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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아정 가고 '두쫀쿠·버터떡' 부상
5년 전 대비 유행 주기 1/10 수준 급감
설비 투자비 회수 전 유행 끝물 '매몰비용' 속출
"지난해 '요아정'(요거트 아이스크림) 기계를 들여놓은 지 얼마 안 가 처분했고, 이번엔 '두쫀쿠'(두껍고 쫀득한 쿠키) 전용 오븐을 들였어요. 유행 따라가다 가랑이가 찢어질 판입니다."
버터떡을 홍보중인 한 카페 모습.(사진=배종완 기자)
26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의 한 디저트숍에서 만난 점주 김모 씨는 매대 구성을 바꾸느라 여념이 없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이스크림 재료가 가득했던 자리엔 이제 손바닥만 한 두께의 두쫀쿠와 노란 '버터떡'이 그 자리를 꿰찼다.
김 씨는
"요즘 손님들은 두쫀쿠나 버터떡 안 팔면 촌스럽다고 해요. 그래서 빚내서 레시피 배우고 재료를 공수해 왔는데, 벌써 다음 유행이 뭐가 올지 겁나네요"
라고 현장의 절박함을 전했다.
최근 국내 디저트 시장의 유행 주기는 비정상적으로 짧아지고 있다. 과거 유행했던 '대만 카스텔라'나 '탕후루' 등이 1년 정도 인기를 끌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최근의 흐름은 반짝하고 나타났다가 수개월 만에 사라지는 일종의 숏폼 같다. 한 검색어 트렌드 분석에 따르면 최근 디저트 유행 주기는 5년 전과 비교해 약 10분의 1 수준으로 단축됐다.
일례로 한동안 유행했던 요아정의 인기가 시들해지자 그 빈틈을 타고 들어온 것이 바로 두쫀쿠와 버터떡이다. 쫀득한 식감을 극대화한 쿠키와 동양의 떡에 서양의 버터를 접목한 이색 디저트들은 인스타그램 인증샷용으로 제격이다.
기자가 먹어본 두쫀쿠.(사진=배종완 기자)
문제는 이들의 생명력이다. 화제성이 최고조에 달한 뒤 급락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3개월 남짓. 소상공인이 유행을 인지하고 매장을 오픈하거나 메뉴를 변경하는 시점이면 이미 유행의 끝물인 경우가 허다하다. 두쫀쿠의 인기에 각종 유통 기업들 역시 관련 마케팅을 펼치고 제품 출시를 했지만, 최근 들어 눈에 띄게 줄어든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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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 잔혹사의 주범으로는 SNS 중심의 과시형 소비 문화가 꼽힌다. 인스타그램이나 틱톡 등에서 시각적 자극이 강한 디저트들은 전파 속도가 빠르지만 그만큼 쉽게 소비되고 잊힌다. 프랜차이즈들이 유행 아이템을 내세워 가맹점을 대거 모집하면 퇴직금이나 대출금을 쏟아부은 자영업자들이 몰려든다. 하지만 인테리어 공사가 끝나고 영업이 손에 익을 때쯤이면 대중의 관심은 이미 다음 '밈(Meme)'으로 옮겨가 버린다.
이에 대해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요즘 디저트 유행은 비즈니스 모델이라기보다 일종의 디지털 숏폼 콘텐츠에 가깝다"며 "유행이 꺼진 뒤 남겨진 재고와 전용 오븐, 집기 할부금은 고스란히 소상공인의 빚이 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디저트 시장의 생존 전략으로 유행이 아닌 '본질'에 집중할 것을 조언한다. 화려한 비주얼이나 자극적인 맛보다는 지속 가능한 브랜드 스토리를 갖춰야 한다는 것.
각 플랫폼 기업들이 도입한 AI 기반 광고 인사이트나 빅데이터 분석 툴을 활용해 해당 지역의 소비 성향과 유행의 지속 가능성을 면밀히 분석하는 '데이터 경영'이 필수적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단순히 "요새 두쫀쿠가 뜬다더라"라는 감에 의존한 창업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경고다.
김 씨의 매장 옆에는 또 다른 가게가 '버터떡 전문점' 간판을 달고 개업 준비를 하고 있었다. 김 씨는 그 모습을 보며 뼈아픈 한마디를 남겼다.
"저 사장님도 지금은 설레시겠지만, 과연 올겨울에도 저 버터떡을 찾는 손님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달콤한 유행 뒤에 숨겨진 자영업자들의 눈물. 오늘도 달콤한 유행을 쫓아 거액을 투자하는 소상공인들의 발걸음 뒤로 차가운 '디저트 잔혹사'의 그림자가 짙게 깔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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