료율은 63.7%로 집계됐다. 또 치료를 시작한 135명 중 86명만이 치료 과정을 끝까지 마쳤다. 구·군별로는 울주군(68.8%)과 북구(68.6%)가 상대적으로 높은 완료율을 보였으나, 남구는 40.0%에 그쳐 지역 내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구 역시 치료 시작률 자체가 24.2%에 머물러 인식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분석됐다.
△ 활동성 결핵과 잠복결핵감염은 의학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 증상이나 전파 가능성에서도 차이가 큰 건지?
-결핵균에 노출되면 2가지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결핵균이 체내에서 활발하게 증식하면 '활동성 결핵'이 되고, 면역이 균을 잘 억제해서 잠들어 있는 상태가 되면 '잠복결핵감염'입니다.
활동성 결핵은 기침, 발열, 체중 감소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가장 중요한 특징이 전파 가능성입니다. 폐결핵의 경우, 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결핵균이 공기 중에 떠다니는 비말핵 형태로 배출됩니다. 이게 같은 공간에 있는 다른 사람의 폐로 들어가면 감염이 됩니다. 밀폐된 공간에서 장시간 함께 생활하는 가족이나 직장 동료가 특히 위험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반면 잠복결핵감염은 균이 체내에 존재하지만 활동하지 않기 때문에, 기침을 해도 균이 배출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타인에게 전파되지 않습니다. 가래 검사도 음성이고, 흉부 엑스레이도 정상으로 나옵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활동성 결핵은 지금 아프면서 주변에 균을 퍼뜨릴 수 있는 상태이고, 잠복결핵감염은 균을 품고 있지만 본인도 모르고 남에게도 옮기지 않는 상태라고 보시면 됩니다.
△ 잠복결핵 환자 중 특히 주의 깊게 봐야 하는 경우는? 실제로 활동성 결핵으로 발현되는 사례도 있는지?
- 잠복결핵감염자 중 약 10%는 평생에 걸쳐 활동성 결핵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면역력이 떨어지는 HIV 감염자, 장기이식 환자, 당뇨 환자, 생물학적 제제를 쓰는 류마티스 환자 등이 고위험군입니다.
고령층도 주의가 필요한데, 지금의 70~80대 어르신들은 결핵이 만연했던 1950~60년대에 이미 감염된 분들이 많습니다. 그 균이 수십 년간 잠복해 있다가 나이 들면서 면역이 떨어지면 다시 깨어나는 겁니다. 실제로 이번 역학조사에서도 80세 이상에서 추가 결핵환자 발생이 전 연령대 중 가장 많았습니다.
그리고 가족접촉자도 꼭 챙기셔야 합니다. 가족 중 결핵 환자가 생기면 증상이 없더라도 반드시 검진을 받으시고, 잠복결핵감염으로 확인되면 치료 여부를 의사와 꼭 상의하시길 권합니다.
△ 활동성 결핵과 잠복결핵은 검진 방식이나 치료 접근에도 차이가 있는지?
- 네, 꽤 다릅니다. 활동성 결핵은 흉부 엑스레이와 가래 검사로 진단하고, 여러 종류의 항결핵제를 6개월 이상 복용하는 게 표준 치료입니다.
잠복결핵감염은 증상도 없고 가래 검사도 정상이기 때문에, 피부에 소량의 결핵 항원을 주사해서 반응을 보는 피부 반응 검사나, 혈액 검사로 결핵균에 노출된 적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치료는 활동성 결핵보다 훨씬 짧은 3개월에서 9개월 정도의 예방 요법으로 진행됩니다. 치료를 마치면 활동성 결핵으로 발전할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다만 잠복결핵으로 진단받았다고 해서 모두 치료가 필요한 건 아니고, 나이나 기저 질환 등을 고려해서 담당 의사가 판단하게 됩니다.
△ 최근 나온 '울산 잠복결핵감염률 전국 최고'라는 수치를 어떻게 받아들이는 게 맞다고 보시는지, 주의할 점은 없을지?
- 이 수치를 보고 '울산이 결핵 위험 지역'이라고 바로 연결하시는 건 조금 조심스럽습니다.
이 수치는 일반 시민 전체를 검사한 결과가 아니라, 결핵 환자의 가족이나 직장 동료처럼 이미 노출 가능성이 높은 분들을 대상으로 검사한 결과입니다. 쉽게 말해, 걸릴 가능성이 높은 분들 위주로 검사했기 때문에 양성률이 높게 나올 수 있는 구조입니다.
다만 가볍게 볼 수치도 아닙니다. 울산은 중공업 특성상 실내 밀집 작업 환경에서 일하는 고령 남성 근로자가 많은 지역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고령층일수록 오래전에 감염된 균이 재활성화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시민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가족 중 결핵 환자가 생기면 본인은 괜찮다고 넘기지 마시고 꼭 검진을 받으시고, 잠복결핵으로 진단받으셨다면 증상이 없어도 의사와 상담해 보시길 권합니다. 정리=민창연기자 changyo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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