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의 '금융복합기업집단' 지정이 초읽기에 들어갔는데요. 관건은 '토스의 꿈'인 미국 나스닥 상장은 어떻게 될까, 입니다. 토스 경영진과 투자자 고민이 깊다고 하는데요. 데일리브리프가 금융당국과 토스를 취재해서 토스의 고민을 정리했습니다. [편집자]
사진=토스뱅크
[데일리브리프 박소희 기자] 토스의 미국 상장 전략이 흔들리고 있다.
비바리퍼블리카(토스)는 그동안 꾸준히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해왔지만 7월 금융복합기업집단 지정을 앞두고 내부 전략수정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금융그룹으로 지정되면 규제 부담 탓에 미국 시장에서 받을 수 있는 기업가치가 깎일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국내 상장으로 방향을 트는 것도 만만치 않다. 기관 투자자들의 눈치를 봐야 하기 땝문이다. 기관 투자자들은 그동안 토스에 높은 기업가치로 부여하고 돈을 댔는데 국내 상장으로는 그 기대 수익을 충족하기 어려운 탓이다.
토스는 지금 핀테크에 대한 한국형 규제 강화와 기존 투자자들의 엑시트(자금 회수) 압력이 동시에 작용하는 진퇴양난 국면에 놓여 있다.
◇ 미국 상장 추진...ADR 방식 거론
미국 나스닥 상장은 자본시장 참여자 모두가 알고 있는 토스의 전략이다.
상장 방식으로는 미국 예탁기관이 발행하는 주식예탁증서(ADR) 형태로 나스닥에 상장하는 방식이 거론돼 왔다.
이는 쿠팡이 미국 법인을 본사로 세워 직접 상장한 방식과 다르다. 한국 법인 비바리퍼블리카가 주식을 발행하면 미국 예탁기관이 이를 보관해 해당 증서를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구조다.
토스 측은 ADR 방식에 대해선 "유력한 방안 중 하나"라면서도 상장 시기와 장소에 대해선 "아직 고민 단계"라고 했다.
토스는 그동안 미국 상장을 우선시한다는 보도가 있었으나 최근 미국 상장에 더해 국내 상장을 순차적으로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바일에서 본 토스뱅크 홈페이지 메인화면
◇ 흔들리는 미국행
토스가 미국 상장에 무게를 두는 배경에는 미국계 투자자들이 있다.
알토스벤처스와 굿워터캐피털을 비롯한 미국계 벤처캐피털(VC)들이 비교적 이른 단계부터 토스에 투자해왔다.
글로벌 결제사 페이팔도 2017년 시리즈 D 라운드에서 4800만 달러를 투자한 전략적 투자자다. 이들은 토스가 미국 시장에서 글로벌 핀테크 멀티플(주가배수)을 받기를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본 구조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올해 공시된 비바리퍼블리카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곳은 그동안 7차례 투자 유치를 거치며 전환우선주(A~G종)를 대규모로 발행했다. 이 주식은 상장 시점에 일반 보통주로 바뀐다. 그동안 비상장 회사라 자금 회수가 어려웠던 VC 등 기존 투자자들이 상장과 동시에 주식을 시장에 내다 팔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뜻이다.
그러나 7월 금융복합기업집단 지정이 현실화하면 토스가 미국 시장에서 받을 수 있는 기업가치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미국 상장의 동기 자체가 흔들리는 셈이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토스가 최근 2년간 나스닥 상장을 준비해왔지만 요즘 동력이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전략 수정도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기존 투자자들이 높은 기업가치를 매겨 들어왔기 때문에 국내 상장으로 가면 엑시트 기대를 충족하기 어려워 투자자 설득이 쉽지 않은 듯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결국 투자자를 설득하면서 국내에서 높은 가격으로 기업공개(IPO)하는 방안을 고민하지 않겠느냐"고 추정했다.
◇ 금융위, "이중상장 유도해야"
토스의 해외 상장은 당국 내부에서도 일찍부터 주시 대상이었다.
2024년 10월 30일 열린 금융위원회(금융위) 제18차 회의 의사록에는 토스 관련 발언이 담겼다.
한 위원은 토스가 제3자 정보제공 위반으로 과징금을 낸 사례를 거론하며 "마켓 이유도 있지만 한국 상장을 하지 않고 밖으로 나가겠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 위원은 "혁신금융 지원을 받은 핀테크가 상장에 이르렀을 때 한국 증시에도 함께 상장하는 이중상장(Dual listing)을 유도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알리페이·앤트그룹 등 해외 거대 핀테크의 미국 상장이 무산된 사례까지 거론하면서 나온 발언이다.
앤트그룹은 알리페이의 모회사로 비바리퍼블리카가 올해 초 토스페이먼츠 지분 38%를 전량 인수한 그 앤트그룹이다.
이 위원은 또 "쿠팡 같은 경우도 나갔다가 웹툰도 그렇고 네이버도 그렇고 처음에는 좋았지만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정부의 혁신 지원이 국내 자본시장 발전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토스는 금융 이상의 역사를 만들고 있다고 회사를 소개하고 있다. / 이미지=토스 홈페이지
◇ 법적 불가능은 아니다...문제는 '에쿼티 스토리'
금융복합기업집단 지정이 미국 상장의 변수가 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미국 상장이 아예 막히는 건 아니다.
금융 전문 변호사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나 나스닥,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해외 기업이 자국 규제를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상장을 거부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해당 국가의 규제 리스크를 투자 설명서(F-1 신고서)에 투명하게 공시하고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시스템을 갖췄는지를 본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금융복합기업집단 지정이 유리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그룹 단위 감독을 받게 되면 자본·내부거래·공시·지배구조의 투명성이 강화되는데 이것이 미국 SEC가 요구하는 조건과 같은 방향이라는 이유에서다.
토스 관계자도 미국 상장 과정에서 그룹 차원의 투명성과 책임 경영이 강화되는 흐름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고 했다.
실질적인 걸림돌은 '에쿼티 스토리(주식 이야기)', 즉 투자자에게 "왜 이 회사 주식을 비싸게 사야 하는가"를 납득시키는 논리 구조라는 분석이 나온다.
토스가 한국 증시 대신 미국 증시를 택한 결정적 이유는 쿠팡처럼 고성장 플랫폼 기업으로서 높은 밸류에이션을 인정받기 위해서다.
그런데 금융복합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미국 투자자들이 토스를 '고성장 테크 기업'이 아닌 '규제에 갇힌 금융 기업'으로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본 측면에서도 부담이 적지 않다.
자본적정성 비율을 엄격히 유지해야 하고, 계열사 간 내부거래나 위험 전이가 통제되면서 테크 기업 특유의 공격적인 자금 조달과 투자에 제약이 생긴다는 지적이다.
이중규제 비용도 변수다.
미국 SEC의 공시 의무를 맞추는 동시에 한국 금융당국의 그룹 단위 감독·규제까지 동시에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ADR 구조로도 우회는 어렵다. 상장 주체인 비바리퍼블리카가 국내 법인이기 때문이다.
지배구조를 쪼개거나 해외 지주사를 세워도 토스뱅크·토스증권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라는 또 다른 장벽이 기다리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