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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외국인노동자 대책은 ‘수두룩’…실제 인권보호는 ‘어수룩’

정부와 지자체가 외국인 노동자 고용 확대에 맞춰 인권침해를 막겠다며 잇따라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도, 현장에서의 노동착취와 폭력 사건 등이 잇따르면서 형식적 대책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외국인노동자 대책은 ‘수두룩’…실제 인권보호는 ‘어수룩’

외국인노동자 대책은 ‘수두룩’…실제 인권보호는 ‘어수룩’

고흥 새우양식장 2명 감전사·굴양식장 노동착취 이어 소화기 난사까지

현장 반영 안된 대책에 인권침해 반복…인권단체, 실질적 대책 마련 촉구

2026년 09월 27일(일) 19:50

지난 19일 고흥군 이주노동자 숙소에서 고용주 60대 A씨가 이주노동자들을 향해 분말소화기를 뿌리고 있는 모습.

정부와 지자체가 외국인 노동자 고용 확대에 맞춰 인권침해를 막겠다며 잇따라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도, 현장에서의 노동착취와 폭력 사건 등이 잇따르면서 형식적 대책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군이 계절근로자(E-8)를 대상으로 입국 전 검증부터 입국 후 단계별 점검까지 촘촘한 관리체계를 마련했다고 밝힌 상황에서 고용허가제(E-9)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폭력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체류자격별로 나뉜 관리체계의 사각지대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흥경찰은 지난 19일 고흥군 자신의 어업 사업장에서 베트남 국적의 이주노동자 2명에게 욕설을 하고 분말소화기를 분사한 혐의(폭행·근로기준법 위반 등)로 60대 선주 A씨를 지난 21일 입건했다.

이들 베트남 출신 노동자들은 고용허가제(E-9)를 통해 지난 7월 입국한 뒤 지난 19일 새벽 바다에서 문어잡이와 통발 이동 작업 등을 끝내고 자신들이 머무르는 숙소에 머무르다 선주 A씨에게 인권 침해를 당했다는 게 노동인권단체 주장이다.

광주전남이주노동자네트워크는 지난 22일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흥군 어선 이주노동자에 대한 고용주의 소화기 난사와 관련해 노동당국의 엄중한 수사와 사업장 변경 보장을 촉구했다. <광주전남이주노동자네트워크 제공>

광주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는 고용주 A씨가 숙소에 있던 이주노동자들에게 욕설을 하고 분말소화기를 뿌리는 2분 50초 분량의 동영상도 공개했다. 영상에는 소화기에서 뿜어져 나온 분말을 뒤집어쓴 이주노동자들이 숙소를 정리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이들은 농·수협 등 공공기관이 근로자를 직접 고용해 필요한 농가·어가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채용된 근로자들이 아닌, 어민들이 직접 고용해 숙소를 제공하면서 급여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채용된 노동자들이다.

고흥에서 발생한 이주노동자들의 인권 침해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8월에는 고흥군 새우양식장에서 베트남·태국 출신 이주노동자 2명이 작업 중 절연·접지 문제가 있던 이동식 모터펌프에서 나온 전류에 감전돼 숨졌고 지난 2월에는 고흥지역 굴 양식장에서 일하던 필리핀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인권 침해 사례가 드러나면서 해당 사업주가 검찰에 넘겨졌다.

고용노동부의 특별 근로감독결과, 고흥지역 굴 양식장 2곳에서는 노동자 26명에게 연장·야간근로수당 등을 지급하지 않거나 최저임금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됐었다.

전남 어가의 부족한 일손을 메우기 위한 외국인 노동자 고용이 늘어나는 동시에 인권침해와 착취 행위도 끊이지 않고 있는데도, 정부와 지자체 등은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면서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고흥군의 경우 지난 3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선발·관리 체계 투명성 제고와 인권 보호·모니터링 강화, 주거·임금 환경 개선, 행정 전담 인력 확충 등을 골자로 한 ‘4대 분야 10대 핵심과제’를 발표한 바 있다.

군은 당시 군 담당자의 해외 현지 면접 참여, 입국 한 달 이내 상담·숙소 점검, 다국어 상담창구 운영 등을 추진하는 한편, 외부 전문기관을 활용한 반기별 전수조사와 관리인력 확대, 공공형 계절근로 확대 등을 약속했었다. 또 지난 8월부터 계절근로자가 입국한 직후 7일·15일·30일 차에 세 차례 현장을 확인하는 방식의 ‘입국 후 30일 골든타임 밀착 점검’에 나서 필리핀 계절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현장 점검을 진행한 바 있다.

고흥군은 이달 들어서는 지난 2일 ‘외국인 계절근로자 인권침해 예방 4대 분야 15개 대책’도 내놓은 바 있다. 이같은 대책에도,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욕설·소화기 분사 사건 등 인권 침해 사례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대책이 전혀 현장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계절 노동자에 초점을 맞춘 외국인 노동자 대책을 추진하다보니, 고흥군이 담당하지 않는 ‘외국인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에 대한 대책 마련에는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고흥군이 최근 소화기 분사 사건이 알려진 뒤 내놓은 ▲농어업 분야 외국인 고용사업장 전수점검 ▲노동자 면담을 통해 계약 외 업무 강요와 숙소 환경, 폭언·폭행 여부 등 확인 조사 ▲고용주 400명을 대상으로 한 인권·노동관계법 교육 계획 등에 대해서도 실효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고흥군은 이와관련, 지난 22일 “지난 상반기 계절 근로 사업장 인권침해 사안이 발생해 예방 대책을 추진했는데도 다시 의혹이 불거진 것을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인권네트워크측은 “계절근로자와 고용허가제 노동자 등 체류자격에 따라 나뉜 행정체계를 아우르는 지자체 차원의 이주정책 통합 컨트롤타워를 만들고, 고용노동부와 경찰·출입국 당국·수협·지자체·이주인권단체가 상시적으로 참여하는 공동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법무부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소속 ‘이민자 인권침해 조사단’을 현장에 투입하여 사실관계 확인에 착수했다.

/박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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